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종교세 강한 순천에서
어린이법회로 포교 시작
매주 ‘절에 가는 날’ 지정
배운 뒤엔 보살행 실천해
시니어클럽 등 시설 운영
사찰 다실은 지역 ‘사랑방’
![]() |
| 순천시니어클럽에서 어르신들과 두부를 만들며 ‘배움은 실천으로 완성된다’는 가르침을 몸소 선보이고 있는 정환스님. |
700년 역사를 지닌 순천에서도 연향지구는 새롭게 개발한 신시가지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각종 행정기관이 들어선 순천의 심장이다. 그렇지만 20여 년 전만해도 논밭사이로 개울이 흐르는 전형적인 시골이었다.
여기에 도심포교당 홍선사(弘善寺)가 자리해 있다. 홍선사의 역사도 그리 길지 않다. 1985년, 민가를 구입해 부처님을 모시고 시작한 포교당으로 출발했다.
그 후 30여 년이 흐른 홍선사는 정기적으로 목요법회, 일요가족법회 뿐 아니라 어린이에서 학생회(파라미타), 신도회(홍선회), 거사회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가 신행단체를 결성해 법회를 보고 있다. 여기에 합창단, 운전자불자회, 시청불자회, 교도소불자회 등 지역에서 활동하는 각종 신행단체가 홍선사 도량에서 정진하고 있다.
지역민들이 홍선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소외된 이웃에게 힘이 되는 사찰’이다. 순천교도소 재소자를 위한 법회와 지원은 홍선사 초창기부터 이어졌다. 송광실버하우스를 비롯해 손발이 필요한 곳이면 주저 없이 나선다. 이제 행정기관에서도 종교를 떠나 ‘봉사’하면 순천을 대표하는 곳으로 홍선사를 스스럼없이 손꼽는다.
![]() |
| 홍선사 전경. |
홍선사는 지난 8월부터 순천시니어클럽을 위탁운영하고 있다. 이 클럽은 노인 일자리창출을 위한 복지시설로 공익형(청소, 교통정리)과 사업형(택배, 두부만들기)을 운영해 120여 명의 어르신이 이용하고 있다.
순천에서 불교계가 행정기관의 시설을 위탁받았다는 것은 획기적이다. 근대 이래 순천불교는 위축되고 말았다. 호남불교가 전반적으로 약세지역인데다 순천 최대사찰인 선암사는 조계종과 태고종간의 소유권 문제로 여전히 송사가 진행되고 있어 지역사회에서 사격에 맞는 제역할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에 개신교와 가톨릭은 선교 박물관을 운영할 만큼 순천을 ‘한국의 예루살렘’같은 성지로 여기고 있다.
이같이 불교가 열악한 순천의 작은 사찰 홍선사에 1996년 정환스님이 주지 소임을 맡았다. 재를 지내기 앞서 시장에 나섰다. 나물을 팔던 한 아낙이 “아들, 딸은 몇이나 되냐”고 물었다. 충격이었다. 당시 순천에는 대처승이 많았던 탓이다. 사찰은 무속인들의 집으로 생각했고, 비구니는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인물로 생각했던 것이다. 홍선사 신도들조차 비구니는 처음 봤다는 것이다. 여기에 경상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스님의 말씨는 더욱 신기 할 뿐이었다.
‘이런 편견 속에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하루하루가 막막했다. 하루는 법당청소를 했다. 문득 불단을 닦던 손을 바라보다가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를 부처님 위해 쓰자’고 발원했다. 퇴굴심(退屈心)이 사라지자 오히려 할 일이 많아졌다. 먼저 불교를 체계적으로 알려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전에 어린이법회를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아이들에게 먼저 관심을 쏟았다. 간식을 챙기고 아이들과 함께 살다시피 했다. 마침내 어린이 불교학교가 시작됐다. 타종교의 텃세가 강하다는 순천에서도, 시골사찰에 일요일이면 50여 명의 아이들이 모였다. 20여 년이 흐른 요즈음에는 초창기 때 불교학교에 나왔던 아이가 성장해 어른이 되고, 다시 자식들 손잡고 절을 찾는다.
여세를 몰아 어른들을 위한 경전공부를 시작했다. 초하루·보름법회에서 벗어나 목요일은 절에 가는 날로 정했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절에 오도록 했다. 목요법회는 교리강좌와 법회뿐 아니라 현대인이 갖춰야할 교양, 인문학 강좌를 개설했다.
여기에 하나 더, 정환스님은 ‘배움은 실천으로 완성된다’고 지도했다. 홍선사에서 이뤄지는 모든 것은 실천행으로 자연스레 회향시킨다. 무료급식, 소년소녀가장 돕기, 독거노인 지원, 교도소 재소자 후원 등 지역에서 나눔의 손길이 필요한 곳으로 홍선사 신도들의 발머리가 향해있다.
![]() |
| 친환경공법으로 불사한 홍선사의 자랑인 ‘선향다실’. |
이렇게 10년가량 흘렀다. 어떤 이는 ‘절 일은 저절로 된다’고 했다. 신도가 늘어나다보니 일반가정집을 개조해 조성한 법당 공간이 작아졌다. 신도들이 앞장서 도량 중창불사에 나섰다. 마침내 2004년, 1층 사무실과 공양간, 2층 법당을 갖춘 번듯한 포교당을 낙성했다.
홍선사 법당은 현대와 전통을 아울렀다. 전체적으로 신행활동의 편리함을 추구해 현대식으로 건물을 지었지만 2층 법당은 전통사찰 양식을 곁들였다. 여기에 현판과 주련은 한글로 새겨 현대인들이 쉽게 다가오도록 했다.
최근에는 최첨단공법의 다실이 들어서 건축인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사찰 입구에 자리한 ‘선향다실’이다. 현대적 디자인이 돋보이는 이 건물은 2층 규모로써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파시브하우스(Passiv house)’ 공법으로 건축했다. 파시브하우스는 최고의 단열설비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해 항상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하는 시스템이다. 환경이 현대인의 화두로 떠오른 이때 홍선사 선향다실은 에너지 자립도시를 추구하는 순천시도 관심을 갖고 있다.
선향다실은 신도 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사찰에 쉽게 다가오도록 조성한 불교문화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지역민들이 누구나 찾아와 차를 마시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도와 꽃꽂이 등 지역민을 위한 문화강좌도 열린다.
이제 홍선사는 미래불교를 꿈꾸고 있다. 부처님 가르침을 드러내지 않더라도 모든 이가 함께하는 맑고 향기로운 정토세상이다. 이를 위해 상설수련장을 조성중이다. 순천 변량면 바닷가에 부지를 확보했다. 이곳은 종교를 초월해 누구나 쉬면서 평화로움을 찾는 힐링공간이 될 것이다. 이렇게 홍선사는 미래불교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
일 할 수 있는 게 곧 ‘수행의 힘’ 홍선사 주지 정환스님
“홍선사(弘善寺)는 이름 그대로 ‘좋은 일을 널리 펴는 도량’입니다. 부처님 말씀을 현재 자리에서 쓰면 그 자리가 부처님 도량이 되는 것입니다.” 홍선사 주지 정환스님<사진>은 수행과 포교를 한마디로 말하면 ‘보리심’이라고 말했다. 즉 “모든 중생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함께하는 도량”이라는 것이다. 인터뷰 내내 스님의 만면에 온화한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그저 바라만 보아도 신심이 우러나는 자비심의 화현이다. 관음기도를 놓지 않는다는 스님은 “온전한 자비심이 부처님의 깨달음”이라고 강조했다. 정환스님은 부산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당시 불교학생회 지도법사 스님과의 인연으로 보수성 강한 순천에 오게 됐다. 경상도에서 수행하던 스님에게 순천불교는 척박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하루일과를 마치고 남는 것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였다. 그런데 살다보니 어려움이 도리어 수행임을 알게 됐다. 모든 게 시절인연이었던 것이다. 하루는 교도소에서 어느 재소자가 스님에게 “뭐 하러 힘들게 여기까지 오셨냐”고 물었다. 생각해보니 여기 오려고 신도들과 함께 음식 준비할 때 마음이 기뻤다. “남에게 무엇을 준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도록 한 것이 수행의 힘이 됐다”는 것이다. 정환스님은 수행과 포교에 힘이 들 때마다 석주스님이 써준 ‘처염상정(處染常淨)’ 글씨를 바라본다. 진흙탕 속에서 피어나지만 결코 더러운 흙탕물에 물들지 않는 연꽃. 홍선사가 자리한 연향동은 예전에 연방죽이 있었다. 이곳에서 나는 연꽃 향기가 동네 이름이 된 것이다. 스님에게서는 연향이 난다. |
[불교신문3245호/2016년11월2일자]
'불교유적과사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가고 싶은 절] ⑱ 청주 무심천 용화사 (0) | 2017.12.02 |
|---|---|
| [가고 싶은 절] ⑰ 시흥 대각사 (0) | 2017.11.28 |
| [가고 싶은 절] ⑮ 서울 현충원 호국지장사 (0) | 2017.11.16 |
| [가고 싶은 절] ⑭ 구미 태조산 도리사 (0) | 2017.11.09 |
| [가고 싶은 절] ⑬ 서울 삼각산 흥천사 (0) | 2017.11.0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