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인 1938년 당시 한국불교를 대표했던 스님들의 노력으로 완공된 조계사 대웅전. 경복궁 근정전보다 큰 규모를 자랑한다.
“누구나 언제나…서울 한복판 열린 도량”
서울 종로구 견지동 45번지 조계사.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 스님들의 도성 출입이 풀린 후, 전국 스님들의 모연으로 종로 한복판에 창건한 각황사(覺皇寺)다. 각황사는 당시 근대 한국불교 최초의 도심포교당이다. 4대문 안에 처음으로 자리잡은 사찰로서 대중포교의 구심점으로 성장했다. 이후 1938년 태고사로 개칭됐다 1954년부터 촉발된 불교정화운동을 통해 조계사로 이름이 바뀌었다. 조계사는 한국불교 발전과 중흥을 위한 불자들의 염원과 함께 한국불교사의 영욕이 고스란히 서려있는 도량이다. 초창기 조계사는 작은 법당과 조계종 총무원 건물과 요사채 등 부속 건물이 전부였다. 주변 땅을 꾸준히 매입해 가면서 사찰 규모를 넓혀왔다.
대한불교조계종 불교문화사업단과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33관음성지의 두 번째 사찰인 조계사는 관세음보살처럼 중생들의 아픔을 돌봐주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사찰이다. 사회적 약자들이 시위를 벌이다 수배됐을 때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 머물다 가기도 하고, 조계사가 운영하는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선 날마다 3000여명의 어르신들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서울 낙산어린이집 등의 산하 복지시설에 매년 3억3300만원의 후원금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공양미 지원과 경로잔치 개최, 장소대여 등 유무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조계사 극락전에 봉안된 관세음보살.
조계사서 탑돌이를 하고 있는 태국 불자들.
천연기념물 제9호 조계사 백송.
조계사는 열린도량으로서 불자 뿐만아니라 내외국인에게도 산문을 활짝 열었다. 대웅전을 24시간 개방하고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새 신도 신행안내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누구나 손쉽게 조계사를 찾을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하루 평균 600여 명의 외국인 관광객과 참배객들이 줄을 잇는 조계사는 여러 나라 언어로 사찰을 소개하고 주변관광코스도 소개하는 첨단 터치스크린 관광 안내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한 국제포교사회와 연계한 사찰 안내도 실시한다. 주말마다 발우공양과 참선, 요가 등 한국불교문화를 체험하는 템플라이프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또한 몽골과 태국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상담과 정기법회도 연다. 조계사는 한국불교를 알리는 일에도 소홀함이 없다. 명상과 참선에 대한 높은 사회적 관심도를 반영해 시민선원을 열어 누구나 손쉽게 참선수행을 할 수 있도록 도심 속 열린도량으로 운영하고 있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봉축준비로 분주한 조계사는 봉축등 장엄이 한창이다. 외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발길도 늘고 있다. 일주문 뒤로는 조계사의 상징이며 서울시 지방문화재인 대웅전이 자리하고 있다. 정면 7칸 측면 4칸으로 515.6㎡로 경복궁의 근정전보다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일제강점기인 1938년 당시 한국불교를 대표했던 스님들의 노력으로 완공된 법당이다. 대웅전 앞에는 지난해 봉안된 8각10층 규모의 세존사리탑이 있다. 태국 불자들이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탑돌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대웅전에선 스님들의 기도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따스한 봄햇살이 대웅전 문창살을 따사롭게 비춘다.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불교신문 2616호/ 4월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