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그 자체’ 산사음식 |
![]() 수도사 주지 적문스님(사진 왼쪽)은 “사찰음식은 ‘수행정진식’의 시각으로 바라봐야 그 안에 깃든 의미를 온전히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평택 수도사 사찰음식 요리 체험 실습 장면. 폭력과 삿됨, 조작이 없는 ‘순수, 그 자체’ 산사음식 한국불교문화 숨결, 고스란히 간직 … ■ 평택 수도사의 사찰음식 고기라는 ‘폭력’과 오신채라는 ‘삿됨’, 인공조미료라는 ‘조작’이 없는 순수 그 자체 사찰음식. 이른바 웰빙으로 대변되는 건강에 대한 국민적 욕구, 사찰문화에 대한 동경이 맞물리면서 2000년대부터 사회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한식 세계화를 위한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 ‘한브랜드’에서도 눈여겨보고 있을 만큼 명성이 커졌다. 관심의 이유는 사찰음식이 1700년 한국불교문화의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 역시 이러한 바람을 타고 △조리법의 표준화와 계량화 △사찰음식 교육시스템 구축 △사찰음식 고유브랜드화 등 대중화 사업을 본격 전개하는 상황이다. 이미 많은 사찰들이 사찰음식의 요리와 시식을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찰 내에 한국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평택 수도사(주지 적문스님)가 대표적이다. 본래 수도사는 신라 원효스님이 당나라 유학길 도중 해골 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장소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제 세인들이 떠올리는 수도사의 첫인상은 사찰음식의 명소다. 1992년 10월 설립된 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는 경전에 나타난 전통사찰음식을 발굴 계승하면서 사찰음식의 현대화와 사회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주말마다 사찰음식을 테마로 한 템플스테이(1박2일), 템플라이프(당일)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특히 3개월 과정(13주)의 전통사찰음식 정기 강좌가 인기다. 1994년부터 시작한 정기 강좌의 수료생은 무려 3500명을 헤아린다. 눈에 띄는 점 가운데 하나는 수료생 가운데 불자는 전체의 38.6%에 지나지 않는다. 개신교 천주교 무교 등 종교성향이 다양하다. 사찰음식의 정결과 고급 이미지에 매혹돼 산사를 찾은 사람들이다. 이는 사찰음식이 종교색을 초월해 전 국민의 관심대상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사찰음식이 포교에 유용한 매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경기도 슬로푸드 마을 벨트에 포함된 수도사는 지방자치단체와 종단의 지원을 받아 전통음식 체험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불교 관련 특집방송 프로그램에 단골로 등장하게 된 지 오래다. 경내 사찰음식연구소 운영 경전근거 비법 발굴·계승 ‘현대화·사회화’에 이바지 사찰예절·발우공양 체험후 둘째 날부터 본격적인 요리 ‘웰빙 아이콘’ 중심지로 부상 음욕과 분노를 부추기는 오신채(마늘 다래 무릇 김장파 실파)를 넣지 않는 채식. <능엄경>이 경전적 근거로 사찰음식의 단적인 특징이다. 물론 재료적 특성만으로는 사찰음식의 매력을 설명하기 어렵다. 수도사 주지 적문스님은 “사찰음식은 ‘수행정진식’의 시각으로 바라봐야 그 안에 깃든 의미를 온전히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음식의 재료가 되는 작물의 재배로부터 그릇에 담아 상대방에게 공양하는 일까지. 요리의 전 과정이 부처님을 향한 순일한 마음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론이다. 곡식과 채소를 수시로 가꾸고 돌보며 각각의 특성을 파악해 최적의 조리법을 몸으로 익힌다. 양념을 만들기 위한 장을 담그는 일에도 치열한 정성이 요구된다. 자연의 질서에 대한 순응도 엿보인다. 언제나 ‘제철’음식이어야 하며, 음양오행에 관한 이치도 따져야 한다. 먹을거리의 재료를 이해하고 사랑해야만 최고의 요리가 완성되는 법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수도사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나물채취, 장작패기, 가마솥에 밥 짓기 등 사찰음식 요리의 모든 과정에 동참한다. 애쑥튀김, 돌나물김치, 참가죽장아찌, 두릅튀김, 두부장떡, 표고버섯밥, 고갱이상추전, 산초장아찌, 들깨죽, 연근지짐, 호박김치, 매작과 등 이름도 신선한 메뉴가 계절별로 수십 종이다. 어느새 사찰음식의 최고 ‘쉐프’가 되어버린 적문스님이 요리를 시연하면 ‘레시피’를 꼼꼼히 메모하며 직접 나물을 무치고 전을 붙인다. 실습의 모든 과정은 연구소 한편에 마련된 전통사찰음식 학습 체험관에서 이루어진다. 가스렌지와 이런저런 식기도구, 널찍하고 깔끔한 공간에 30명은 너끈히 함께 요리할 수 있는 주방이 완비돼 있다. 수도사의 가장 큰 자랑이다. ![]() ![]() ![]() 사진 위부터 둥글레 싹 무침, 산초 장떡, 연근 물김치. 템플스테이 첫날 사찰 예절을 배우고 발우공양을 체험하며 가볍게 몸을 푼 참가자들은 둘째 날 본격적인 요리에 들어간다. 장작을 패는 불목하니팀, 상을 차리는 간상팀, 반찬을 만드는 채공팀, 국을 끓이는 갱두팀, 밥을 짓는 공양주팀으로 역할을 분담해 일손을 거든다. 조왕단에 초와 향을 공양하고 매운 눈으로 아궁이에 불을 붙이며 재래식 부엌의 추억을 느껴보는 것도 특별한 재미다. 무엇보다 이들의 체험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각자의 가정에서 연장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사찰음식이 보편화된 까닭은 단순히 맛이나 효능에 있지 않다. 우리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를 읽을 수 있다. 광우병 논란으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았다.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구제역 파동도 고민거리다. 패스트푸드의 창궐은 자라나는 아이들의 신체를 비만과 성인병으로 망쳐놓았다. 적문스님은 “웰빙의 아이콘인 사찰음식이 세상을 바꿔놓았다”고 강조했다. 유기농 농산물로 대변되는 건강한 식문화 창달에 앞장서고 있다. 주육(酒肉)에 탐닉하는 문화에 대한 반성은 마냥 먹고 마시던 회식 풍토에도 경종을 울렸다. 사찰음식 전문점을 찾는 직장인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사회적 관심에 긍지를 갖게 된 사찰은 다양하면서도 알찬 메뉴 개발에 나서면서 솔선수범하고 있다. 철저히 계율에 바탕을 둔 사찰음식. 세상의 병든 몸과 마음을 치유하며 실질적인 시대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평택=장영섭 기자 fuel@ibulgyo.com ■ 인터뷰 / 주지 적문스님 “모든 사찰에서양질의 사찰음식만들어 내야” 1992년 중앙승가대 재학 중 승가대신문 편집장으로 일하다가 사찰음식에 눈을 떴다. ‘불교문화’를 주제로 기획기사를 쓰다가 의외로 사찰음식에 대한 연구가 전무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1990년대 만해도 언론사에서 가끔 ‘맛집 탐방’ 수준의 기사로 다루던 시절”이었다. 과연 사찰에선 얼마나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지 살필 목적으로 실태조사에 나섰다. 결과는 착잡했다. 금기 식품인 오신채와 화학조미료를 사용하는 절이 적지 않았다. 이래선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오늘날의 스님을 만들었다. 전국의 도서관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노스님들을 백방으로 찾아다니며 요리비법을 전수받았다. 뜻이 맞는 스님들과 1992년 10월 서울 신당동에 임시사무실을 차리고 사찰음식 보급에 나섰다. 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의 모태다. <사진>평택 수도사 전경. ‘부엌데기나 하는 비구는 볼썽사납다’는 어른 스님들의 핀잔에도 굴하지 않고 소신에 따라 묵묵히 외길을 걸었다. 스님은 “특정 소수 스님들의 원력, 몇몇 유명한 사찰음식점이 아니라 모든 사찰에서 균일한 맛과 영양의 사찰음식을 생산해낼 수 있도록 실무자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며 종단 차원의 방안 강구를 요청했다. 머지않아 사찰음식이 한국인들의 식탁을 장악하리라는 확신 때문이다. [불교신문 2630호/ 6월12일자] |
'이런저런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백문백답/ 적멸보궁엔 왜 불상이 없나요? (0) | 2010.07.13 |
|---|---|
| 불교설화/ 이천 영월암 마애지장보살과 나옹스님 (0) | 2010.07.08 |
| 백문백답/ 스님은 혼자 삭발하지 못하는가? (0) | 2010.07.06 |
| 불교설화/ 평택 심복사 비로자나부처님 (0) | 2010.07.01 |
| 템플스테이/ 걱정하지마…좋아질거야 (0) | 2010.06.30 |




과연 사찰에선 얼마나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지 살필 목적으로 실태조사에 나섰다. 결과는 착잡했다. 금기 식품인 오신채와 화학조미료를 사용하는 절이 적지 않았다. 이래선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오늘날의 스님을 만들었다. 전국의 도서관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노스님들을 백방으로 찾아다니며 요리비법을 전수받았다. 뜻이 맞는 스님들과 1992년 10월 서울 신당동에 임시사무실을 차리고 사찰음식 보급에 나섰다. 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의 모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