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로 깨달음의 세계 인도’ 상징


금강경(金剛磬), 또는 금강요령이라고도 하는 금강령(vajra-ghanta)은 요령의 손잡이 끝에 금강저의 끝부분과 같은 모양의 장식이 달려 있어 그렇게 불린다. 금강령은 밀교 의식에 필수적인 법구로서 항상 금강저와 함께 사용되는데, 집단의식을 행할 때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수행할 때도 사용한다. 금강령으로써 소리를 내는 목적은 중생들로 하여금 모든 불보살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케 하고, 최상승의 가르침이 금강령의 소리처럼 일체 중생의 마음 속에 편입(遍入)되기를 기원하는 데 있다.

<송광사 금동요령>
밀교란 부처의 깨우친 진리를 은밀하게 드러내는 불교의 한 교파다. 밀교사상의 이론적 원리를 밝힌 〈대일경(大日經)〉과 실천법의 체계를 세운 〈금강정경(金剛頂經)〉이 밀교의 근본경전들이다. 이에 따르면 밀교는 법신불인 대일여래를 중심으로 한 태장계와 금강계의 수행법을 닦아 익히면 이 육신 자체가 바로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즉신성불(卽身成佛)을 강조한다. 밀교에서는 그러한 수행과 의식에 필요한 신비로운 법구들을 갖추고 있는데, 금강령도 그런 법구 중 하나이다.

밀교의 금강계 만다라의 37존(尊) 중에 사섭보살의 개념이 있다. 사섭보살은 금강구(金剛鉤).금강삭(金剛索).금강쇄(金剛鎖).금강령(金剛鈴)을 일컫는 것으로, 보살이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마치 갈고리와 같은 방편을 사용해서 중생을 이끌고, 쉽게 벗어나지 못하게 밧줄과 자물쇠로 잡아 두며, 마음을 경각시키는 것을 각각 구(鉤), 삭(索), 쇄(鎖), 영(鈴) 등에 비유한 것이다. 사섭보살 중에서 금강령보살은 오른손에 금강령을 들고 있는 것을 삼매야형으로 삼고 있는데, 이 때 금강령은 그 소리로써 매어 둔 사람들의 마음을 가다듬게 함은 물론 일체중생의 고통을 끊어 없애고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오게 하는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금강령보살을 일명 편입대보살(編入大菩薩)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것은 금강령을 흔들어 나는 소리가 모든 사람들의 일체의 몸과 마음속으로 두루 스며들기 때문이다. 금강령의 묘한 소리는 듣는 이의 몸과 마음 속 깊이 스며들어 갈마부(磨部 : 금강계의 5대 월륜(月輪) 중에서 북방을 가리킴. 중생을 위해 자비를 베풀어서 갖가지 일을 성취시켜 주는 부분임)의 세계로 끌려 들어가게 하며, 불보살에 대한 환희심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금강령을 삼매야형으로 삼고 있는 존상은 금강령보살 말고도 대예적금강이라는 것이 있다. 대예적금강은 더러운 것을 제거해 주는 명왕으로, 금강령을 손에 든 모습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그 예로써, 용주사 대웅전 신중탱화 중앙에 예적금강신이 화염형 거신광을 배경으로 앉아 있는데, 6개의 손에 금강저.법륜.보검 등과 함께 금강령을 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밖에도 금강계 만다라의 37존 중 17번째의 금강미보살도 무상법미(無上法味)를 알고 있음으로, 그 기쁨을 알리기 위해 금강령을 들고 있고, 북방 갈마부의 불공성취여래의 권화(權化)인 금강야차명왕도 활, 칼 등과 함께 금강령을 들고 있다.

집령진언인 ‘옴 바즈라 카데 훔’ 독송하며

일체중생의 고통소멸 기원…일명 ‘요령’

고려이후 제작 송광사 금동요령 현존 最古

갈퀴 수에 따라 독고.삼고.오고령 명명


밀교 의식에서 금강령을 사용할 때는 금강저는 오른손에, 금강령은 왼손에 들고 하는 것이 정식이다. 우리나라에 전해지고 있는 〈진언집(眞言集)〉에 의하면 금강령을 흔들 때에는 집령진언(執鈴眞言)인 ‘옴 바즈라 카데 훔’을 독송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수행자는 금강저와 금강령을 잡고 의식을 수행하면서 공(空)과 대열락이 둘이 아님을 명상하고 부처를 이룰 수 있는 최상승의 가르침이 금강령의 소리와 더불어 일체 중생의 몸과 마음에 편입되기를 기원한다. 의식이 끝난 후 금강령을 자리에 내려놓을 때는 두 팔을 엇갈리게 하여 금강저는 왼쪽에 요령은 오른쪽에 오도록 놓는데, 그 이유는 금강령이 남성 에너지인 금강저와 대조적으로 여성 에너지를 가지고 있고, 또한 보현(普賢) 경지의 상징이라는 것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뇌사 금강령>
금강령의 구조는 종신(鐘身), 손잡이, 고부(部)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속이 빈 종신 안에 달려 있는 탁설(鐸舌)이 요령을 흔들면 종신을 때려 소리를 내게 되어 있다. 때로 물고기, 또는 서수(瑞獸) 형상의 탁설이 달려 있는 금강령도 찾아 볼 수 있다. 장식은 주로 종신에 베풀어지는데, 현존 유물을 대상으로 그 문양의 내용을 살펴보면, 연판(蓮瓣), 용 등 불교문양, 보살, 비구 등 수행자, 사천왕, 금강역사, 팔부중, 천인 등의 호법신중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손잡이는 금강령을 흔들 때 잡는 부위를 말하는 것으로, 손바닥이 닿는 부분이 볼록하고, 양 끝에 연꽃문양이 장식되어 있는 등 금강저와 모양이 비슷한 점이 많다. 고부는 손잡이 윗부분으로 제석천의 무기인 금강저의 형태를 차용하고 있다. 종류는 갈퀴가 몇 개인가에 따라 명칭이 달라진다. 1개일 경우 독고령, 3개는 삼고령, 5개는 오고령이라 한다. 이 세 종류에 보주령(寶珠鈴)과 보탑령(寶塔鈴)을 더하여 특별히 오종령(五種鈴)이라고 부른다. 이 밖에 부처와 신중을 묘사한 불상령(佛像鈴)이 있고, 낱낱의 범어 글자를 새긴 종자령(種子鈴) 같은 것도 있다.

우리나라 독자적인 금강령이 제작된 것은 고려시대 이후, 즉 티베트와 몽골불교가 전래된 이후의 일로 여겨진다. 현존 금강령 유물 가운데서 대표적인 것 몇 가지를 골라 보면, 먼저 순천 송광사금동요령(보물 제176호)이 유명하고, 청주 사뇌사금강령, 경북대학교 박물관 금강령, 국립중앙박물관 금강령 등도 볼만하다. 이밖에 양산 통도사, 김천 직지사, 계명대학교, 호림미술관, 호암미술관 등에도 고려와 조선의 금강령 유물이 소장되어 있다.

송광사 금동요령은 고려 전기에 제작된 것으로 높이 20.6㎝, 지름 6.6㎝의 청동제이다. 종신은 4각형이고 각 면이 부풀어 둥근 형태를 띠고 있다. 종신에 마디가 하나 있는 비교적 긴 손잡이가 달려 있는데, 손잡이 아랫부분은 둥글며, 큼지막한 꽃이 한 송이씩 아래를 향하고 있다. 몸 전체 각 면을 구분하는 모서리와 입구 주위에 양각의 굵은 선을 돌리고 그 테두리 안에 몸을 꼬며 위로 치솟는 용 한 마리와 그 사이 공간에 구름무늬를 도드라지게 새겼다. 각 면에 새겨진 문양 내용과 시문 기법은 모두 같으며, 종신의 입 부분은 중앙에 반원형을 만들어 단조로움에 변화를 주었다. 이 요령은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요령 중에서 걸작에 속하며 제작 연대도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993년 청주시 사직동 무심천변에서 다른 유물들과 함께 사뇌사금강령이 발굴되었다. 삼고령 형식의 이 금강령의 손잡이는 북 모양의 마디가 3곳에 있는데, 중앙 마디에 어자문(魚子文)이, 위아래 마디에는 짧은 선이 표현되어 있다. 종신은 여섯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 면에는 악귀를 밟고 무기를 들고 있는 사천왕, 구름을 타고 서있는 제석천, 범천 등 모두 여섯 개의 상이 부조되어 있다. 종신의 윗면은 앙련과 복련이 장식되어 있고, 아랫면에는 연주문의 테가 둘러져 있다. 종신 내부에 물고기 모양의 탁설이 달려 있었으나 현재는 떨어져 나와 있는 상태이다.

한편, 경북대 박물관에 고려와 조선시대의 금강령이 소장되어 있는데, 고려 금강령은 금동제이고, 조선 금강령은 청동으로 만들어졌다. 먼저 고려 금강령을 살펴보면, 오고령의 손잡이는 연꽃 대좌를 형상화하였고, 몸통은 종의 형태를 하고 있는데 다섯 면으로 나누어 불법을 수호하는 오대명왕을 새겼다. 이런 연유로 이 금강령을 금동오고오대명왕령(金銅五五大明王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종신에 긴 막대 모양의 탁설이 달려 있어 흔들면 청아한 소리가 난다. 조선시대 금강령은 2개의 갈퀴가 양방향에서 중심의 창을 에워싸는 삼고령 형태로 되어 있다. 손잡이는 사람의 얼굴을 형상화하였으나 마모가 심하여 알아보기 힘들다. 위쪽에 손잡이와 연결되는 부분은 화문이 양각되어 있고, 종신의 구연부는 선문이 뚜렷이 양각 되어 있다. 종신 안에는 탁설을 다는 고리만 남아있을 뿐 탁설은 보이지 않는다.

요즘 사찰에서 흔히 사용하는 요령을 보면 종신에 장식이 없거나, 손잡이 장식이 단순화 되어 있는 등 전통의 금강령과 비교할 때 공예적 아름다움이 덜하다. 그러나 그런 외적인 것과는 상관없이 수행자는 오늘도 역시 요령을 잡고 의식을 행한다. 의식을 행하면서 수행자는 말이나 생각으로 헤아릴 수 없는 성불의 경지가 요령의 소리를 통해 모든 불자들에게 두루 편입되기를 기원한다. 실로 금강령의 존재 의미는 외형이 아니라 소리에 있음을 알게 해준다.

허 균 한국민예미술연구소장

[불교신문 2223호/ 4월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