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형대좌.연꽃좌.사자좌 등 종류.형태 다양
‘생령좌’는 善을 보호하고 惡 없애는 것 상징
원각사지십층석탑 본존 대좌는 유일한 牛座
불상이나 보살상 등 불교의 존상들은 대좌를 갖춤으로써 신상으로서의 형식과 내용이 비로소 완성된다고 말할 수 있다. 불교 존상의 대좌는 단순한 받침 기능만하는 것이 아니라 존상의 성격과 권능을 배후에서 암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서양 신상의 대좌가 단순한 받침 기능만 하고 있는 것과 크게 대조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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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상현좌. 군수리석조여래좌상(보물 제329호). 백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
불교 존상이 앉거나 서는 대좌의 종류에는 연화좌를 비롯하여 수미단을 형상화한 방형대좌와 사자, 코끼리와 같은 동물 형태의 대좌에서부터 바위, 구름 형태의 대좌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와 형태가 매우 다양하다. 이 많은 대좌 중에서 가장 중요시 되고 보편화 되어 있는 것이 연화좌이다. 연꽃이 부처님이 앉는 자리가 된 이유와 연꽃 중에서도 부처님의 연화좌의 연꽃이 가장 뛰어난 이유를 〈대지도론(大智度論)〉 권8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평상(平床)은 세속의 속인들이 앉는 자리이다. 연꽃은 부드럽고 깨끗한데, 신통의 힘으로 능히 그 위에 앉아도 꽃이 무너지지 않는다. 또 모든 꽃은 모두 작아서 이 꽃보다 향기롭고 맑고 큰 것이 없다. 인간 세상의 연꽃은 키도 자(尺)를 넘지 못하나 노타기니 못과 아나바달다 못의 연꽃은 크기가 수레나 일산과 같다. 그러나 하늘 위의 보배 꽃은 이보다도 더 커서 가부좌를 틀고 앉을 만하지만 부처님께서 앉으신 연꽃은 이보다 백.천.만.억곱이나 더 수승하다. 또, 이 꽃의 연화대는 장엄하고 깨끗하고 향기롭고 묘하여 앉을 만하다.”
한편, 〈불설무량수경〉에서는 연꽃과 부처님에 대해 말하되, “하나하나의 꽃 가운데서 36백천억의 광명을 발하고, 그 하나하나의 광명 속에는 36백천억의 부처님께서 나투시니, 그 몸의 색은 자금색이고 상호는 특별히 수승하시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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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연화좌. 통일신라. 국립경주박물관 소장. |
유물을 통해 확인되는 연화좌의 꽃잎의 개수는 대개 8잎에서부터 12여 잎 정도이며, 그 이상의 것도 적지 않다. 연꽃의 형태는 꽃잎의 끝이 아래를 향한 복련(伏蓮)과 위를 향한 앙련(仰蓮)의 두 가지가 종류가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연 잎에 보상화문 등 장식문양으로 신비롭게 장엄한 예도 찾아 볼 수 있다.
연꽃 대좌와 함께 부처님이 앉는 자리로 자주 거론되고 있는 것이 사자좌이다. 불교에서는 부처님이 설법을 시작할 때 흔히 “사자좌에 오른다”는 표현을 쓴다. 이와 관련해 〈대지도론〉 권7에서는 문답형식을 통해 그 말의 본뜻을 이렇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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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사자좌. 원각사지십층석탑(국보 제2호). 조선, 서울 탑골공원 소재. |
사자가 용맹하여 모든 동물들을 항복시키는 것과 같이 부처님 역시 일체 중생과 외도를 항복시킨다. 인사자(人獅子)인 부처님이 자리에 앉아 사자후로써 설법하기 때문에 그 자리를 사자좌라고 말하는 것이지 대좌가 사자 모양으로 되어 있어 사자좌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문수보살의 경우를 제외하고 부처님이 사자좌에 앉아 있는 유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원각사지십층석탑에서 여래가 사자좌에 앉아 있는 모습이 확인되었다. 이 여래상은 탑신 북쪽 면의 용화회(龍華會) 장면 속에 포함되어 있는데, 대좌의 사자는 목과 등, 겨드랑이에 갈기가 풍성한데, 목에 방울을 달고 가슴을 땅에 댄 채 날카로운 눈매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앞발로 버티고 서서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 일체 중생을 항복시키는 인사자-여래의 모습을 방불케 한다. 결국 이 대좌의 사자는 중생 구제를 위해 사자후로써 설법하는 여래의 모습을 실제의 사자 형상을 빌어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여래가 사자좌에 앉은 경우가 매우 드문 것과는 반대로 문수보살이 사자좌에 앉거나 서있는 모습은 흔하게 볼 수 있다. 문수보살은 연화좌에 앉아 왼손에는 푸른 연꽃을 든 모습으로 나타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자좌에 앉아 있는 것이 그보다 더 정형에 가까운 것이라 할 수 있다. 송광사의 목조삼존불감(국보 제42호)의 문수보살은 사자좌에 앉아 있는데, 사자좌가 문수보살의 정체(正體)와 권능을 극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문수보살과 대(對)를 이루고 있는 보현보살은 코끼리를 대좌로 삼고 있다. 이 또한 문수보살의 사자좌의 경우처럼 보현보살의 권능과 성격을 드러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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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우좌(牛座). 원각사지십층석탑. 조선. 서울 탑골공원 소재. |
이 대좌의 유래와 의미에 대한 연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지만 한 가지 추측 가능한 것은 힌두교의 신인 시바와 그의 도상(圖像)과의 관련성이다. 힌두교의 주요 신들은 탈것을 가지는데, 시바 신 역시 난디라고 하는 흰 소를 탈것으로 거느리고 있다. 따라서 경천사탑의 우좌의 여래상은 시바신의 도상을 원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대좌는 이상과 같은 종류 외에도 상현좌(裳懸座), 방형대좌, 원형대좌, 생령좌(生靈座), 의자좌(椅子座), 암좌(岩座), 운좌(雲座) 등이 있다. 상현좌는 ‘옷이 걸쳐져 있는 대좌’라는 뜻으로 결가부좌한 불상이 입은 옷자락이 밑으로 내려와 대좌를 덮고 있는 형식을 말한다.
작례로는 백제시대의 부여 군수리사지 납석제불좌상이 유명하다. 방형대좌는 그 모습이 수미산과 비슷하다고 하여 수미좌라고도 하는데, 작례로 청량사 석조석가여래좌상의 대좌와 성주사 석대좌 등이 있다. 원형대좌는 원통형에 연꽃 등을 새긴 것과 둥근 모양에 8각형 등의 장식을 가한 것이 있으로, 석굴암본존불의 대좌가 대표적 작례이다.
생령좌는 천인에서부터 아귀축생에 이르는 모든 생물을 대좌로 삼은 형식으로, 선을 보호하고 악을 없애는 신중의 본서(本誓)를 드러내기 위한 방편으로 조성된 것이며, 주로 명왕이나 신장 입상의 대좌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석굴암 사천왕상 및 팔부중상 등이 있다. 의좌는 의자를 대좌로 취한 형식으로, 조선시대의 고승상, 나한상, 시왕상 등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운좌는 말 그대로 구름 형태의 대좌로서 주로 공양비천상이나 공양보살상 등에서 나타나는데, 성덕대왕신종의 공양비천상이 으뜸이다.
한편, 밀교에는 오수좌(五獸座)라고 하는 개념이 있는데, 중앙 대일여래는 사자좌, 동방 아촉여래는 코끼리좌, 남방 보생여래는 말좌, 서방 아미타여래는 공작좌, 북방 불공성취여래는 금시조좌에 앉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개념에서 나온 부처님 대좌는 찾아볼 수 없다.
허 균 한국민예미술연구소장
[불교신문 2234호/ 6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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