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인 茶에 정신인 道가 |
![]() 백련사의 명물인 동백림 너머에 펼쳐지는 백련사 야생 차밭. 멀리 구강포 앞바다가 보인다. 물질인 茶에 정신인 道가 깃들어 있다 ■ 강진 백련사의 차 - 차 한 잔에서 얻는 깨달음 백련사가 위치한 만덕산은 백두대간의 발목이다. 금강산, 오대산, 태백산, 속리산, 마이산으로 이어진 산줄기는 노령을 지나 남도에 닿는다. 추월산, 무등산, 월출산으로 기세 좋게 흐르던 산맥은 월출산 기암괴석을 정점으로 돌연 수그러든다. 4∼50리쯤 산세가 완만하고 평탄해 ‘휴유령’이라 부른다. 다시 융기. 잔뜩 웅크려 있던 봉우리가 하늘로 솟아오르니 여기가 만덕산이다. 만덕산이 두 팔로 감싸 안은 중턱에 백련사가 있다. 수천 년 한국사의 영욕을 몸으로 증언하는 듯한 산맥의 흥망성쇠를 바라보는 일의 즐거움. 서울서 출발하면 꼬박 5시간30분이 걸리는 찻길이지만, 그다지 지루하지 않다. “차는 중생심 부처마음으로 승화 사람과 사람, 조직과 조직 연결” 여연스님, 남도 차문화 확산 앞장 맑고 깊은 차로 닦아낸 마음 안고 숲을 구성하는 초목과 함께 숨쉬며 삼라만상이 나와 한 몸임을 체험… 통일신라시대에 창건된 천년고찰인 백련사는 고려의 요세스님과 조선의 정약용, 두 역사적 인물의 혼과 한이 묻어나는 절이다. 무인정권 시대 요세스님이 중심이 된 백련결사는 보조국사 지눌스님이 주도한 수선결사와 함께 불교개혁운동의 양대 구심점이었다. 수선결사가 주로 근기가 높은 지식인을 중심으로 한 불교신앙운동이었던 반면, 백련결사는 세상의 밑바닥에서 신음하던 민중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미타불을 부지런히 염송하면 깨달을 수 있다고 다독이며 글을 모르는 일반 서민들을 부처님의 품으로 끌어들였다. 1500그루에 달하는 동백의 숲은 백련사의 명물이다. 11월에 피기 시작한 동백이 이듬해 3월에 만개하면 사찰은 강렬한 선홍빛으로 물든다. 이 많은 나무를 다산 정약용이 혼자 다 심었다는 설이 있다. 정조의 승하 직후 정적들에 의해 강진으로 유배당한 다산은, 백련사 옆에서 지은 초당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살았다. 홀로 동백을 심고 가꾸며 좌절된 풍운의 꿈을 자위했을지 모를 일이다. 꽃이 지더라도 거대한 그물처럼 얽히고설킨 녹색 동백림은 또 다른 흥취를 선사한다. 녹음의 물결은 야생 차밭으로 이어진다. 백련사가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이곳에서 무럭무럭 자란다. <사진>백련사 동백림. 인근에 다산 정약용이 유배시절 머물렀다는 다산초당이 있다.해남 대흥사 일지암에서 약 20년 간 차를 직접 재배하고 후학을 가르치던 여연스님은 2008년 강진 백련사로 거처를 옮겨 남도의 차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제19회 초의문화제에서 초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동국대 불교대학원 차문화콘텐츠학과 책임교수, 한국차문화협회 교수 등을 맡으며 후학양성을 위해 노력해 왔다. 백련사의 주요 프로그램은 ‘차 만들기 차명상 템플스테이’. 동백림을 가로지르면 드넓은 야생 차밭이 나타난다. 아름다운 구강포 앞바다가 들여다보이는 차밭에서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손수 찻잎을 따 차를 덖고 만든다. 다선일미(茶禪一味)라는 말이 있다. 차를 달이고 마시는 일이, 수행을 통해 얻는 깨달음의 경지에 값한다는 뜻이다. 차의 청정한 맛과 기운, 차를 마시는 공간의 담박함과 고요함을 떠올리면 그럴 만도 하다. ‘부처님께 바치고자 차를 끓이면서 우주의 근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네. 차의 참모습은 오묘한 근원에 이르게 하나니 오묘한 본질은 집착이 없는 바라밀이네.’ 조선 후기 다성(茶聖)으로 칭송받던 초의스님의 독백이 가슴을 울린다. 최근 세인들의 차에 관한 관심도 이와 비슷한 정서다. 맑은 차 한 잔에서 깨달음을 얻기 위해 산 좋고 물 맑은 산사를 찾는다. 여연스님은 “차를 덖고 만드는 것은 수행의 깊이처럼 매우 세심하게 마음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골의 맑은 물을 길어와 끓이고 차를 ‘울켜내고’ 찻잔을 정리하고 차 마시고 설거지하는 일. 어쩌면 지극히 단순한 일상이다. 하지만 거기에 깨달음과 수행의 마음을 섞으면 차는 단순한 음료가 아님을 알게 된다. “불안한 마음을 평화로운 숨결로 가다듬어 삶과 노동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 순일한 정신으로 낯익은 삶의 번뇌에서 낯선 평화를 발견하는 것.” 이 순간, 차는 지저분하고 혼란스러운 중생심을 부처의 마음으로 승화시키는 복된 매개가 된다. 차(茶)라는 용어를 우리 민족이 처음 사용한 것은 삼국시대로 알려졌다. 명향(茗香) 다향(茶香) 다락(茶樂) 팽다(烹茶)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렸다. <고려사> <동국이상국집> 등의 문헌에 따르면 고려시대에는 대중적인 음료로 각광받기도 했다. 하지만 급격한 산업화로 전통에 대한 관심이 쇠락하면서 차 역시 여염집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희귀한 물건이 됐다. 다행히 2000년대 들어 차를 즐기고 생활화하는 사람들이 대폭 늘어나면서 중흥의 시대를 맞이했다. 무엇보다 사찰음식과 같이 마음의 평화와 신체적 건강까지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사람들을 매혹시킨다. 물론 녹차 티백이 차의 전부는 아니다. 하나의 종합적인 문화다. 그저 심심풀이나 갈증 해소용으로 접근한다면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격이다. 여연스님은 “우리는 차를 단순히 기호음식인 차로 부르지 않는다. 도라고 한다. 물질인 차 속에 정신인 도가 깃들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 시대에 차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조직과 조직을 연결하는 ‘다리’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 시대의 차는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茶)의 의미는 다도(茶道)가 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이다. 차는 제조과정 전체가 인문학이 응축된 예도(禮度)다. 차를 채취하는 시기부터 차를 덖거나 찌는 과정, 그리고 보관하고 마시는 법 등 과정마다 격식과 절차가 까다롭다. 어느 하나라도 잘못되면 차의 맛과 차를 마시는 자리는 천양지차로 달라진다. 차를 딸 때에도 만들 때에도 마실 때에도 범상치 않은 정성이 요구된다. ‘참나’를 볼 때 진정한 차맛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백련사 템플스테이는 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차를 마시는 이유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참선 집중 프로그램 ‘문 없는 문’, 사찰 경내를 천천히 걸으며 동백림과 구강포의 숨결을 느껴보는 ‘옛 숲길을 찾아서’가 그것이다. 맑고 깊은 차로 닦아낸 마음을 안고 숲을 구성하는 초목과 함께 숨쉬며 ‘삼라만상이 나와 같이 한 몸’임을 체험한다. 궁극적으로 모든 번뇌가 가라앉은 평상심으로 참된 자기 자신과 만나는 일. 차와 선, 숲길 걷기가 깨달음의 범주에서 서로 회통하는 순간이다. 강진=장영섭 기자 fuel@ibulgyo.com 수시로 업그레이드 ‘추천 템플스테이’ 템플스테이 정보 ‘한눈에’ ![]()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운영하는 템플스테이 홈페이지(www.templestay.com). 템플스테이의 의미를 비롯해 템플스테이 운영사찰 및 일정과 프로그램 소개까지. 템플스테이에 관한 모든 정보가 한눈에 들어온다. 템플스테이의 의미와 일정, 신청방법을 담은 ‘템플스테이’, 지역별 테마별로 분류한 템플스테이 운영사찰 소개와 사찰에서의 예절을 담은 ‘사찰소개’,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사람들의 블로그 글을 모은 ‘테마여행’ 경전, 수행법, 법문, 불교관련 논문을 수록한 자료실, 불교문화재 목록, 불교계 주요 사이트를 링크한 ‘불교지식센터’, 각종 불교계 뉴스를 보도하는 ‘불교소식’ 템플스테이 참여후기와 참여자들이 활동하는 카페를 모은 ‘톡톡톡 템플체험’ 등 6가지 카테고리로 구성된다. [불교신문 2634호/ 6월26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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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백련사 동백림. 인근에 다산 정약용이 유배시절 머물렀다는 다산초당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