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단장 종훈스님)은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4박5일 일정으로 일본 천년고찰들이 산재해 있는 교토, 나라, 후쿠이 일원에서 ‘2008 템플스테이 운영자 해외연수’를 실시했다. 일본 불교문화를 직접 체험함으로써 국내 템플스테이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마련된 이번 연수에는 전국 사찰에서 활동하고 있는 템플스테이 실무자 80여 명이 동참했다. 엔랴쿠지(延曆寺), 호류지(法隆寺), 에이헤이지(永平寺) 등 일본의 대표적인 사찰 10여 곳을 방문해 일본불교의 진수를 맛볼 수 있었던 체험현장을 해외연수단과 함께 동행 취재했다.

지난 20일 새벽5시30분 일본 와카야마현(和歌山県) 히에이산(高野山) 해발 1000여m에 자리 잡고 있는 엔랴쿠지(延曆寺) 근본중당. 눈발이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연수단 일행은 일본의 좌선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법당을 찾았다. 이어 좌선지도를 맡은 일본 스님의 지도에 따라 가부좌를 틀고 참선에 들었다. <사진 위>법랍이 40년이 훌쩍 넘은 사찰 주지스님부터 20대 청년에 이르기까지 연수단의 연령대는 다양했지만, 그 누구 하나 흐트러짐 없이 삼매에 들었다.
일반 관광객에게도 ‘숙방’ 제공
19일 오전 일본 오사카(大阪) 간사이(關西) 공항을 통해 입국한 연수단이 엔랴쿠지 회관에서 여장을 풀고 가진 첫 번째 일본불교 체험프로그램이다. 국내에서 사찰체험 프로그램은 ‘템플스테이(Temple Stay)’란 영어식 표현이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일본에서는 ‘숙방(宿坊)’으로 불리고 있다. 불교에서 참배객에게 숙박을 제공하는 곳을 표현한 것이지만, 참배객 외에도 일반 관광객에게도 개방하고 있다.
일본불교의 모산(母山)으로 불리는 히에이산에 위치한 엔랴쿠지는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될 만큼 불교ㆍ문화적 가치가 높아 매년 수십만 명이 관광객이 찾고 있다. 때문에 현재 히에이산에만 50여 개의 숙방이 있다. 엔랴쿠지도 산하에 숙박시설을 두고 숙방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연수에 동참한 일행들도 히에이산 내 숙방에 이틀간 머물며 현지의 불교문화를 만끽했다. 강릉 현덕사 주지 현종스님은 “깔끔한 시설에서 고찰의 풍취, 불교문화 등을 모두 체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면서 “일반 관광객의 눈높이에 맞추다 보니 템플스테이 시설이 아닌 숙박업소에 가까운 것이 우리와 다른 점 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처럼 선불교 전통이 약한 일본불교의 특성상 체험프로그램은 한국불교에 비해 비교적 단순하고 느슨한 편이다. 엔랴쿠지 관계자는 “과거 엄격한 수행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호응도가 낮아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하게 됐다”면서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춘 숙박시설에서 불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나라현에 있는 성덕종 총본산 호류지의 금당불당.
연수단 일행은 1200년의 불교성지 엔랴쿠지에서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20일 오전부터 본격적인 일본사찰 견학에 나섰다. 이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나라현(奈良県)에 위치한 일본 성덕종의 총본산 호류지(法隆寺). 이곳은 아스카 시대(6세기 중엽~8세기 초)의 모습을 오늘날에 전해주는 사찰로 경내 금당, 5층탑 등이 있는 서원(西院)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오사카 시텐노지(四天王寺)
백제가람 형태 눈길… 배려와 친절함 인상적
이어 이들은 다시 히에이산으로 이동, 일본 밀교종파인 진언종의 총본산 콩고부지(金剛峰寺)를 방문해 참배하고 인근 숙방지인 적송원 밀엄원에서 여장을 풀었다. 해외연수 셋째날인 22일, 일본사찰 견학은 이어졌다. 이번 연수가 새벽부터 오후7~8시까지 이어진 강행군이었음에도 모두 지친 기색 없이 열심히 일정을 소화해 나갔다. 이날 첫 번째 방문한 사찰은 오사카 시텐노지(四天王寺)다. 이곳은 1400여 년 전 일본 쇼토쿠 태자(聖德太子)가 백제의 건축 기술자를 초빙해 건립한 사찰로 백제의 가람형태가 남아있어 눈길을 끌었다.

교토 3각의 하나로 불리는 비운각.
이어 일본의 천년고도 교토(京都)로 이동해 니시혼간지(西本願寺)를 찾았다. 이곳은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1만500여 개 사찰과 사부대중 1200만 명이 소속돼 있는 정토진종 혼간지파의 본산이다. 특히 금각사, 은각사와 함께 교토 3각이라고 불리는 비운각(飛雲閣)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날 연수단 일행은 사찰 측의 배려로 경관 보호를 이유로 그 동안 관람이 금지돼 있던 비운각을 직접 볼 수 있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대구 동화사 수련원장 해월스님은 “평소 일본인들도 보기 힘든 명소인 비운각을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면서 “이번 연수를 통해 일본 불교인들의 배려와 친절함에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요미즈데라(淸水寺) 전경.
이들은 다시 교토 시내에서 멀지 않은 기요미즈데라(淸水寺)로 향했다. 연간 참배객이 300만 명에 달할 만큼 일본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이 사찰은 139개의 나무 기둥만으로 지탱하고 있는 웅장한 본당과 소원을 들어준다는 샘물 등 일행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2005년 첫 연수 이래 최대 인원 동참”
이번 연수 공식일정의 마지막 날인 22일, 연수단은 오전 후쿠이현(福井県)에 위치한 에이헤이지(永平寺)를 찾았다. 일본사찰 참배의 마지막 회향지인 이곳은 조계종과 수행체계가 가장 비슷한 일본 조동종의 총본산이다. 1244년 도우켄(道元) 선사에 의해 세워진 일본 선종의 제일 수행도량으로 지금도 전국에서 모인 많은 스님들이 수행이 이어가고 있다. 연수단은 에이헤이지 참배를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다음날 오전 고마츠 공항(小松)을 통해 귀국했다.

에이헤이지(永平寺) 경내.
이번 해외연수 실무를 맡은 이동익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대리는 “지난 2005년 첫 연수를 시작으로 매년 참가자가 늘었고 올해 연수에 최대인원이 동참했다”면서 “해외연수가 템플스테이 실무자들에게 더욱 유익한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 더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사카ㆍ교토=허정철 기자
“해외연수 프로그램 개발에 박차”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사무국장 진경스님
“한국불교 템플스테이의 해외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번 일본연수를 기획했는데, 참가자들의 반응이 기대이상으로 좋아 큰 보람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해외연수를 기획하고 운영해 기대에 보답하겠습니다.”
2008년 템플스테이 운영자 해외연수를 원만하게 회향할 수 있도록 현지에서 노고를 아끼지 않은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사무국장 진경스님<사진>은 연수를 마친 소감을 이 같이 밝혔다.
진경스님은 “최근 국내외 경제 불황으로 인해 자칫 해외연수 자체가 무산될 수 있었는데, 템플스테이 운영자들의 의지를 향상한다는 당초 취지대로 원만히 회향할 수 있어서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빡빡한 일정에도 묵묵히 프로그램을 소화한 참가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이번 연수가 일선 템플스테이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실무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친목을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앞으로 템플스테이 운영자 해외연수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면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박차를 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일 불교우호 증진에 도움 되길”
엔랴쿠지 총무부장 고바야시 쇼죠스님
“한국과 일본의 템플스테이는 문화적으로 차이를 보이지만, 양국 불교도 모두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큰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불교계의 방문도 이러한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이번 방문이 양국 불교우호 증진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엔랴쿠지 총무부장 고바야시 쇼죠(小林租承, 사진) 스님은 19일 한국 템플스테이 운영자 연수단 환영행사에서 양국불교계의 우호를 강조하며 이 같이 밝혔다.
고바야시 쇼죠 스님은 일본 템플스테이 문화에 대해 “과거 엔랴쿠지를 비롯해 몇 몇 사찰에서 수행위주의 엄격한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재가불자와 일반인들에게 큰 호응을 받지 못했다”면서 “이로 인해 편의시설을 갖춘 숙방을 건립해 불교문화와 자신에 몸에 맡게 불교수행의 진수를 맛 볼 수 있는 가벼운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또 “양국 불교문화의 정서가 다른 만큼 템플스테이 운영도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그럼에도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꾸준히 왕래한다면 대승불교의 뿌리는 둔 동북아 불교계는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