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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보살이 깨달은 내용.활동 상징


부처님의 정각성취 보여주는 ‘항마촉지인’

우주본체 인격화 한 비로자나불 ‘지권인’ 등

서원만큼 다양한 모습, 교리적으로도 중요


사진설명: 항마촉지인 (석굴암 본존불, 국보 제24호, 통일신라, 경주 석굴암)
불교미술에서 존상의 손의 위치와 손가락 모양은 각 불.보살의 특성이나 본서(本誓), 또는 그것과 연관된 중요한 일화를 표현하는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일종의 상징부호와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징부호로서의 수인(手印) 모양을 보고 존상의 이름과 종류, 또는 표현 내용 등을 짐작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불.보살의 수인의 연원은 인도의 제의(祭儀)나 춤 등에서 찾을 수 있다. 고대 인도 제의에서는 종교적 체험을 더욱 강렬하고 풍부하게 하기 위해 무용이나 노래와 함께 무드라(mudra- : 손가락 놀림)를 행한다. 무용은 〈리그베다〉나 인도 민족서사시인 〈마하바라타〉 〈라마야나〉 등에서 제재(題材)를 취하고 있는데, 현재 살아 있는 사람의 육체를 통해 신화를 현현(顯現)한다는 것이 무용의 핵심 주제이다. 고전무용은 당초에는 모두 사원(寺院)에서 행해졌기 때문에 모든 사원에는 무용 공연을 위한 특정한 장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카타칼리와 같은 인도의 민속무용에서 무용수들이 예컨대 ‘피어나는 연꽃’을 표현하기 위해서 손동작만으로 연꽃이 피는 것과 같은 연기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때 무용수가 지은 그 손가락 모양이 곧 ‘연꽃이 피어남’을 상징하는 수인인 것이다. 불.보살상 등 불교 존상이 갖추고 있는 수인도 마찬가지로 여래와 보살의 깨달음의 내용, 서원, 공덕 등의 내면세계를 손가락 모양으로 표현한 것이므로, 인도 무용의 무드라와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사진설명: 천지인 (금동탄생불, 보물 제808호, 삼국시대, 호림박물관 소장)
불.보살상의 수인은 교리적인 면과 도상적인 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불상을 조성할 때 여래의 내면세계와 부합되는 수인을 선택하여 표현하고, 수인의 형태를 함부로 바꾸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여러 종류의 여래는 각기 나름의 본서와 염원을 가지고 있고, 때와 장소에 따라서 서원의 내용이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에 수인의 종류가 그 만큼 다양해 질 수밖에 없다. 그 수가 많고 변화가 미묘하기 때문에 수인 하나하나를 보고 어떠한 부처가 어느 때 결한 것인가를 명확하게 가려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불상의 경우 수인의 종류와 변화가 크게 심한 편은 아니어서 그 내용을 읽기가 크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불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인은 비로자나불의 지권인(智拳印), 아미타불의 미타정인(彌陀定印), 그리고 석가모니의 근본 5인 등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여 그 형태와 내용을 살펴보자.

지권인(智拳印)은 우주의 본체를 인격화한 비로자나여래가 결하는 수인이다. 그 형상은 왼손을 가슴까지 올려 먼저 검지를 펴서 오른 손으로 감싸 쥐고 오른손의 엄지와 왼손의 검지를 댄 손모양이다. 이 때 오른 손은 불계(佛界), 왼손은 중생계를 나타내는 것이므로 부처와 중생이 둘이 아니고 하나이며, 미혹함과 깨달음도 본래는 하나라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존 불상 중에는 비로자나불이 그다지 많지 않으나 경주 불국사 비로전의 금동비로자나불좌상, 대구 동화사 비로암석조비로자나불좌상, 철원 도피안사철조비로자나불좌상 등에서 지권인의 작례를 찾아 볼 수 있다.

아미타여래의 미타정인은 선정인(禪定印)이 약간 변형된 수인이다. 그 형태는 무릎 위 단전 아래에 먼저 왼손을 놓고 그 위에 오른손을 포개 놓은 다음 집게손가락을 꼬부려서 엄지의 끝을 마주대서 집게손가락이 서로 닿게 한다. 따라서 입상일 때는 설법인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미타정인에는 9품(品)이 있어 이를 아미타여래 9품인이라고 한다. 즉, 극락세계에 왕생하는 무리를 상.중.하 3품으로 나누고 이를 각기 또 3생으로 나누어 9단계의 수인으로 나타낸다.

먼저 상품상생인(上品上生印)은 선정인과 동일한 것으로 왼손 위에 오른손을 놓고 손바닥을 위로 하여 집게손가락을 구부려 엄지에 댄다. 그리고 상품중생인(上品中生印)은 같은 손 모습에서 중지를 구부려 엄지에 대며, 상품하생인(上品下生印)은 무명지를 구부려 엄지에 대는 모습으로 된다.

사진설명: 전법륜인 (법주사마애여래의상, 보물 제216호, 고려시대, 법주사)
중품(中品)의 수인은 두 손을 가슴 앞까지 들고 손바닥은 밖으로 하여 나타낸 수인인데, 먼저 중품상생인은 두 손의 집게손가락을 엄지와 마주대고, 중품중생인은 장지를 서로 대고, 중품하생인은 약지를 대는 모습이다. 하품의 수인은 오른 손은 가슴까지 들어서 손바닥을 밖으로 하고, 왼손은 무릎 위에 놓아서 선정인과 같은 형상이다. 이 때 상생은 검지와 엄지를 대고, 중생은 장지와 엄지를, 하생은 약지와 엄지를 대게 된다.

부처님의 근본 5인은 선정인.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전법륜인(轉法輪印).시무외인(施無畏印).여원인(與願印)을 말한다. 또는 시무외인과 여원인을 한데 묶고 천지인(天地印)을 포함시키기도 한다. 선정인은 법계정인과 동일한 형태로, 삼마지인(三摩地印)이라고도 한다.

항마촉지인은 부처님의 정각(正覺) 성취를 상징하는 수인이다. 그 형태는 결가부좌한 자세의 선정인에서 오른손을 오른쪽 무릎에 얹어 손가락으로 땅을 가리키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이를 촉지인(觸地印) 또는 지지인(指地印)이라고도 한다. 항마촉지인은 우리나라 불상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수인으로, 경주 석굴암 본존불,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의 본존불, 경주 남산미륵곡석불좌상, 합천 청량사석조여래좌상의 수인이 대표격이 된다. 그럼 여기서 항마촉지인의 유래를 살펴보자.

부처님이 성도하기 전에 보리수나무 밑 금강보좌에 앉아 선정에 들었을 때의 일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정각을 성취하지 못하면 이 자리를 떠나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한다. 그 때 마왕 파순은 권속을 이끌고 와서 갖가지의 방해를 하게 된다. 마왕은 먼저 염욕(染欲).능열인(能悅人).가애락(可愛樂)이라는 3인의 미녀를 보내서 교태를 보이면서 세속의 쾌락이 출가의 즐거움보다 더하다고 하면서 유혹하려 하였다. 그러나 이 시도가 성공하지 못하자 최후의 수단으로 악마 세계의 모든 세력을 동원하여 힘으로 쫓아내려고 하였다.

사진설명: 여원.시무외인 (금동보살입상, 보물 제333호, 삼국시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이 때 제1의 지신(地神)이 앞에 나타나 도와주고자 하였으나 부처님은 “걱정하거나 겁내지 말라. 나는 인(忍)의 힘으로 기어이 악마를 항복시킬 것”이라고 자신에게 타일렀다. 마왕은 칼을 석가모니 부처님께 들이 대면서 “비구야, 나무 아래 앉아서 무엇을 구하는가. 빨리 떠나라, 너는 신성한 금강보좌에 앉을 가치가 없는 자”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이에 석가모니 부처님은 “천상 천하에 이 보좌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은 나 한 사람뿐이다. 지신이여, 이를 증명하라”고 하면서 선정인의 상태에서 오른손을 풀어서 검지로 땅을 가리켰다. 이때의 손의 모습이 항마촉지인이다.

전법륜인은 석가모니의 설법을 상징하는 수인이다. 즉, 처음 정각을 이룬 석가모니 부처님은 그를 따라다니면서 수행하던 다섯 명의 비구를 위하여 녹야원에서 고(苦).집(集).멸(滅).도(道)의 사제(四諦) 법문을 설했다. 이 같은 설법의 모습을 나타내는 수인으로 왼손과 오른손의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각각 맞대고 나머지 손가락은 펴며, 두 손은 가까이 접근시킨 모습을 나타낸다.

시무외인은 모든 중생에게 무외(無畏)를 베풀어 두려움에서 떠나 온갖 근심과 걱정을 없애 주는 수인이다. 즉, 다섯 손가락을 가지런히 펴서 손바닥을 밖으로 하여 어깨 높이까지 올린 모습이다. 여원인은 여인(與印)이라고도 하며 부처가 중생에게 대자(大慈)의 덕을 베풀어 중생이 원하는 바를 달성하게 하는 수인이다. 형상은 다섯 손가락을 편 상태에서 손바닥을 밖으로 하여 손 전체를 내린 모습으로, 시무외인과 반대의 위치에 손이 있다.

천지인은 탄생불의 수인이다. 즉, 석가모니 부처님이 탄생하자마자 사방 7보를 걷고 한 손으로는 하늘을 가리키고, 또 한 손으로는 땅을 가리키면서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고 한 데서 유래된 수인이다. 형상은 반라(半裸)에 한 손은 하늘을, 한 손은 땅을 가리키는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들 여러 가지 수인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으나, 삼국시대에는 여원.시무외인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아미타의 9품인 역시 9품인을 그대로 나타내는 예는 드물고 대부분 선정인.설법인 또는 항마촉지인을 나타내고 있다. 이로 인하여 아미타불과 석가여래의 조각상일 경우 그 명칭이 수인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없지 않다.

허 균 / 한국민예미술연구소장

[불교신문 2238호/ 6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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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백송김실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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