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사 미륵전

금산사 미륵전 인간사 굽어보는 미륵부처님

통일신라 진표율사 창건…국보62호 유일한 3층 목조건물 ‘건축사 위업’ 거대한 삼존불…수많은 벽화도 눈길 금산사 미륵전.불교신문 자료사진 전북 김제시와 완주군 사이에 자리 잡은 모악산은 미륵신앙의 발상지다. 예로부터 미륵부처님을 기다리는 중생들의 염원이 담겨있는 이곳은 또 종교성지가 많기로 유명하다. 조계종 17교구본사인 금산사를 위시로 해 신흥종교인 증산교가 발원한 곳이기도 하다. 모악산 금산사가 미륵신앙의 성지로 자리매김 한 것은 진표율사 때부터다. 변산 부사의암(不思議庵)에서 수행하던 스님은 미륵보살과 지장보살을 친견하고 돌아와 금산사를 중창했다. 이 때가 762(통일신라 경덕왕 21)년부터 766(혜공왕 2)년 사이다. 국보 62호인 금산사 미륵전 역시 이 시기 조성된 당우로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3층 목조건물이기도 하다. 임진왜란에 이어 1597년 발생한 정유재란 때 화재로 소실됐던 것을 1635(조선 인조 13)년에 다시 지었다. 거대한 미륵부처님을 모시고 있는 이곳은 여러 가지 이름을 갖고 있다. 용화전.산호전.장륙전 등으로 불리는데 현판도 3가지나 된다. 1층에는 ‘대자보전(大慈寶殿)’, 2층에는 ‘용화지회(龍華之會)’, 3층에는 ‘미륵전’이라는 편액이 각각 걸려있다. 이름은 다르지만 모두가 미륵불에 의한 용화세계를 상징한다. 이 당우는 다층건축물로 법주사 팔상전과 함께 한국 건축사의 위대한 업적으로 꼽힌다. 여러 차례 중수를 겪은 탓에 형태들이 혼재돼 있긴 하지만 웅대하고 안정된 느낌을 주는 것은 변함없다. 1층과 2층은 앞면 5칸.옆면 4칸으로 이뤄졌고, 3층은 앞면 3칸.옆면 2칸이며, 팔작지붕의 다포양식이다. 특히 2층과 3층 전면의 채광창은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조명역할을 담당한다. 진표율사가 미륵불을 친견했을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라고 알려진 이곳에 조성된 수많은 벽화는 미륵도량의 풍모를 더해준다. 보살과 팔부신중과 함께 오른쪽 벽에는 1890년(고종 27)에 조성한 제석천룡탱화가 모셔져있다. 미륵전에 모셔진 본존은 높이 11.82m의 거대한 부처님이다. 본존불 양 옆의 협시보살 역시 8.79m에 달하는데, 왼쪽이 법화림(法花林) 보살이고, 오른쪽이 대묘상(大妙相) 보살이다. 창건 당시에는 미륵장육상 한 분만 봉안됐었는데, 정유재란 이후 복원하면서 소조삼존불로 모셔졌다고 한다. 멀리서도 웅대함을 자랑하는 금산사 미륵전은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까마득히 올려다 봐야하는 미륵부처님 역시 인간사 모든 것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아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본존불은 일부 유실됐으며, 지금의 부처님은 우리나라 근대 조각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김복진(1901~1940)이 1938년 다시 조성한 것이다. 법화림.대묘상 보살은 1635년 복원 당시 조성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으나, 지난해 7월 폭우로 등판이 소실됐다. 금산사는 현재 좌우 협시보살상에 대한 복원불사를 추진 중이다. 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불교신문 2318호/ 4월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