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서울현충원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애국지사와 국가유공자 등 호국영령들을 모신 국립묘지다. 국가원수묘역, 애국지사묘역, 국가유공자묘역, 군인·군무원묘역, 경찰관묘역, 외국인묘역 등 6개 묘역에 17만여 위(位)의 영혼이 잠들어 있다.
해마다 현충일을 중심으로 유가족은 물론 수많은 국민들이 현충원을 참배하며 조국을 위해 희생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있다. 현충원 정문을 통과한 뒤 순환도로를 따라 우측으로 가다보면 묘역 제일 꼭대기쯤에서 호국지장사 표석을 만날 수 있다.
호국지장사는 1950년대 정부가 현충원을 조성할 수 있도록 대규모 사찰 토지까지 내놓았으며 매일 조석예불을 통해 호국영령들의 극락왕생을 기도하는 호국도량이다. 아울러 서울 도심 사찰임에도 고즈넉함을 갖춘 영험 있는 기도처인데다가 유명한 약수터까지 있어 발길이 끊이지 않는 시민들의 휴식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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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26일 2500여 기의 지장보살상 앞에서 기도를 올리는 호국지장사 불자들. |
알품은 봉황 입부분 위치
명당 중의 최고 명당자리
사찰땅 36만평 내놓으며
서울현충원 조성에 일조
매달 포살법회로 심신증장
나눔 통해 지역과 하나돼
호국지장사는 신라시대 말 도선국사가 창건한 갈궁사(葛弓寺)에서 기원한 천년고찰이다. 도선국사가 북쪽으로 만행을 하다 한강 언덕에 이르러 둘러보니 상서러운 기운이 퍼져 나오는 곳이 있어 가보니 칡넝쿨이 엉켜 있고 약물이 샘솟는 명당이 있어 토굴을 짓고 갈궁사라고 칭했다고 전해져 온다. 이후 폐허가 되다시피한 갈궁사를 고려 공민왕 때 보인스님이 화장암(華藏庵)으로 중창했다.
조선 선조는 친할머니인 창빈 안씨의 묘를 사찰 인근으로 모시며 이 사찰을 중창해 화장사로 이름을 바꾸고 조포사찰(造泡寺刹)로 지정해 해마다 포백(布帛)을 내렸다. 한국전쟁 직후 사찰 땅 36만평(119만㎡)을 현충원 부지로 내어줌으로써 43만평 규모의 국립묘지(현 국립서울현충원)가 조성되는데 일조했다. 현충원 내 유일한 종교시설인 화장사는 1983년 당시 주지 혜성스님(현 청담문도회 문장)이 지장보살의 원력으로 호국영령의 극락을 기원한다는 의미에서 ‘호국지장사’로 이름을 바꿨다.
호국지장사는 봉황이 알을 품고 있는 봉황포란형(鳳凰抱卵型) 형상 가운데 봉황의 입부분에 위치해 있어 명당 중의 명당으로 손꼽혀 예부터 영험있는 기도처로 명성이 나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호국지장사에 들렀다가 “만일 이곳에 절이 없었다면 내가 묻히고 싶은 땅”이라고 할 만큼 좋은 곳으로 손꼽힌다.
이와 함께 조선 중기 재상으로 이름 높았던 오성 이항복과 한음 이덕형이 소년시절 머물면서 공부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예부터 호국지장사에서 기도하거나 공부를 해서 과거에 급제하거나 각종 고시에 합격했다는 일화가 적지 않게 전해지고 있다. 1960년대에는 해마다 2~3명씩 사법시험 합격자를 배출했을 뿐만 아니라 고시생 합격 수기집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에도 호국지장사에서 공부한 뒤 사법시험에 합격한 한 은행원의 일화가 담겨져 있을 정도다.
대규모 사찰 부지를 내놓으면서 현충원이 조성된 만큼 호국지장사와 현충원의 관계는 밀접할 수밖에 없다. 호국지장사는 지난 2014년 5월 서울현충원과 자매결연을 맺은 뒤 연 2회 6·25 참전용사 무연고 묘역에서 묘비를 닦고 조화를 교체하는 등 자원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제일 많은 인파가 찾는 현충일 날마다 국수만발공양을 통해 정성 가득한 국수를 무료로 대접하고 있다. 또한 유해발굴감식단 등 현충원 내 군장병들에게 떡과 과일 등을 공양하며 격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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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충원 묘역 자원봉사 모습. |
호국지장사의 보살행은 현충원 담장 너머까지 뻗어나가고 있다. 해마다 부처님오신날과 연말이면 구청을 통해 2500kg의 쌀을 관내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또한 소년소녀가장의 학업을 돕기 위해 매월 100만원씩 장학금을 지원하고, 관내 경로당에도 틈틈이 과일과 떡 공양을 올린다. 호국지장사 주지 도호스님이 동작구불교사암연합회장과 동작경찰서 경승실장을 맡고 있는 만큼 지역 발전과 지역불교계 사이의 화합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호국지장사는 불자가 아니라도 단골손님이 가게를 자주 찾아가듯 매일같이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찰 약수터인 약왕천(藥王泉) 덕분이다. 약물이 샘솟는 명당 자리에 위치해 있어 현충원을 참배하거나 현충원 둘레길을 걷다가 목을 축이기 위해 약왕천을 찾는 것이다. 특히 여러 개의 큰 물통을 들고 약수터를 찾는 이들이 많아 이른 아침시간대는 물론 오후시간에도 줄을 서서 물을 받아갈 만큼 인기가 높다. 약왕천에는 약사여래불도 모셔 놓고 있어, 약수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부처님 도량과 자연스레 익숙해질 수 있도록 했다.
호국지장사는 천년고찰인 만큼 능인보전 내 철조약사여래좌상과 대웅전 내 아미타회상도 등 14점의 서울시 유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대웅전 아미타불상의 복장유물로 나온 조선시대 상궁의 ‘당의(唐衣)’는 색감이 살아 있어 궁중복식연구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재는 아니지만 지장보살입상을 중심으로 뒤로는 2500여 기의 지장보살상이 모셔져 있어 호국지장사를 찾는 이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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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수터인 약왕천, |
호국지장사는 불자들의 신심 증장을 위해 보름법회를 자자포살법회로 운영하고 있다. 스님과 신도들이 매달 음력 보름마다 자자포살법회를 통해 자신의 허물을 살피고 참회하며 다시는 그런 일이 없게끔 하기 위해서다. 도호스님은 직접 쓴 서예 작품을 인연 닿는 신도들에게 나눠 주고 있다. 모든 악을 짓지 말고 선을 받들어 행하며 자기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이 부처님들의 가르침이라는 ‘칠불통게(七佛通偈)’의 글귀를 주로 선물한다. 뒷면에는 글귀의 뜻을 함께 적어줌으로써 신도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늘 되새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법회 때마다 경내 곳곳에 평상을 펼쳐 놓아야 할 만큼 부족했던 공간문제도 대웅전 중창불사를 통해 일정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호국지장사 대웅전은 지은 지 오래되고 공간이 협소했지만 여러 가지 환경 요인으로 인해 불사가 쉽지 않았다. 주지 부임 후 대웅전 중창불사를 최우선 과제로 손꼽았던 도호스님은 그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오는 19일 오전11시 낙성식을 통해 원만하게 회향하게 된 것이다.
김희자(74, 법명 성불화) 호국지장사 신도회장은 “30년 넘게 매일같이 절에 다니며 자원봉사도 하고 있다”면서 “호국지장사는 기도도량인 만큼 기도하면 뭐든지 이뤄지고 도심사찰임에도 산사에 온 듯 고즈넉하고 마음도 편안해져 정말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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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가르침 쉽게 전하는데 노력”
호국지장사 주지 도호스님 “나 유청은 이름만 주지일 뿐 실로 길손과도 같다. 단지 대중을 통솔하고 불법을 널리 펴서 우러러 교풍을 돕는 것을 내 직분으로 삼을 뿐이다. …(중략)… 나는 그저 대중과 함께 밥 먹고 옷 입고 할 뿐이며 몸에 지닌 물병과 발우만으로 인연따라 가고 머물 뿐이다.” 이는 영원 유청선사(靈源惟淸, ?∼1117, 임제종 황룡파)의 글귀로, 호국지장사 주지 도호스님이 직접 글씨를 쓴 뒤 족자로 걸어놓고 매일 새벽 일어나 읽는 가르침이다. 2013년 7월 주지로 부임한 도호스님은 많은 이들이 현충원을 참배한 뒤 호국지장사를 찾아 지친 심신을 쉬면서 점검하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서원했다. 삶과 죽음 자체가 둘이 아니듯 43만평 규모의 현충원도 숙연한 호국용사의 묘역인 동시에 국민들이 즐겨 찾는 공원같은 곳이 돼야 한다는 게 도호스님의 생각이다. 특히 호국지장사는 명당 중의 명당에 위치한 만큼 누구든지 10분이라도 앉아 있으면 자성을 살펴볼 수 있을 정도로 최고의 도량이라고 피력했다.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처럼 현충원도 호국용사의 추모공간이면서 시민들이 언제든지 찾아와 쉬면서 재충전할 수 있는 곳이 됐으면 좋겠어요. 현충원을 찾는 유가족과 지역민을 대상으로 자비나눔을 펼치다보니 자연스레 입소문이 퍼지면서 사찰을 찾는 이들도 차츰 늘어나고 있는데 보다 많은 분들이 지친 심신을 치유하고 재충전할 수 있는 도량이 됐으면 합니다.” 스님은 부처님께서는 가르침을 쉽게 설파했는데 제자들은 어렵게 해석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도호스님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경구나 조사어록을 직접 붓글씨로 써서 신도들에게 선물한다. 또한 어려운 법문보다 신도들이 자기 스스로 느끼고 참회하며 불자답게 살 수 있길 바라는 뜻에서 매월 보름법회를 자자포살법회로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처님 말씀은 결코 어렵지 않은데 우리들이 너무 어렵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어요. 부처님의 가르침을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도량을 운영해 나가고 싶습니다.” |
[불교신문3239호/2016년10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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