문화재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해외에 유출된 한국의 문화재는 7만4434점에 달한다. 그 가운데 일본에 소장된 것이 3만5000여 점으로 가장 많다.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문화재까지 포함한다면 일본 내 한국 유물은 30만 점을 훌쩍 넘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유물들은 정상적인 방법, 즉 국가 간에 선물을 주고받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구입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 해외로 가지만, 상당수는 약탈, 불법반출에 의한 경우이다. 특히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내로라하는 한국의 문화재가 일본으로 건너간 사례가 대부분이다.
수집 된 1110건 유물 중 93%가 ‘한국’
39점 ‘日문화재’ 지정…높은 가치 반증
도쿄국립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오구라 컬렉션’도 그중 하나다. 오구라 컬렉션은, 일본인 오구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 1870~1964)가 한국에서 반출한 문화재로 구성한 것이다. 일본 도쿄대를 졸업한 오구라는 일제강점기 때 남선합동전기라는 조선 최대의 전기회사를 설립한 인물. 이 과정에서 축적한 부를 한국의 문화재를 수집하는데 활용했다.
1922년부터 1952년 기간 중 닥치는 대로 유물을 사 모았던 그는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하자 자신이 그간 수집했던 유물들을 밀항선에 싣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오구라 컬렉션 보존회’라는 재단법인을 설립해 유물을 관리해오다가, 아들 야스유키에 의해 1982년 도쿄국립박물관에 기증했다.
오구라가 수집한 총 1110건의 문화재 중 한국 유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93%로, 1030건에 달한다. 신석기, 청동기, 삼국과 통일신라, 고려 및 조선시대 등 한국사 전체를 아우르는 방대한 유물이다. 고고유물이 557점으로 가장 많고, 금속공예, 도자기, 칠공예, 회화, 조각 등 다양하다. 이 가운데 통일신라 금동비로자나불입상을 비롯해 고려 때 조성된 <일체여래비밀전신사리보협인다라니경>, 보살상 등 불교성보도 다수 포함된다. 유물의 모습은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지난 2005년 발간한 도록 <오구라 컬렉션 한국문화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방대한 수만큼 컬렉션이 갖는 가치는 헤아릴 수도 없다. 수량도 많은데다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문화재도 포함돼 있다. 이 중 일본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것이 8점, 중요미술품으로 인정된 것은 31점으로 39점이 일본 국가문화재이다. 오구라 컬렉션의 문화예술적·역사적 의미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진> 도쿄국립박물관에 있는 오구라 컬렉션 중 통일신라 금동비로자나불입상. 사진출처=<불교중앙박물관 개관특별전> 도록
많은 사람들이 잊었던 이 문화재는 최근 각종 전시회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소개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소중한 우리 유산을 돌려받기 위한 활동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 1965년 한.일문화재 협정에서 불법 유출된 오구라 컬렉션의 반환을 요청한 것은 그 시작이라 하겠다. 근래에는 불교계가 주도가 돼 조계종 중앙신도회(회장 김의정)와 문화재 제자리찾기(사무총장 혜문스님) 등이 북한불교계와 함께 반환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1965년 당시에는 사유 재산이라는 이유로 무산됐지만, 도쿄국립박물관 기증 후에는 국유화돼 일본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불교신문 2528호/ 5월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