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 동지불공을 하고 오다가 문득 의문이 생겼습니다. 불교의 명절과는 특별한 관계가 없는 동지에 불공을 드리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혹시 이런 것이 불교를 약화시키는 것은 아닌지요?
불교적 명절이란 본래 없는 것
밝음으로 전환하라는 깊은 뜻
답 : 동지는 고대로부터 전해지는 전통적인 명절로서 불교적인 것은 분명 아닙니다. 그러나 엄격히 말하면 부처님의 가르침에 명시된 명절은 따로 없기에 불교적인 명절이라는 것도 후대의 사람들이 만든 것일 뿐이지요. 그러므로 불교적인 것이냐를 두고 따지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
스님들의 입장에서는 동지불공이 결코 특별한 불공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절에서는 불공을 드리지 않는 날이 없기 때문이지요. 불공이란 부처님께 공양을 올린다는 뜻이며, 아울러 부처님의 가르침을 마음에 깊이 새겨 실천하겠다는 표현이며 예법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스님들은 언제나 불공을 드리고 있는 것이지요.
신도님들이 특별히 불공을 드린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늘날 우리나라의 경우 매일 불공을 올리는 신도님들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남방의 불교국가처럼 집에 법당을 마련하여 매일 불공을 올리는 입장에서는 일상사일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불자들은 불공을 드린다고 하면 특별한 날에 특별한 마음가짐으로 부처님께 발원하고 참회하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강하지요. 바쁜 나날을 보내는 신도들로서는 멀리 떨어져 있는 사찰에 간다는 것이 특별히 마음을 내어야 할 날처럼 된 것이지요.
불교의 장점은 어느 곳에 이르건 그 지역의 특별한 민속이나 전통을 잘 수용한다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하면 이 세상에는 불변의 절대적 가치를 가진 것도 없거니와 또한 무의미한 일도 없기에, 항상 좋은 점을 취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생활화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동지는 밤이 가장 긴 날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가장 추운 시기이기도 하지요. 전통사상으로는 음기(陰氣)가 가장 강한 날이라고도 합니다. 이것은 동지를 기점으로 점차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고 따뜻해지며 점차 양기가 강해진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시작이 되는 날이기에 예로부터 왕이 대신들에게 달력을 나누어 주었고, 그 전통이 사찰에 그대로 남아 새해 달력을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은설’이라고 해서 팥죽을 먹어야 한 살을 더 먹는다고도 하는데, 이는 절망을 희망으로 전환할 때에만 철이 든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동지는 가장 춥고 밤이 길기에 절망적인 날로도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지혜롭게 생각하면 바로 희망의 날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에 매우 적당한 날이 되는 것입니다. 동지에 불공을 드리는 의미를 굳이 말한다면, 바로 이러한 안목을 열어주려는 스님들의 배려입니다.
2008년 연말의 상황을 100년에 한번쯤 일어날 위기라고들 합니다. 그래서 모두들 매우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가장 깊은 골짜기에 도달한 사람에게는 올라갈 곳만 남아 있으며,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는 것이지요. 만약 앞에 보이는 절벽을 보며 절망하고 있다면 결코 골짜기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더 이상 절망할 수 없는 지경이라면, 이제는 희망의 언덕을 향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동지에 새알을 비비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 새날을 열어갈 팥죽을 공양 올리고 발원하는 까닭입니다.
송강스님 / 개화사 주지
[불교신문 2489호/ 12월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