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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의 지혜를 읽어가고

불회사 템플스테이의 대표 프로그램인 다도 체험.
맑고 맑은 찻잎에 새겨진
선사의 지혜를 읽어가고
담박한 음식에선 불법의 심미 전해
■ 내 인생의 템플스테이- 나주 불회사
마음 찾아, 나를 찾아보고자 마음을 먹고 속옷에 세면도구 챙겨 가방 하나 들쳐 메고 일주문 앞에 도착했다. 새벽녘 달빛이 너무나 아름다운 곳, 불회사. 나를 찾아 떠나는 그 곳으로의 아름다운 여행. 템플스테이를 온 것이다.
헐렁한 수련복에 흰 고무신. 나도 모르게 두 손이 자꾸 모아지는데 마음은 허상만 좇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물 한 바가지를 벌컥 벌컥 마신다. 십선계를 조목조목 외우며 절하고 참회진언을 외우지만 의식은 또 한 번, 두 번 자신을 가둔다. 양다리를 틀고 앉아 나를 찾아봤지만 보이는 것은 졸음뿐이고, 보이는 것은 문밖 백일홍 나무에서 사이좋게 놀아대는 까치 부부뿐이다.
1배 또 1배…떠오르는
관세음보살님의 미소에
내가 살아있음을 ‘감사’
나도 모르게 순간 마음속에서 울컥 해지는걸 느끼며, 열심히 절을 하고 바라다보는 천수천안관세음보살님의 미소는 그 순간 내가 살아있음을 감사하게 했다. 흰 고무신에 밀짚모자. 가지런히 모은 손에 터벅터벅 걸음까지 누가 보든 말든 나는 거기에 있고, 그 순간에 깊이 감사했다.
마음 닿는 곳으로 이리저리 걷는 산길 여기저기에 이름 모를 나무들이 서로 고개를 내밀고 졸졸 흐르는 계곡물 소리에 대낮 모기마저도 놀라 자빠지는 시간. 깨끗하게 닦은 발우를 안고 오관게 외우면서 오후불식하며 배고픔에, 먹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선방 문고리만 잡아도 지옥을 면한다 했는데 며칠을 살다왔으니 이제 지옥은 면했구나라는 부끄러운 생각을 하면서 다시 애꿎은 법당 문고리만 잡고 부처님 전에 절하고 절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와 책상에 앉으니 어느덧 손과 마음은 삶의 모습 속에 녹아나고 이런저런 모습의 내 삶에 아쉬움이 가득하다. 아쉬움 자체가 덧없다 배웠는데 나도 모르게 접어드는 그 맑은 계곡소리가 그리워 몇 자 적고 마음으로부터 관세음보살 불러본다.
송인영 / 체험후기 동상 수상작
■ 나주 불회사
불회사는 인적이 드물고 산수가 아름다운 환경을 살려 ‘사회교육의 열린 장, 사부대중의 수행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지난 1991년부터 ‘관음대참회 수련회’를 개최하고 있다.
수련원장인 정연스님은 “수련회를 하는 것은 꼭 다른 이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나 스스로 수련생들과 도반지어 함께 정진하고자 함에 그 목적이 있다. 본인의 인생 여정이 어디쯤 와 있는가를 확인하고, 나아가 바르게 살아갈 길을 정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한다. 매년 관음대참회 수련회는 하계 7~8월에 대략 4~5회에 걸쳐 4~5일 일정으로 약 200~300여명의 대중이 참여하며, 특별 템플스테이로는 녹차(비로다)만들기 체험이 있다.
사회 교육의 열린 장
사부대중의 수행공간
‘비로다’ 만들기 독특
불회사의 녹차는 1600년 전 삼한에 처음 불교를 전한 마라난타스님이 덕룡산에 와서 불회사를 창건하고 차씨를 들여와 시배된 것으로, 옛 모습 그대로 비자나무 아래에서 이슬을 머금고 자라나고 있어, 그 차의 이름을 비로다(榧露茶)라 했다.
비로다는 덕룡산에서 옛날부터 자생하는 찻잎을 채취하여 선배 스님들로부터 면면히 이어져 오는 전통적 제다법, 즉 아홉 번 덖어 만드는 방법을 그대로 지키며 만들고 있다.
찻잎을 채취하는 5~6월에 차에 관심이 있는 이들을 위한 템플스테이로, 산사문화체험과 함께 직접 찻잎을 따고, 스님들과 함께 차를 만들어 본인들이 가져가 마실 수 있는 녹차 제다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수도사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주지 적문스님에게서 사찰음식 요리법에 대해 배우고 있다.
■ 우리 사찰 템플스테이 - 수도사
황지희/ 수도사 템플스테이 실무자
내가 근무하는 수도사는 사찰음식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가지고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섭취하는 대부분의 식재료들이 농약이나 비료에 노출되어 있고,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맛을 내기 위해 각종 화학성분이 포함된 인스턴트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전통적인 사찰음식은 천연적인 식재료들을 이용하여, 자연친화적이며 건강에 도움이 되는 요리법을 일반인들이 체험하게 하고, 알려 줌으로 식생활 개선뿐만 아니라 가정의 건강에도 도움이 되게 한다.
사찰에서 음식이란 단순하게 음식을 만드는 행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만들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행자의 정신과 자세를 요구한다.
즉 사찰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청정(淸淨).유연(柔軟).여법(如法)의 삼덕(三德)을 갖추어야 함을 가르친다. 먼저 청정이란, 인공조미료나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는 청정한 채소를 가지고 맛을 내는 것으로, 계율 정신에 따라 육식은 물론 젓갈이나 오신채(파.마늘.달래.부추.흥거)를 넣지 않고 요리를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유연이란 수행정진에 힘쓰는 스님들의 위장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부드럽고 담백하게 조리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인에게도 위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자극적인 양념이나 재료를 사용하지 않아 몸의 기운을 부드럽고 편안하게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여법이란 요리를 할 때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내가 만든 요리를 먹는 사람이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는 것이다. 마치 부모가 자식을 위해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요리를 하는 것과 같다.
청정 유연 여법 ‘삼덕’ 강조
수행자 정신 담은 사찰음식
정성 다해 요리하는 과정서
‘복 짓는 수행’ 느끼게 될 것
이러한 정신과 마음을 가지고 요리를 한다면, 수행을 하는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성이 들어간 요리를 먹는 사람이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면, 자신도 행복할 것이며 복을 짓는 수행이라는 것을 느낄 것이다. 수도사에서는 사찰음식을 통하여 몸과 마음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불교의 음식문화와 계율정신을 가르치고 있다. 계율은 계.정.혜 삼학의 가장 원천적인 것으로, 음식을 통하여 계율사상을 강조하며, 좋은 식재료를 얻기 위해서는 나 혼자가 아닌 공동체적인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도 함께 가르치고 있다.
집으로 돌아간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절에서 배운 요리를 만들기 위해 준비를 하고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진정한 가족애를 느끼고, 가족들의 건강이 날로 좋아진다는 감사의 편지를 받을 때는 그 이상의 즐거움은 없다. 이것이 바로 수행이라면 아마 기쁨의 수행이리라. 그래서 날마다 나의 하루는 충만하고, 또 충만한 기쁨으로 또 다시 새로운 참가자들을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
■ 평택 수도사
日 NHK 요리 전문가 초빙
올여름 양국 사찰음식 체험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본사인 용주사의 말사이다. 경기도 전통사찰 제28호로 지정된 사찰로, 852년(신라 문성왕 14) 염거(廉巨)스님이 창건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원효스님이 의상(義湘)스님과 함께 당나라로 유학을 떠나던 중 이 근처 바위굴에서 하루를 머물게 되었다. 원효스님은 밤에 목이 말라 주변을 더듬어 보니 바가지에 물이 들어 있는 것 같아서 시원하게 마셨다. 그러나 다음날 일어나 물을 마시던 바가지가 해골인 것을 보고는 구토를 하고 말았다. 이에 원효스님은 모든 것이 마음에 있음을 깨닫고 당나라 유학을 포기하였다.
원효대사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경기도 평택의 수도사. 적문스님이 한국사찰음식연구원을 운영하는 사찰이다. 직접 음식과 밥, 국 등을 만들어보고 발우공양을 비롯해 다양한 사찰음식 체험을 통해 심신의 안정을 찾도록 지도한다. 올 여름에는 일본 NHK 요리 전문가를 초빙해 양국의 사찰음식을 체험해 본다. 서울에서 2시간 만 투자하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다는 점이 특히 매력적이다.
[불교신문 2632호/ 6월19일자]

Posted by 백송김실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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