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1267호 영산회괘불탱.

 

적상산에서 만난 부처님

 

1730년 전후 의겸스님 조성

연꽃 구름 문양 화려함 더해

‘조선왕조실록’ 외호 사찰

 

무주 안국사가 위치한 적상산은 가을단풍이 여인의 붉은 치마처럼 고운 산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산 정상에는 사적 146호로 지정된 적상산성이 있는데, 이 산성 안에 안국사가 있다. 고려 충렬왕 3년(1277)에 월인화상이 지었다고도 하고, 조선 태조 때 적상산성을 쌓으면서 지었다고도 전해지는 이 사찰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승병의 거처로 쓰이기도 했다.

이곳은 또 적상산 사고(史庫)가 있어 유명하다. 광해군 6년(1614)에 사각을 설치하고, 인조 19년(1641)에 선원각을 세워 <조선왕조실록>과 왕의 족보인 <선원록>을 봉안했다. 이 때 사고를 방비하기 위해 호국사를 지었고, 안국사는 사고를 지키는 승병들이 숙소로 썼다고 한다. 이무렵 사찰이름도 안국사로 바뀌었다.

현재 안국사가 있는 적상산 기봉 기슭은 옛 호국사 터이다. 1990년 초에 적상산 양수발전소를 건설하면서 절 지역이 수몰지구에 포함되자 1991년부터 2년에 걸쳐 절을 옮겼다. 이후 중창을 거쳐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안국사에는 보물 1267호 영산회상괘불과 유형문화재 42호 극락전, 제85호 호국사비, 사적 제146호 적상산성, 기념물 88호 사고 등이 남아 있다. 이 가운데 영산회괘불탱은 석가모니부처님이 영취산에서 설법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불화로 조선시대에 조성됐다. 길이 0.75m, 폭 7.2m 크기의 이 영산회상도는 중앙에 석가모니부처님을 크게 그려놓았다. 머리와 팔꿈치 사이에는 협시보살을 조성했는데 왼쪽에는 아미타불과 관음.대세지보살이 서 있고, 오른쪽에는 다보여래와 문수.보현보살을 그려, 본존불을 강조하고 시선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연출했다.

화면을 가득 메운 석가모니부처님은 강인한 얼굴이 인상적이다. 이목구비는 뚜렷하고 큼지막한데, 눈은 가로로 길고 크며 눈썹은 둥근 산처럼 표현돼 있다. 머리카락은 나발모양이고, 중앙에는 육계가 솟아 있다. 귀는 길어 어깨에 닿는다.

각진 어깨와 넓은 가슴은 당당함을 표현하고 있다. 또 무릎까지 늘어진 긴 팔과 짧아 보이는 하체는 균형감을 떨어뜨리지만, 건장한 상체가 보는 이를 압도한다. 전체적으로 붉은 색을 때는 법의를 입고 있으며, 중간 중간 청록색 띠와 푸른색 띠가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무늬가 그려진 여러 개의 선을 겹쳐 광배를 표현하고 있으며, 광배 안에는 오색의 선이 그려져 부처님을 강조하고 있다. 곳곳에 그려진 구름과 연꽃무늬는 화려함을 더해준다.

특히 화원으로 1750년경 경남 고성 운흥사를 중심으로 전국각처에서 활약한 의겸스님이 불화조성에 참여하고 있어 주목된다. 화기를 보면 ‘□□ 6년’이라는 연대를 확인할 수 있는데, 옹정(雍正) 6년(1728)이나 건륭(乾隆) 6년(1741)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이와 함께 조선 정조 16년(1792), 순조 9년(1809)에 뒷벽을 새 단장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의겸스님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던 시기인 1730년을 전후로 해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화기에는 또 임금과 왕비, 그리고 세자의 만수무강을 비는 내용이 확인되며, 시주자 명단에도 여러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대대적인 불사를 통해 조성했음을 알 수 있다.

 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불교신문 2385호/ 12월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