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과 함께하는 가을 템플스테이’ 조계종-MBC 공동주최
… 전국 54명 장애우 스님들과 소통 · 화합

공주 태화산 전통불교문화원 다목적홀에서 열린 장기자랑 시간. 스님과 장애인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장애인들의 발우공양을 돕고 있는 스님들. 표정이 진지하다
108명의 시각장애인과 스님들이 도반(道伴)의 정을 나눴다. 사회적 소통과 전통문화 체험, 그리고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한 ‘시각장애인과 함께하는 가을 템플스테이’가 지난 25일부터 26일까지 공주 태화산 전통불교문화원과 마곡사 일대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의 주최는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자승스님)과 문화방송(MBC, 사장 김재철). 매년 청주 MBC가 진행해 오던 프로그램을 제33대 조계종 집행부가 ‘소통과 화합으로 함께하는 불교’라는 캐치프레이즈의 실현을 위해 동참한 것이다. 전국에서 모인 54명의 1급 시각장애인들과 중앙승가대 학인 스님들로 구성된 니르바나 봉사동아리 스님 54명 등 총 108명이 참여했다.
“스님 어깨 기대어 단풍향 깃든 가을산사에 눈뜨다”
공주 마곡사 일대서 1박2일
중앙승가大 ‘니르바나’ 스님들
평안 선사…‘마음의 눈’ 열어줘
“서로의 행복 - 평화 진심 발원”
<사진> 대중방에서 노래 ‘만남’을 부르고 있는 장애인과 스님들.
장애인과 스님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청남대 단풍길 걷기, 마곡사에서의 발우공양과 차담, 타종 및 예불, 108배, 숲 속 명상 등 다채로운 산사의 프로그램을 체험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비록 눈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시각장애인들은 스님들의 친절한 도움으로 산사의 정갈함과 고즈넉함을 몸으로 느꼈으며, 스님들은 1박2일 동안 장애인들의 손발이 되어 이들의 고충을 이해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수행자와 일반인의 벽을 허물고 마음의 평안과 소통을 이루는 시간이 됐다. 조계종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그간 접근이 어려웠던 장애인들을 위한 맞춤형 템플스테이를 본격적으로 마련, 전통문화 향유의 기회를 넓히겠다는 생각이다. 문화방송 역시 특별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시청자들에게 템플스테이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독려할 계획이다.
장애인과 스님들의 첫 만남은 충북 청원에 위치한 대통령 전용 별장 청남대에서 이뤄졌다. 각자의 짝꿍을 찾아 인사를 나누는 상견례 시간이다. 스님들은 장애인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통성명을 하고 안부를 물었다. 대부분이 노장년층인 시각장애인들은 처음 방문하는 장소인 데다 스님들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해 서먹서먹한 분위기. 그러나 스님들과 사이좋게 손을 잡고 가을색 완연한 산책로를 걸으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갔다.
버스를 타고 2시간쯤 달려 도착한 마곡사.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낙엽이 발밑에 서걱거리고 바람에 부딪히는 풍경소리가 맑고 경쾌하다.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을 만한 눈부신 가을 한복판의 정취다.
대광보전에서 열린 간단한 입재식. 진행은 ‘자비명상’으로 유명한 마곡사 템플스테이를 담당하는 묘운스님이 맡았다. 장애인과 스님들은 서로를 꼭 껴안으며 서로의 행복과 평화를 진심으로 기원했다. 이어 가슴에 양손을 얹고 묘운스님의 발원을 함께 새긴다. ‘천년고찰에서 희귀한 인연을 맺었으니 사랑의 마음은 무럭무럭 키우고 증오의 마음은 말끔히 씻어내고 가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때는 어느새 저녁나절. 사찰생활의 백미인 발우공양이 기다리고 있다. 마곡사 주지 원혜스님이 직접 참여했다. 모두가 차별없이 똑같은 양을 공평하게 나눠먹는 평등공양, 쌀 한톨도 버리지 않는 절약공양, 대중의 화합을 성취하는 공동공양, 한없는 복덕을 짓는 복덕공양 등 발우공양의 의미에 장애인들은 귀를 기울였다. 이후 죽비소리에 맞춰 오관게(五觀偈)를 읊고 각자의 그릇에 밥과 찬을 덜어낸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허물 모두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삼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스님들은 수저를 장애인의 손에 쥐어주고 행여 밥을 흘리지 않을까 주의 깊게 살피며 노심초사다. 평소 신도들로부터 공양(供養)을 받는 입장이지만, 이날만큼은 열심히 공양을 하는 게 스님들의 소임이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범종 치는 재미에 흠뻑 빠졌던 장애우들은 도보로 10분쯤 걸어 인근 전통불교문화원에 닿았다. 다목적홀에서 펼쳐진 장기자랑. 금세 스님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가 된 이들은 갖고 있는 ‘끼’를 마음껏 발산했다.
짝꿍끼리 무대에 올라 같이 노래를 부르며 막역지간을 과시한다. 유대와 화합은 이튿날에도 이어졌다. 옹기종기 모여앉아 108염주를 꿰고 마곡사의 명물인 시냇물 징검다리를 건너며 웃음꽃을 피웠다. 노귀현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경기도지부 상임이사는 “스님들의 배려로 불교도 배우고 산사의 생활도 체험해 즐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 사이좋게 손을 잡고 마곡사 경내를 걷고 있는 장애인과 스님들
무엇보다 “불자장애인들이 불교계에서 도움을 받지 못해 타종교로 개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앞으로 불교계가 장애인들에게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직언’을 던졌다. 장애우들의 환한 얼굴과 스님들의 따뜻한 미소에서 가을 템플스테이가 소통의 선근(善根)을 심었으리라 짐작된다. 자타불이(自他不二)를 확인하는 뜻 깊은 1박2일이었다.
공주=장영섭 기자 fuel@ibulgyo.com
[불교신문 2667호/ 10월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