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부석사 어린이 한문학당템플스테이 현장을 가다 |
부석사 한문학당 수업에서 <수심보경>을 암송하는 템플스테이 참가 어린이들. 사진 아래는 부석사 템플스테이에서 발우공양을 체험하고 있는 아이들.
에어컨 햄버거 마다하고 산사서 ‘한문 삼매경’
전국 초등학생 40명 동참 한문 배우면서 산사체험
서해바다에 인접한 서산 부석사. 사찰이 자리한 도비산 중턱에 올라서면 천수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스님을 평생토록 연모해 죽어서도 용이 되어 스님을 지켰다는, 신라 의상스님과 선묘낭자의 사랑이야기가 창건설화로 유명하다. 본래 인적이 드문 아담하고 고풍스런 절이지만, 최근 6,7년새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겨울철엔 우리나라 최대 철새 도래지인 천수만 철새탐조 템플스테이를 체험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린다. 여름철엔 한문학당에서 방학을 즐기는 초등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은 서산 부석사 한문학당. 서산지역 뿐만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 멀리 경상도에서 온 학생들도 보인다. 숙박여건을 고려해 30명 정도만 받다가 신청인원이 계속 폭주해 올해는 큰 맘 먹고 정원을 40명으로 늘렸다. 한여름 고즈넉한 산사에서 아이들은 한문을 배우고 불교를 익히며 조금씩 부처님에게 다가간다. “불교 경전의 근본 되는 언어이자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의 하나인 한문을 가르쳐 아이들에게 보다 풍요롭고 지혜로운 삶을 선사하자는 것.” 주지 주경스님의 지론이다. 지난 7월25일부터 31일까지, 한문학당은 1주일간 이어졌다. 오전엔 한문을 배우고 오후엔 해질녘까지 이런저런 체험프로그램으로 흥겨운 하루를 보낸다. 7월27일 아침 사찰로 이어진 도비산 산길을 오른다. 아이들의 쨍쨍한 목소리가 경내를 울린다. ‘부생아신(父生我身)하시고 모국아신(母鞠我身)하시며, 복이회아(腹以懷我)하시고, 유이포아(乳以哺我)로다!’ 영락없이 천자문을 외는 소리다. 한참 암송을 하고난 뒤엔 뜻을 새긴다. ‘아버지는 내 몸을 낳게 하시고, 어머니는 내 몸을 기르셨으며, 배로써 나를 품어주셨고, 젖으로써 나를 먹여 주셨도다.’ “언어능력 향상…정서 함양” 孝와 善 다룬 ‘수심보경’ 강독
어린이 기본소양·덕목 ‘오롯’ 천혜의 자연…학습여건 최상
해남 미황사 주지 금강스님이 펴낸 <수심보경(修心寶鏡)>의 한 구절이다. <사자소학>, <법구경>, <초발심자경문>, <명심보감> 등 불교와 유교의 고전에서 좋은 문장을 가려 뽑아 정리한 책이다. 일상생활과 심성계발, 삶의 방향에 초점을 맞췄다. 부모님에 대한 효도, 웃어른에 대한 공경, 선에 대한 장려와 악에 대한 경계. 어린이들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소양과 덕목을 담았다. 특히 부처님 가르침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법구경>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풀었다. ‘계안(戒眼) 막간타비(莫看他非) 계구(戒口) 막담타단(莫談他短) 계심(戒心) 막자탐진(莫自貪嗔) 계신(戒身) 막수악반(莫隨惡伴)!’ ‘눈을 조심하여 다른 이의 잘못을 보지 말고, 입을 조심하여 다른 이의 단점을 말하지 말고, 마음을 조심하여 스스로 탐하고 성내지 말고, 몸을 조심하여 나쁜 벗을 따르지 말라.’ 특히 영어와 함께 불고 있는 한문 열풍으로 학부모들의 관심이 많다. 여름과 겨울방학마다 빠짐없이 한문학당을 찾는 학생들도 있다. 부석사 주지 주경스님은 “한문공부가 언어능력 향상과 정서 함양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부모님의 권유로 두세번씩 한문학당에 참가하는 아이들도 있다”며 “도심의 학원이 가지지 못한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한문을 배울 수 있다는 게 부석사 한문학당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하루 종일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한자만 뚫어지게 봐야 한다면 가뜩이나 일찍부터 학원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동심에겐 고역일 수 있다. 뛰어놀기 좋아하는 철부지들에겐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그야말로 별미다. 도비산 등산, 부석사 둘러보기, 인경 체험, 천연염색 등등 산사의 겉과 속을 만져보며 불교에 대한 호기심을 채운다. 5일차엔 예산 수덕사 문화탐사, 6일차엔 사구(砂丘) 해안으로 유명한 신두리 바닷가 탐사에 나선다. 이번이 두 번째 참가인 이상형 군(5학년)은 “부석사에서 한자를 공부하면서 조금씩 의젓한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다”며 “새로 친구를 사귀는 일도 즐겁다”고 뿌듯해했다. 새벽예불과 발우공양으로 성장과정에 필요한 근면과 하심(下心)을 체득하는 것도 유익하다. 서산을 대표하는 사찰로 거듭난 부석사, 미래 세대들에게 불심을 심어주는 요람으로 성장하고 있다. 서산=장영섭 기자 fuel@ibulgyo.com
인터뷰 / 부석사 주지 주경스님
“한문으로 불교이야기 쉽게 전해
부처님 가르침 내면화…바른 성장”
“부석사는 충남 서산의 바닷가에 자리한 자그마한 절입니다. 하지만 아담하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을 쉬기에 좋은 곳입니다. 한문학당을 통해 맺어진 인연들이 자꾸자꾸 이어져 불국정토를 이루는 공덕으로 회향되길 바랍니다.” 부석사 주지 주경스님〈사진〉은 “스님들이 간경(看經)을 통해 불법을 체득하듯이, 아이들이 한문으로 불교를 배우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내면화하자는 목적으로 한문학당을 개설했다”고 말했다. 한문학당은 기본적으로 암기가 원칙이다. 새벽예불 직후와 오전, 저녁까지 이어지는 강의를 통해 학생들이 그날 배운 한자를 전부 외우도록 종용한다. 경전을 외우면 그 소리가 귀를 통해 마음에 전해지면서 마음의 결이 정화되어 가기 때문이다. 심리적 안정과 함께 몸도 건강해진다. 시간 날 때마다 부처님의 말씀을 입으로 웅얼거리며 궁극적으로 말씀과 마음이 일치되는 상태를 추구한다. 아직 지적 능력이 성숙하지 못한 초등학생이지만 자꾸 반복하다보면 그것이 깨달음의 선근이 되리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한문학당의 일과는 매일 밤 참회와 다짐의 시간을 갖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스님은 “불교 경전과 동양고전에 수록된 채근담을 되새기며 그날그날 실천하면서 바른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한문학당의 본의”라며 “앞으로도 다채로운 정서 발달 프로그램을 도입해 내용을 한층 풍성하게 가꿀 것”이라고 역설했다. [불교신문 2648호/ 8월18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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