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 성지순례를 할 때면 감동받을 만한 것이 별로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 성지순례가 됩니까?
신심 돋우고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
밖에서 찾지 말고 스스로를 살펴야
답 : 우리는 성지순례를 통해서 신심을 북돋울 수도 있고, 자신이 집착하고 있던 생각의 틀을 깰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삶이 힘들다고 느껴질 때나, 마음공부가 잘 되질 않아 고민일 경우에는 성지순례를 다녀오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관광하는 방식의 성지순례나, 무언가 화려한 유물을 기대하거나 남에게 자랑거리를 만들기 위해 성지순례를 떠난다면, 오히려 실망만 안고 돌아올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성지에 접근하는 길은 불편할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불편함이 오히려 성지순례를 더 뜻있게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갖고 있던 행복에 대한 환상을 깨는 데는 그 힘든 과정이 아주 도움이 됩니다. 부처님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수많은 성현들은 온갖 역경을 겪으면서 전법을 하셨습니다. 그때에 비하면 오늘 우리의 삶은 너무나 편한 생활을 한다고 볼 수 있지만, 우리는 항상 불만 속에 싸여 있어서 행복하질 못한 것입니다. 불편한 성지 순례를 통해 자신이 얼마나 혜택 받은 삶을 사는지를 아는 것도 큰 소득이 될 것입니다.
불자들에게 있어 가장 훌륭한 성지는 아마도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이겠지요. 물론 국내의 유서 깊은 도량이나 동남아의 불교국가를 순례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뿌리에 해당하는 인도의 불적지(佛跡地)가 불자들에게는 의미가 클 것입니다.
성지순례를 해보신 분들은 잘 알겠지만 성지라고 해서 가보면 텅 빈 공간이거나 아니면 새로 조성된 조악한 시설이 전부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야말로 성지의 진면목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그 공간에서 부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고 호흡을 느낄 수 있다면 곧바로 불국토가 되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아무리 황금의 사원이 있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텅 빈 공간에 서서 무엇이 자신으로 하여금 바로 그 자리에 오게 했는지를 살펴본다면, 비로소 성지가 어떠한지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오래전 거사님 한 분과 룸비니에 갔을 때 일입니다. 그때만 해도 룸비니에는 시멘트벽돌로 조성한 사각의 황량한 연못만 있었고, 성지를 기념할 만한 것이 특별히 없었습니다. 심지어 연꽃 한 송이도 볼 수 없었지요. 다행히 연못 곁에는 오래된 나무가 한 그루 있어서 그늘이 참 좋았습니다. 더 이상 둘러 볼 것도 없었기에 나무그늘에 앉아 선정에 들었지요. 세 시간 후쯤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거사님은 주변의 농부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룸비니를 순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진정 순례해야 할 곳은 빈자리입니다. 후대에 만들어 놓은 기념관이나 유품 등은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겠지만, 그것이 성지일 수는 없습니다. 옛날 부처님이나 조사님들이 거닐었던 그 빈자리야 말로 진정한 성지이며, 그 빈 공간속에서 마음에 가득했던 부질없는 것을 다 버리고, 빈 마음의 뜰에 서는 것이야 말로 참된 순례의 목적지일 것입니다.
성지순례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며, 자신의 본래 모습인 빈 자리를 되찾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성지순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송강스님 / 개화사 주지
[불교신문 2481호/ 12월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