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정산에 위치한 범어사는 신라 문무왕 18년(678)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화엄십찰 중 하나이다. 범어사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는 <동국여지승람>을 보면 “금정산 산마루에 세 길 정도 높이의 돌이 있는데 그 위에 우물이 있다. 둘레는 10여 척이며 깊이는 7촌쯤 된다.
물이 항상 가득 차 있어서 가뭄에도 마르지 않으며 그 빛은 황금색이다. 세상에 전하는 바에 의하면 한 마리의 금빛 나는 물고기가 오색구름을 타고 하늘(梵天)에서 내려와 그 속에서 놀았다고 하여 금샘(金井)이라는 산 이름과 하늘나라의 고기(梵魚)라고 하는 절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범어사는 천년고찰답게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보물 250호인 삼층석탑을 비롯해 보물 434호 대웅전, 보물 1461호 범어사조계문이 대표적이다. 또 최근에는 불교전적으로 희귀한 판본인 <금장요집경> <주범망경> <불조삼경>과 목조석가여래삼존좌상 등이 보물로 지정예고 됐다.
범어사 삼층석탑. 사진제공=문화재청
대웅전 앞에 있는 보물 250호 삼층석탑은 신라시대의 탑이다. 신라 흥덕왕(재위 826∼836) 때에 범어사는 한차례 중건됐는데, 탑도 이 시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2중 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세운 이 탑은 9세기 통일신라시대 탑의 전형적인 모양을 하고 있다.
흥덕왕 때 조성된 보물 250호
기단 각 면에 탱주 대신 안상
일제 보수과정서 변형 아쉬워
하지만 기단부를 세밀히 살펴보다보면, 범어사 삼층석탑이 일반 통일신라시대 석탑과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대부분의 탑들이 기단 각 면에 기둥모양의 탱주(撑柱)를 조각한 것과 달리 범어사 탑은 안상(眼象)을 큼직하게 조각했다. 안상은 코끼리의 정면을 형상화한 것으로, 후대에 오면 연꽃무늬로 장식되는 등 다양한 모습을 띠게 되는 문양이다.
아래층 기단은 각 면에 3개씩 안상을 조각했고, 윗층 기단은 면을 가득 채운 안상을 하나씩 새겨놓았다. 안타깝게도 이 탑의 기단부는 1900년대에 이르러 변형됐다. 일제 때 수리하면서 기단 아래 부분에 돌을 넣는 바람에 오늘날에는 기단부가 원래 모습이 아닌 크고 높게 표현됐다. 탑 주변의 난간 역시 이 때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탑신부는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면서 급격히 줄어들어 2층과 3층의 크기가 비슷하다. 또 옥개석은 평평하고 얇아 처마와 수평을 이룬 모습이고 끝부분이 살짝 올라가 있으며, 밑면에는 4단 받침이 놓여 있다. 탑 상륜부에는 머리장식을 받치던 네모난 받침돌 위에 연꽃봉오리 모양의 보주(寶珠)만 남은 상태다.
범어사에는 또 아름다운 목조건축물들이 남아 있다. 조선 선조 35년(1602)에 재건된 대웅전은 맞배지붕의 다포집이다.
특히 불단과 닫집 조각이 뛰어난데, 조선 중기 불교건축의 미와 조선시대 목공예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유물들이다. 우리나라 일주문 중 걸작품으로 꼽히는 범어사조계문 또한 놓치지 말고 살펴봐야할 성보다. 광해군 6년(1614)에 묘전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하는 이 문은 앞면 3칸 규모로 맞배지붕의 다포양식을 하고 있다. 조계문은 기둥이 다른 건축물과는 다른데, 둥글고 긴 돌 위에 짧은 나무기둥을 세운 것이 특징이다. 모든 구성 부재들이 적절하게 배치돼 구조적인 안정성과 조형미를 갖춘 건축물로 꼽히고 있다.
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불교신문 2356호/ 9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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