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32026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9> 밀양 박광순 땅띠한 부부




“스님 법문이 살아가는데 힘이 된다”는 박광순 땅띠한 부부가 지난 5일 밀양 천경사를 찾아 수원스님과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우리 딸, 자비 실천하는 의사됐으면…”



천경사 문화센터 다니며 가정화합 도모해




“만남 그 자체의 인연을 소중히 하세요.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아름답게 표현하려고 노력한다면 행복은 저절로 만들어 질 겁니다.” 지난 5일 밀양 천경사를 찾은 박광순(45) 땅띠한(26) 부부가 주지 수원스님에게 법문을 청했다. 스님은 부부를 번갈아 보고 빙그레 웃더니 “아름다운 인연이 튼튼해 질 수 있도록 같이 기도해 주겠다”고 말했다. “마음을 굳게 먹고 시작한 일도 한 번 씩 흔들릴 때가 있다”는 박 씨는 “스님을 뵙게 돼 다시 희망과 용기를 얻었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박광순 땅띠한 부부는 지난 2007년 11월에 결혼했다. 신혼 초에는 걱정이 많았다. 서로의 마음을 제대로 알 수 없는데 ‘내가 과연 이 사람과 잘 살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쉽사리 지울 수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결혼생활은 순조롭지 않았다. 음식이며 언어며 어느 것 하나 공통점이 없었다. 특히 천성이 묵묵한 박 씨는 의사소통에 서툴렀다. 답답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평탄치 않았던 신혼생활은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된 계기가 생긴 것. 농번기로 한창 바쁠 무렵인 1년 전, 박 씨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들일로 귀가가 늦어졌다. 평소 보다 늦어진다고 판단한 땅띠한 씨가 보경이를 업고 무작정 길을 나섰다. 하필이면 그때 박 씨는 지름길로 내려왔고, 부인과는 길이 엇갈렸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온 박 씨는 부인이 안보이자 부리나케 다시 산으로 올라갔다. 다행히 중간지점에서 길을 헤매고 있던 부인을 발견했다. 손에 든 도시락은 박 씨의 마음을 더욱 미안하게 했다.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고마우면서도 미안했습니다. 이런 게 부부가 아닐까 싶더군요.”

부부는 ‘연꽃마을사람들’에서 운영하는 밀양아시아문화센터의 개관으로 더욱 사이를 좁혔다. 땅띠한 씨는 센터에서 잡채며 찌개 등 한국음식과 언어를 배웠다. 가르쳐 주는 선생님이 생기자 땅띠한 씨의 학구열도 더욱 높아졌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와 배운 내용이 떠오르지 않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예습하고 복습했다고 한다.

<사진> 지난 5일 천경사에서 촬영한 가족사진.

이런 부인의 노력에 박 씨도 가만있지 않았다. 베트남어를 조금씩 배우기 시작했다. 베트남어가 차츰 익숙해져 요즘은 일 나갔다 돌아오면 꼭 ‘밍의, 밍의’라고 부른다고 한다. 밍의는 한국어로 ‘여보’다. “고향생각도 많이 날 텐데 베트남어를 조금이라도 해서 부인의 향수를 달래주고 싶었다”는 박 씨는 “나 하나만 바라보고 온 부인의 정성을 모른 척 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부부는 딸 보경(2)이가 의사가 됐으면 한다.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고 전문직이라는 점에서 의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어머니 나라인 베트남에서 병든 사람을 위해 봉사하며 살아주길 바란다. 땅띠한 씨는 “자비를 실천하며 아픈 사람을 고쳐 주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며 밝게 웃었다.

이런 부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날 보경이는 수원스님의 목탁을 장난감 삼아 신나게 두드리며 스님에게 재롱을 부렸다. 수원스님도 보채지 않고 생글생글 웃는 보경이가 기특한지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서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하면서 살아라”며 머리를 연신 쓰다듬었다.

부부는 수원스님에게 특별한 보답의 인사를 건넸다. “‘자기 인생은 자기가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스님 말씀대로 의지하고 화합하며 잘 살겠습니다.”

밀양=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불교신문 2509호/ 3월18일자]

Posted by 백송김실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