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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 유형문화재 제19호)◀ 계신 곳: 대전 중구 석교동 |
옛부터 호서의 여느 산들은 계룡산이라는 훤칠한 산에 가려 맥을 못 춘다. 태백산맥은 그 웅장함을 그대로 간직한 채 서남쪽으로 흘러내려 차령산맥을 이루고 대전의 진산(鎭山)인 보문산을 만든다. 천황봉 연천봉 삼불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닭 벼슬을 닮았다하여 계룡산(鷄龍山)이라 불린다.
보문산(寶 또는 普門山) 동북자락에 장수바위라는 제법 큰 바위에 새겨져 있는 이 마애불은 머리위 V자형의 바위가 갓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얼굴과 목에 삼도까지는 상당히 선명한 고부조(高浮彫) 방법을 동원했으나 그 아래로는 선각(線刻)으로 마무리했다. 입술의 양끝이 약간 쳐지기는 했으나 결연함이 있어 좋아 보이고 또한 마애불의 전체적인 조성 기법에 비하면 나발은 상당히 섬세하게 조각된 편이다.
두 개의 선으로 두광배는 완벽하게, 신광배는 두광배의 중간쯤에서 좌우로 반원을 그린다. 이런 단순한 기법을 동원했을 뿐인데 불상이 이처럼 도드라져 보이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내의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빗금을 그으면서 내려와 늘어진 통견의 대의(大衣, 겉옷)를 이어주는 듯 보인다. 손은 박락(剝落)의 흔적으로 선명하지 않아 보는 이마다 나름의 상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앉음새는 법의가 덮여 있는 걸로 봐서 상현좌(裳懸坐, 의자에 앉은)처럼 보인다. 전체적으로는 상당히 도식화된 느낌도 없지 않으나 뒤틀어진 바위의 형태를 그대로 살려 불상을 새기는 정성을 생각해보면 불연(佛緣)의 심대함이 느껴진다.
살짝 치켜뜬 눈과 앙다문 입에서는 선자(禪者)의 올곧음을 보는 듯하다. 조금 떨어져서 전체를 보면 부엉이가 앉아있는 모습인데 이는 필시 아래 절에서 정진하다 꾸벅잠에 빠진 스님들을 두고 경책하는 역할을 하고 계시는 게 분명하다.
[불교신문3093호/2015년4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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