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도 찾기 힘든 ‘독특한 불상’36. 상주 동방사 철조천수관음보살좌상 |
프랑스 파리 국립기메동양박물관은 실업가 에밀 기메(1836~1918)가 미술관의 후신이다. 기메동양박물관은 아시아 유물이 많기로 유명하다. 대다수의 유물은 중국, 일본, 인도에서 조성된 것이며, 이 가운데 우리나라 유물도 1000여 점에 달한다. 한국유물 수집은 대부분 19세기 프랑스 최초의 우리나라 외교관이던 콜렝 드 플랑슈의 재임기간 중에 이뤄졌다. 외교관 플랑슈는 우리나라에서 <직지심체요절> 등 전적류를 수집해간 것으로 유명한 인물. 그와 함께 인류학자인 챨스 바라와 모리스 쿠랑 등에 의해 수집됐다. 이렇게 모아진 유물은 기메에 의해 정리됐고, 특이하게도 기메는 한국인 최초의 프랑스 유학생 홍종우(1854~1913)-수구파였던 그는 훗날 개화파인 김옥균을 살해했다-를 채용해 우리 유물을 정리하도록 했고 1893년 한국갤러리를 개관했다. 佛외교관 재임 중 무차별 유물 수집 불교유물만 72점…대부분 희귀 양식 문화재청이 지난 1999년 발간한 <국립기메동양박물관 소장 한국문화재>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재 기메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한국문화재는 914점이다. 시대별로 보면 조선시대가 613점, 고려시대가 172점이며, 통일신라 유물이 19점, 삼국시대 94점 등이다. 이 가운데 불교관련 소장품의 비중이 크다. 확인된 불상이 36점, 불화가 36점으로,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유물이 포함돼 있다. 특히 철조천수관음보살좌상은 국내에서 확인된 예가 없는 특수한 모습의 불상이다. 본래 경북 상주의 동방사에 봉안된 불상으로 추정된다. 또 세종 28년(1446) 세종의 다섯째 아들인 광평대군의 명복을 발원하기 위해 사경한 <감지금니대방광각수다라요의경>은 당대의 문장가인 김수우가 쓴 발원문과 함께 수준 높은 변상도가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이 외에도 세조가 아들 덕종의 명복을 빌며 세운 서오릉의 능묘사찰인 수국사(옛 정인사) 감로탱화, 현왕도, 지장시왕도, 신중도 및 강원도 건봉사 감로탱화,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 서문 안에 위치한 국청사에 봉안됐던 감로탱화 등이 확인됐다. 수국사의 경우 왕실발원으로 조성된 사찰임에도, 절에 봉안됐던 불화 대다수가 반출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사진>14~15세기에 조성된 철조천수관음보살좌상(사진위)과 목제받침 명문에 ‘동방사’라고 나와있다. 사진출처=<국립기메동양박물관 소장 한국문화재> 한국관련 문화재는 바라의 소장품과 1, 2차 세계대전 사이 일본에서 들여온 것들, 세계대전 후에 수집된 유물이다. 1기에 해당하는 때인 1910~1914년으로, 플랑슈가 외교관으로 있던 때다. 당시 플랑슈는 그의 보좌관이였던 모리스나, 바라와 한국유물과 고서적을 대량으로 수집했다. 또 바라는 플랑슈의 도움을 받아 한국문화탐사를 진행하는데, 2주일 간 서울에 머문 뒤 부산까지 내려갔던 것으로 미뤄보아, 이 때 상당수의 문화재를 모았던 것으로 짐작된다. 이보다 앞선 신미양요 때 프랑스 해군장교였던 쥬베르의 소위 ‘한국탐사’를 통해 외규장각 도서 등 강화도에 있던 우리의 문화유산 360점을 약탈해간 역사도 빼놓을 수 없다. 이처럼 기메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는 구한말 외교관과 개인 수집가들이 유출시킨 것이다. 당시 한국인이 문화재에 대해 문외했다는 점을 악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설사 구매했다고 해도 문화유산에 가격을 매기기란 애당초 불가능하고, 지불한 금액도 헐값이었음을 짐작해본다. 혼란했던 역사와 무지로 인해 소중한 유산을 부지불식간에 놓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우리의 과오다. 부끄러운 과거는 그러나, 해외로 유출된 문화재를 되찾아오기 위한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불교신문 2578호/ 11월28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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