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송지호의 조성유래 |
<사진>몹쓸 행동을 하던 정 부자의 집과 문전옥답이 호수로 변해 버렸다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는 송지호 전경. 포악한 정 부자의 ‘집과 옥토’ 물 속에 가라앉다
동냥 온 장님 부녀에게 해 끼친 정거재 스님에게도 몹쓸 짓 하다가 큰 화 입어
송지호는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오호리와 오봉리 인정리에 걸쳐 있는 석호로 호수둘레가 6.5km나 된다. 1977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송지호는 바다와 연이어 있어 도미, 전어 등 바닷물고기와 잉어 등 민물고기가 함께 서식하며 맑은 호수와 송림이 울창하기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인근 죽왕마을과 연계해 재첩축제를 열기도 한다. 송지호는 동해안의 다른 석호와 마찬가지로 약 6000년~8000여 년전 빙하기와 해빙기를 거치면서 해수면의 상승과 연안지역의 침수, 그리고 파도에 의해 모래가 바다로 향해 터진 입구를 막으면서 형성됐다. 과학적으로는 이러하지만 송지호에는 옛날부터 호수가 만들어진 연유에 대한 재미있는 설화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어느 화창한 봄날이었다. 눈이 어두운 장님이 딸의 손을 잡고 정 부잣집 문을 두드렸다. “이보시오. 나는 앞을 못 보는 불쌍한 거지요. 이 늙고 힘 없는 중생을 위해 한푼 보태주세요.” 그러자 정 부잣집 종이 조용하게 말했다. “여보시오. 여기가 누구 집인 줄 알고 동냥을 구할 생각을 하시오? 여기는 구두쇠로 소문난 정 부잣집이란 말이오. 어서 돌아가시오.” 정 부잣집 하인들은 주인이 알아채지 못할 때 되돌려 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장님 부녀는 의리의리한 기왓집임을 알고 계속 시주를 호소했다. “이런 부잣집에서 적선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굶어 죽을 수밖에 없소. 부디 주인님께 말씀드려 먹다 남은 밥술이라도 한 그릇 주시오.” 화급해진 하인들은 애처로워 보이는 장님 일행에게 경고성 발언을 했다. “가라면 빨리 가시오. 주인나리가 알면 당신들은 뭇매를 맞을 것이오. 여기서 헛고생 하다가 화를 당하지 마시고 냉큼 나가주시오.” 이렇게 옥신각신하며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데 갑자기 사랑채에서 불호령이 들려왔다. “웬놈들이 나의 단잠을 깨우느냐? 어디 불이라도 난 것이냐.” 이윽고 정 부자는 장님과 그의 손을 잡고 있는 딸의 모습을 보고는 큰 소리를 쳤다. “아니, 저놈들이었구만. 쯧쯧. 여봐라, 저기 장님하고 딸년을 냉큼 잡아 마당으로 끌고 오너라.” 정 부자의 불호령에 하인들은 장님 일행을 사랑채 앞 마당으로 끌고 들어와 무릎을 굻렸다. 그러자 정 부자는 죄인을 심문하듯 나무라기 시작했다. “너희들이 우리집 암탉이 알을 하나 더 낳으려는 꿈을 꾸는데 방해한 놈들이구나. 이렇게 시끄럽게 떠들지 않았다면 꿈속에서 노란 계란을 먹을 수 있었는데 너무 분통이 터진다.”
정 부자는 화를 참지 못하며 펄쩍 펄쩍 뛰었다. 그러다가 하인들에게 극악무도한 명령을 내렸다. “저놈의 장님과 딸년에게 곤장을 50대 치고 오줌이라 실컷 먹여 내쫓아버려라.” 장님 거지와 딸은 쌀 한톨 얻지 못하고 오히려 하인들에게 모진 매를 맞고 피투성이가 된 채 쫓겨났다. 때마침 금강산에서 온 유명한 스님이 그 모습을 보고 물었다. “보아하니 어렵게 동냥을 하는 사람들 같은데 왜 이렇게 처참한 몰골이 되어 있는 겁니까?” 하도 서러웠던 장님 부녀는 그동안 일어났던 사연을 스님에게 소상히 고했다. 그러자 스님은 혀를 끌끌 차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해도 너무 하시는군요. 부처님의 인과법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사람들은 반드시 과보를 받게 되어 있지요.” 스님은 자신의 걸망에서 먹을 것을 꺼내 장님 부녀에게 나누어 주며 상한 몸을 보살필 것을 당부한 뒤 정 부잣집으로 향했다. 높다란 소슬대문 앞에 도착한 스님은 목탁을 치며 시주할 것을 청했다. 그러자 난데없이 정 부자의 앙칼진 목소리가 불벼락처럼 들려왔다. “아이쿠 시끄럽구나. 저 중놈이 내 염장을 질러놓는구나. 여봐라. 저 염치없는 중놈에게 소똥이나 한 짐 지워 보내라.” 하인들은 스님을 외양간에 끌고 가 걸망에 소똥을 잔뜩 담은 후 끌어냈다. 그러자 스님은 문간을 나오면서 옆에 놓여 있던 쇠절구를 정 부자의 금방아가 있는 쪽으로 던졌다. 갑자기 쇠절구가 떨어진 곳에서 물기둥이 치솟기 시작했다. 스님은 왼쪽 두루마기의 고름을 뜯어 옆에 있는 소나무 가지에 걸고 주문을 외우며 사라져 버렸다. 스님이 사라지자 물기둥은 일곱 가닥으로 늘어나 정 부자의 집과 금방아간 그리고 논이 물에 잠기기 시작했다. “아이쿠, 내 집과 논이 잠긴다. 여봐라. 어서 저 물길을 멈추게 해라.” 하지만 하인 어느 누구도 주인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하인들은 겨우 스님이 묶어 놓고 간 두루마기 고름에 매달려 물 속에서 나올 수 있었으나 정 부자는 영원히 물에서 나올 수 없게 돼 버렸다.
이렇게 하여 둘레가 6.5km나 되는 송지호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에 의하면 지금도 맑은 날 오봉산에 올라 송지호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 부잣집의 누런 금방아가 보인다고 전한다. 그 후 금방아가 탐이 나서 물 속에 뛰어 들어간 채 영영 돌아오지 않은 사람만도 수백 명이나 된다고 전해진다. 또한 송지호 가장자리에는 정 부자의 집으로 향하는 담벼락의 잔해가 아직도 남아 있다고 한다. 고성=여태동 기자 tdyeo@ibulgyo.com 찾아가는 길 / 버스를 이용할 때는 속초에서 간성읍 사이 구간으로 운행되는 1번 버스가 1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1번 버스를 이용해 오봉리 정류장 하차해 굴다리를 지나 유턴을 하면 송지호가 나온다. 승용차를 이용할 때는 속초에서 국도 44번을 이용해 고성방향으로 15Km정도 들어오다 보면 좌측에 큰 호수가 보인다. 참고 및 도움 / 송지호 철새전망타워, 왕곡마을보존회장 함익영 씨 [불교신문 2494호/ 1월21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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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호는 과거에 비옥한 땅이었다. 그곳에는 정거재(鄭巨載)라는 부자가 마을 한 가운데 살고 있었다. 정 씨는 심술이 많고 욕심이 많았으며 포악하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그는 고래등 같은 커다란 집을 짓고 많은 하인들을 거느리면서 권세를 누리며 살았다. 성격이 포악하고 인색한 정거재는 일꾼들은 물론 마을 주민들에게까지 사소한 일에도 트집을 잡고 횡포를 부렸다.
<사진>송지호 설화를 소개하고 있는 철새전망타워 안내판.
<사진>송지호 중앙에서 바라본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