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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경포호 생성 유래

강원도 강릉시 운정동, 저동, 초당동, 강문동에 걸쳐 있는 경포호는 경포대를 중심으로 호반에 산재한 누각들과 경포해변 및 주변에 울창한 송림지대가 있다. 옛날에는 둘레가 12km나 됐다고 하나 지금은 4km 정도이다. “수면이 거울과 같이 청정하다”해서 경포호(鏡浦湖)라 하였다. 각종 담수가 살고 철새들의 도래지인 경포호에서는 다섯 개의 달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하나는 하늘의 달이요, 둘은 호수의 달이요, 셋은 바다의 달이요, 넷은 술잔의 달이요, 다섯은 님의 눈에 비친 달이다. 경포호에는 호수의 탄생에 얽힌 애잔한 이야기가 전한다.

경포대에서 바라본 경포호의 전경.

노스님에 무례 범한 부잣집 물속에 가라앉다

성격 포악한 시어머니 화주승에 오물 던져

악행에 대한 과보로 지옥으로 가는 禍 당해

옛날 명주부(강릉의 옛 지명)에 아주 부유한 시어머니와 며느리(어머니와 딸이라고도 함)가 살았다. 이들 중 시어머니는 욕심이 많고 남에게 베푸는데 인색한 놀부 심보를 가졌다. 이에 비해 며느리는 가난한 이들에게 측은지심을 내어 시주를 잘해 마을 사람들에게 ‘착한 여인’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어느 날 이들이 사는 마을에 노 스님이 걸망을 메고 시주를 하러 와서 이 집 저 집을 다녔다. “나무 관세음보살, 부처님께 시주를 하면 공덕이 생기니 정성껏 시주를 하세요.” 노스님은 목탁을 꺼내 반야심경을 봉송하기 시작했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오온 개공 도일체고액…”

독경소리가 들리자 이 집 저 집에서 나와 시주를 하기 시작했다. 어떤 집은 쌀을 들고 와서 시주를 하고 어떤 집은 금전과 은전을 시주하며 저마다의 복덕을 빌었다.

“스님, 우리는 3대 독자 집안인데 자식이 없어 걱정입니다. 부디 이번 시주 공덕으로 며느리가 꼭 아들을 얻게 해 주십시오.”

“네, 뜻하는 원을 세우고 지극정성으로 기도하시면 이루어질 것입니다.”

노 스님은 마지막으로 욕심 많은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사는 집 앞에 이르렀다. “이 집 시어머니의 성질이 고약하다지. 내 오늘 부처님 도력으로 착한 마음을 내게 해 저승에 갈 때는 극락왕생하게 해 주어야겠어. 나무아미타불.”

노 스님은 소슬대문 앞에서 공손히 합장을 한 뒤 목탁을 치기 시작했다. “초발심시변정각 나무아미타불…” 노 스님이 구성지게 목탁을 치며 한참동안 정성껏 기도를 하자 별안간 대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렸다.

“아니, 우리도 먹을 것이 없는데 무슨 시주를 하라고 빌어먹을 늙은 중이 시끄럽게 목탁을 치고 난리야. 내 오늘 낮잠 한번 늘어지게 자 보려 했는데 이렇게 잠을 깨워 놓았으니 당신이 내게 보상을 해 주어야겠어. 거기 걸망에 있는 쌀을 내게 내 놓으시오.”

다짜고짜 달려드는 억센 시어머니의 성화에 노스님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이보시오, 부처님 가르침에 인과법이란게 있소. 당신의 이 무례한 행동은 나중에 과보로 돌아온단 말이오. 그러니 당신 며느리처럼 착한 마음을 내어 저승에 가서 극락왕생할 수 있도록 하시오.”

그러자 시어머니는 “이 늙은 중이 나를 가르치려 드네”라며 더욱 화를 냈다. 그러더니 집 뒷간으로 달려가서는 오물을 한 바가지 들고 와서 노 스님에게 던지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재수 없는 늙은 중놈아. 이거나 먹고 얼른 떨어져 버려라.”

노 스님은 너무나 경황없는 일을 당했음에도 당황하지 않고 조용히 합장을 한 뒤 돌아섰다. 이 모습을 본 며느리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발을 동동 굴렸다. 자신이 나서면 시어머니의 불벼락이 떨어질 것은 불 보듯 뻔했다. 하는 수 없이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보이지 않는 뒷문으로 돌아가서 노 스님을 찾아가 정중하게 합장을 하며 사과를 했다.

“스님 죄송합니다. 저의 시어머니의 무례함을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대신해서 이렇게 참회를 하고 또 하겠습니다.”

노스님은 “며느님의 착한 마음씨를 시어머니가 배워야 할 터인데 걱정입니다. 부처님의 인과법에는 자신이 지은 업(業)에 따라 과보를 받게 되어 있지요. 부디 시어머니의 악한 행동을 참회하게 해 주셔야 합니다.”

노 스님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어디선가 날카로운 굉음이 들렸다. “이 놈의 늙은 중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야. 내 손에 송장이 되려고 환장을 했구나.” 시어머니가 며느리와 노 스님의 모습을 보고 뒤를 따라 왔던 것이다. 노 스님의 멱살을 잡은 시어머니는 논 구렁텅이로 밀어버렸다. 그러자 노 스님은 그만 뒤로 넘어져 버렸다. “아이쿠. 나무관세음보살.”

시어머니는 그래도 분이 덜 풀렸는지 흙을 한 움큼 잡고서는 노 스님에게 던졌다. “이 늙은 중아. 지옥에나 가 버려라.” 독설을 퍼부은 시어머니는 휑하니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노 스님은 그 모습을 보면서 며느리에게 조용히 일렀다. “이보시오, 며느리 보살님. 당신 시어머니의 악행으로 인해 이 마을은 큰 재앙을 받게 될 것이오. 어서 빨리 마을사람들에게 일러 짐을 꾸려 마을을 떠나라고 하시오. 그리고 당신도 마을을 속히 빠져 나오시오.”

<사진> 경포호 옆에 위치한 관동팔경 중의 하나인 경포대.

노 스님은 며느리에게 한마디 더 당부했다. “마을에서 나올 때는 절대로 뒤를 돌아보아서는 절대 안 되오. 만약 뒤를 돌아 보면 큰 화를 당하게 될 것이오. 내 말을 꼭 명심하시오.”

노 스님이 돌아가자 며느리는 마을 사람들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자신도 짐을 꾸렸다. 그리고 시어머니에게도 사연을 말했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집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내가 이 대궐같은 우리 집을 두고 가긴 어딜 간단 말이냐. 그 늙은 중이 헛소리를 짓거리고 있는 것이야.” 며느리는 아무리 시어머니를 설득해도 말을 듣지 않자 하는 수 없이 혼자만 집을 나왔다.

마을을 나서는 순간 “쿵”하는 소리와 함께 집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는 어디에선가 물이 솟아오르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며느리는 걱정이 되었지만 노 스님이 일러준대로 뒤를 돌아보지 않고 내달렸다. 마을 어귀를 돌아 나오는데 다시 비명소리가 들렸다.

“아이쿠, 나 죽네. 새 아가야, 날 좀 살려 다오.”

시어머니의 목소리였다. 너무도 애절하게 절규하는 바람에 마음씨 착한 며느리는 그만 뒤를 돌아보고 말았다. “어머님, 속히 나오라고 제가 그렇게 말씀드리지 않았던가요?”

그 순간 며느리의 몸은 단단한 바위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마을 전체는 서서히 땅 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고 이내 물이 차서 커다란 호수가 되어버렸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살았던 집의 곡간에 쌓아 두었던 곡식은 조개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경포호에서 나오는 조개를 ‘적곡(積穀)조개’라고 부른다. 이 조개는 풍년이 드는 해에는 적게 잡히고, 흉년이 드는 해에는 많이 잡혀 백성의 배고픔을 헤아리기도 했다고 한다.

강릉=여태동 기자 tdyeo@ibulgyo.com

■ 찾아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강릉나들목에서 나와 계속 직진하다 우측으로 진입해 고가도로를 탄다. 주문진 속초 방향의 이정표를 따라 7번국도를 타고 가다보면 왼쪽편에 강릉대학교를 지나치게 된다. 조금만 더 가다가 나오는 삼거리에서 강릉, 오죽헌 방향을 따라 오면 경포호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하면 경포호가 나온다. (033)640-5904

■ 참고 및 도움

강릉시청 문화예술과 이용관씨, 향토지 <증수임명지>, <관광자원학>, 강릉시청 홈페이지.

[불교신문 2503호/ 2월25일자]

Posted by 백송김실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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