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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사 북미륵암 마애여래좌상

해남 대흥사 참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가 바로 북미륵암(이하 북암)이다. 본사에서 40분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북암에 올라가면, 보물 301호인 3층 석탑과 함께 국보 308호인 마애여래좌상을 친견할 수 있다. 고려시대 초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북암 마애여래좌상은 가로 8m, 총 높이 6m 크기의 암석 위에 돋을새김(浮彫)으로 새겨져 있다.

‘전설 따라’ 천년을 지켜온 부처님

원래 보물 48호였던 이 마애불이 국보로 지정된 것은 지난 2005년 9월. 마애불을 둘러싸고 있던 용화전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상단부와 하단부 전체가 드러나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먼저 본존불을 살펴보면, 전체 높이는 485cm, 몸 길이는 350cm다. 연화문 대좌 위에 앉아있으며, 항마촉지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상호는 둥글넓적하고 원만한 모습인데, 통일신라 때 조성된 대부분의 불상이 계란형이었던 것이 고려시대로 오면서 상호가 사각형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대흥사 북미륵암에 조성된 마애여래좌상. 현재 보호각 건립이 한창이다.

암석 위 돋을새김…고려초 조성

용화전 해체과정서 전체 드러나

2005년 보물서 국보 308호 격상

눈은 일자형으로 눈꼬리만 약간 치켜 올라갔고, 앞 눈썹에서 코로 이어지는 선은 긴 콧대가 입체적으로 표현돼 있다. 굳게 다문 입술은 근엄함을 더한다. 불두 주변에는 세 겹의 두광이 있으며, 다시 세 겹의 선으로 신광(身光)이 표현돼 있다. 두광과 신광 주변은 불꽃무늬(火焰紋)로 장엄돼 있다. 불두 위에는 암석이 갈라진 흔적이 여실히 드러난다.

북암 마애불은 특히 목이 유난히 굵고 짧다. 보통 부처님 목주름은 삼도(三道)라고 해서 세 줄로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마애불은 두 줄만 조각해 목이 더 짧게 보이게 한다. 부처님이 입고 계신 법의는 양쪽 어깨에 걸친 통견으로 가슴 중앙에는 내의를 입고 있다. 옷주름은 거의 비슷한 간격으로 촘촘하게 조각해 놓았고, 왼쪽 어깨에는 두 줄의 가사띠를 묶은 고리도 확인할 수 있다.

부처님이 앉아 계신 대좌는 꽃뿌리가 아래로 향한 12엽의 복련(覆蓮)과 연꽃이 위로 향한 모습의 앙련(仰蓮) 11엽이 중첩돼 있다.

본존불 좌우의 상.하단에는 4구의 비천상이 조각돼 있다. 상단 좌우측의 비천상은 한 쪽 다리는 완전히 구부리고 다른 발은 절반만 구부린 채로 연화대에 앉아 있는 모습이다. 모두 화관을 썼고 가슴에는 영락장식을 했다. 하단의 비천상은 무릎을 꿇고 마애불을 올려보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와 함께 왼쪽의 비천상은 향로를 높이 들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북암 마애불에는 전설이 전해져온다. 〈나만의 남도 여행〉(한얼미디어 2006)에 소개된 내용을 보면, 옛날 천동과 천녀가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 지상에 내려가 불상을 조각하라는 명을 받았다고 한다. 낮 동안에 불상을 조성하지 못하면 다시는 천상으로 갈 수 없게 된 두 사람은 꾀를 내 천년수에 해를 묶어 해가 지지 못하게 하고, 천동은 남암에서, 천녀는 북암에서 불상을 각각 조각했다.

그러나 천동보다 일찍 조각을 끝낸 천녀가 빨리 천상으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에 해를 묶어놓은 줄을 끊는 바람에, 천동은 영원히 하늘로 올라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암과 남암에 가보면 이 전설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데, 북암에는 마애여래좌상이, 남암에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미륵불입상이 조성돼 있다.

어현경 기자

[불교신문 2333호/ 6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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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백송김실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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