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쥐의 해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쥐를 다산과 근면, 예지(豫知)의 상징이라 하여 길하게 여기기도 하였고 흉년, 도둑을 연상시킨다하여 불길하게 여기기도 하였다. 다른 12지신들이 대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에 비하면 쥐는 길흉의 양면을 지니고 있는 특이한 경우라고 하겠다. 이는 쥐가 본래 지닌 습성에 기인한 바도 있겠거니와 12지신의 첫머리를 차지하면서 시작과 끝을 동시에 상징하고 있는 것에서도 그 연유를 찾을 수 있다.
부처님 진리의 또 다른 상징
사찰 건물 조각 탱화에 보여
약사여래 권속으로 불법수호
예를 들면, 하루 24시간을 12지로 나타낼 때 자시(子時)는 밤 11시에서 이튿날 새벽 1시 사이가 되는데 이는 어제와 오늘의 경계에 놓여진 시간으로 12지의 하나인 쥐의 속성을 잘 보여주고 있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밤 12시를 자정(子正)이라고 하는 것은 자시의 한가운데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서양에서 1월을 두 개의 얼굴을 지닌 신 ‘야누스’의 달이라 하여 ‘January’라고 하는 것처럼 쥐는 시간의 시작과 끝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시간의 흐름을 12가지 동물로 표현하게 된 것이 언제부터인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중국 상(商)나라 갑골문에도 10간 12지가 적혀있다고 하니 아주 오래 전부터 비롯된 일이 아닌가 짐작되는데 오늘날 형태의 12지신으로 정형화된 것은 후한(後漢)시대에 왕충(王充)이 저술한 사상서 <논형(論衡)>에서부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12지신이 어디에서 비롯됐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 중동에서 온 것이라는 설과 인도에서 온 것이라는 설 등 이설이 많아 확정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 다만 현재의 12지신과 비슷한 형태들이 이란 등 중동지역과 인도, 티벳 등의 지역에서 폭넓게 존재하고 있는 점으로 보아 고대의 세계보편적 문화현상이 아니었을까 짐작되며 처음에는 여러 동물들이 혼재되어 있다가 후대로 오면서 점차 현재의 12동물로 정형화되었고, 중국을 거치면서 도교적 영향을 받아 머리는 동물에 사람 몸을 한 장수상으로 발전된 것으로 짐작된다.
이러한 12지신상은 능묘나 각종 건축물의 부조, 석상, 수호부적 등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폭넓게 활용되었는데 불교의 경우도 사찰 건물이나 조각, 탱화, 부도 등에 널리 사용하였다.
특히 불교에서 12지신은 약사여래의 권속으로서 불법을 수호하는 호법신장의 하나로 여겨졌는데 12야차대장(夜叉大將), 혹은 12신왕(神王) 등으로 불렀다.
<약사유리광여래본원공덕경(藥師瑠璃光如來本願功德經)>에 보면 석가모니부처님이 문수보살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약사여래의 12대원(大願)과 그 공덕을 설하자 이에 감복하여 약사여래의 12대원 성취와 약사여래를 신봉하는 사람들을 수호하겠다는 서원을 한 12지신이 ‘12야차대장’으로 나온다. 이같은 경전 내용은 그림으로도 표현되어졌는데 통도사에서 소장하고 있는 ‘약사여래회상도(藥師如來會上圖)’가 대표적이다.
이렇듯 12지신은 단지 우리의 나이나 햇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부처님의 진리를 상징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에 불자들이 바라보는 12지신은 남다른 것이다. 홍길동전으로 유명한 허균의 시문집 <성소부부고(惺所覆藁)>에 나오는 ‘천룡주악인(天龍奏樂引)으로 운상인(雲上人)의 축(軸)에 쓰다’라는 싯귀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허균의 싯귀처럼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환희심이 가득하여 덩실덩실 춤을 추는 새해가 되길 기원해본다.
김 유 신 / 불교문화정보연구원 대중문화사업본부장
[불교신문 2394호/ 1월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