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사 팔각구층석탑‘귀족적’ 고려불교 특징 고스란히 |
층마다 화려한 장식 ‘국보48호’ 남한 유일 고려 다각다층 석탑 2층탑신부터 같은 높이 ‘독특’ 강원도 평창 오대산 월정사. 자장율사가 중국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돌아와 창건한 이 사찰은 한암.탄허스님 등 선사들이 수행하던 곳이다. 오랜 역사만큼 많은 성보가 전해지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적광전 앞에 있는 국보 48호 팔각구층석탑이다. 10세기 무렵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탑은 현재 남한에 남아있는 유일한 고려시대 다각다층(多角多層) 석탑이다. 오늘날 찾아볼 수 없지만, 문헌에 따르면 다각다층은 고구려 탑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이후 고려시대에 다시 다각다층 탑이 조성됐는데, 이는 옛 고구려의 영광을 이은 고려가 양식을 본떠 조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월정사 팔각구층탑은 화려한 것으로 익히 잘 알려져 있다. 보통 상륜부는 아래에서부터 위쪽으로 노반(露盤).복발(覆鉢).앙화(仰花).보륜(寶輪).보개(寶蓋).수연(水煙).용차(龍車).보주(寶珠)순으로 구성되는데, 팔각구층탑은 이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상륜부를 받치고 있는 앙화(仰花)는 2중으로 된 연꽃모양으로 조각수법이 뛰어나며, 아홉 개의 원형돌로 된 보륜은 저마다 꽃모양으로 조각돼 있다. 높이 솟은 찰주에 꽂혀 있는 여러 부재는 탑의 화려함과 상승감을 더해준다. 각 층마다 달려있는 풍경 장식도 인상적이다. 작은 종 모양의 풍경은 지붕돌 처마마다 8개씩 달려다. 일부 손실된 것도 있지만, 상륜부 것까지 포함하면 모두 80개의 풍경이 탑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청동으로 만들어진 풍경과 금동으로 만들어진 상륜부 장식은 10세기 무렵 고려시대의 금속공예 수법을 살필 수 있어 중요한 자료가 된다. 탑신부 역시 독특하다. 일반적인 석탑이 위층으로 올라 갈수록 탑신의 크기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과 달리 월정사탑은 2층 탑신부터 거의 같은 높이를 유지한다. 대신 옥개석의 크기를 안정감을 유도했다. 또 1층 탑신의 4면에는 작은 규모의 감실도 있다. 1000여년의 세월을 지내오면서 풍화와 전쟁의 위험까지 겪은 월정사 탑은 급기야 쓰러질 지경에 처해져, 1970년 해체.수리작업에 들어갔다. 당시 탑신부 해체과정 중 1층 탑신에서 수정사리병과 사리를 포함한 사리장엄구가 발견됐고, 5층 탑신에서 은제여래입상이 출토돼 현재 월정사성보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월정사 팔각구층탑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일명 약왕보살상(藥王菩薩像)이라고도 불리는 보물 제139호 석조 보살좌상(菩薩坐像)이다. 원통형 보관(寶冠)을 쓰고 오른쪽 무릎은 바닥에 대고, 왼쪽 무릎은 구부려 세워 왼쪽 팔꿈치를 받치고 두 손으로 공양을 올리는 모습을 한 이 보살상은 3~4년 전까지만 해도 탑의 남쪽에서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풍화가 심하고 도난의 우려가 있어 성보박물관 안으로 옮겨졌다. 반면 탑에 공양을 올리는 보살의 깊은 신심이 전해지기 위해서는 보살상이 탑 옆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의견도 높다. 보살상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복제품을 조성해 모시는 것은 어떨까. 성보 훼손과 도난의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불교신문 2312호/ 3월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