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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에 의해 두 번이나 ‘훼손’

⑫ 흥법사 진공대사탑부석관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야외에 전시돼 있는 보물 365호 흥법사 진공대사탑부석관은 충담스님의 부도와 관련 유물을 담았던 석함(石函)을 가리킨다. 본래 통일신라 말기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는 원주시문화재자료 45호 흥법사지에 세워져 있던 것들이다.


임란 땐 ‘수탈’ 일제 땐 ‘옮기다’ 파손

귀부ㆍ이수만 옛 사찰 터 지키고 있어



부도의 주인인 진공대사 충담(忠湛, 869~940)스님은 통일신라에 이어 고려 초기에도 왕사를 지낸 인물이다. 신라 귀족가문 출신으로 진성여왕 3년(889) 무주(현 광주) 영신사에서 구족계를 받았다. 당나라에서 유학한 뒤 효공왕(孝恭王, ?~912) 때 귀국해 왕사가 됐는데, 고려 건국 초기에도 태조의 왕사로 활동했다. 태조는 흥법선원을 다시 중건해 스님을 주석토록 했다. 그리고 충담스님 입적 후에는 진공대사라는 시호를 내리고 비를 세웠는데, 태조가 손수 비문을 짓고, 최광윤이 당나라 태종의 글씨를 집자했다고 한다.

<사진>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야외에 전시돼 있는 보물 제365호 흥법사 진공대사탑부석관.

빼어난 글씨로 인해 ‘천하의 보물’로 평가되던 이 탑비는 그러나 아쉽게도 임진왜란 때 훼손됐다. 왜구들이 이 비의 몸돌을 수레에 싣고 가다가 부러뜨려 한 조각만 들고 갔다는 것이다. 남아 있던 반쪽은 관아에 보관돼다 다시 분실됐으며, 1912년 일본인 세키노 타다시가 흥법사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풍파를 겪은 탓에 여러 조각으로 몸돌이 나눠진 탑비는 이듬해인 1913년 총독부 박물관으로 이관됐다. 지금은 진공대사탑비귀부 및 이수(보물 제463호)와 함께 삼층석탑(보물 464호)만이 쓸쓸하게 옛 터를 지키고 있다.

스님의 부도와 석관이 총독부 박물관으로 옮겨진 것은 1931년이다. 탑이 처음 반출된 시기는 명확하지 않지만 1911년 이전으로 보인다. <석조문화재 그 수난의 역사>에 따르면, 일본인이 서울로 반출한 뒤 1920년 후반에 또다시 일본인에 의해 탑골공원으로 옮겨졌으며, 1931년 염거화상탑과 함께 총독부로 이관됐다고 한다. 당시 염거화상탑 지대석을 찾기 위해 흥법사지를 조사하던 오가와 케이기치가 이곳에서 진공대사 석관의 탑의 지대석 일부를 발견하고 총독부로 가져갔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석관의 일부는 파손됐다.

중간부분의 결실로 비문 판독이 어려워지긴 했지만 모두 스님이 입적한 해인 940년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부도는 고려 초기 승탑 가운데도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높이 2.91m로 팔각의 원당(圓堂)모양이며, 지대석과 기단부, 탑신석, 옥개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상.중.하대석의 기단부는 팔각형에 각각 연꽃형태를 이루고 있다. 한 개의 돌로 된 탑신은 8각의 모서리마다 꽃무늬가 조각돼 있으며 앞뒤 면에는 자물쇠가 달린 문짝이 새겨졌다. 옥개석을 보면 탑신 위에 3단의 받침과 2중으로 된 서까래와 함께 기왓골이나 암막새와 수막새 등의 기와가 사실적으로 표현돼 있어 당시 목조건축의 경향을 보여준다. 1911~1912년 사이에 찍은 사진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상륜부는 이후 보개 윗부분이 유실된 상태로 전해온다.

함께 있는 석관은 경전과 같은 스님과 관련된 유물을 담아두었던 함으로, 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어 가치를 더한다.

공교롭게도 진공대사탑과 석관, 비의 몸돌은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를 거쳐 모두 일본에 의해 훼손됐다. 이 문화재들이 떠난 자리에는 삼층석탑과 진공대사비의 귀부ㆍ이수만 덩그라니 남아 있다. 그나마도 주변이 온통 경작지라 사지 보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불교신문 2516호/ 4월11일자]

Posted by 백송김실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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