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라만상 깨우는 등불 되리라… 기축년 새해가 밝았다. 구례 화엄사 각황전 석등(국보 제12호) 앞에 홀로 서서, 동 터오는 새해를 맞이했다. 삼라만상 두두물물 차별없이 빛을 내비춰 생명을 일깨우는 광명등이 되리라. 일심으로 발원한다. 화엄사=김형주 기자
기축년 첫 해가 희망을 안고 힘차게 솟아올랐다. 지구 역사가 시작된 후 하루도 어기지 않고 떠오른 태양이지만, 새해 첫날 가슴에 담는 해의 의미는 언제나 새롭다. 부처님께서는〈불설태자쇄호경〉에서 “일체의 초목을 태우거나 파괴 말고 물을 유실시키거나 대지 말며, 자르고 베지 말라. 모든 것에는 생명이 있으므로 죄 없는 중생을 다치게 하거나 목숨을 괴롭혀선 안된다”며 모든 생명을 자비심으로 대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인류는 겸손하지 못하고 끝없이 자연을 파괴하고 괴롭혀 왔다. 특히 근대 100년간 과학문명이라는 이름 아래 지구는 파헤쳐지고 난도질 당했다. 이 결과 빙하가 녹아 바다 수면이 높아지고, 기후 온난화로 지구는 점점 허약해지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인간의 욕심이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는데 있다. 부질없는 탐욕으로 지구의 온몸에 상처를 입히는 일을 서슴지 않고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무상하다고 누누이 지적한 ‘허망한 힘’을 가진 자들을 위한 욕심이어서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새해를 맞이한 지구의 오늘은 여전히 참담할 뿐이다.
그렇다고 절망의 늪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지구에 생명을 불어넣고, 인류가 함께 사는 길은 ‘공존의 지구’를 만드는 것이다. 부처님은 연기법(緣起法)을 제시하며 “남을 나처럼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존재의 존엄을 인정하고, 남을 배려할 때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선연(善緣)이든 악연(惡緣)이든, 지구와 인류는 헤어질 수 없는 공업중생(共業衆生)이다.
법전 종정예하는 신년법어에서 “세계는 보리(菩提)가 널리 퍼져 군생(群生)이 도업(道業)을 이룬다”고 했다. 새해 첫날 대지에 골고루 빛을 나누어 주는 태양처럼 우리들도 ‘공존의 삶’을 발원해야 하지 않을까.
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
[불교신문 2490호/ 1월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