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수유와 매화나무가 심어진 꽃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연곡사 대적광전에 다다른다.

<사진> 겨우내 얼어 있던 피아골 계곡이 다시 조용히 흐르고 있다.

<사진> 매화

<사진> 산수유

<사진> 홍매


<사진>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도라 할수 있는 국보 53호, 54호인 연곡사 동부도(사진 왼쪽)와 북부도
“오메~ 봄꽃들의 군무에절가는 길도 잊어먹겠네”
아직 벚꽃은 꽃망울을 터뜨리지 못한 채, 송이송이 망울 져 있다. 이제 곧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향긋한 꽃내음 속에서 봄의 향연이 펼쳐지게 될 섬진강변을 걷는다. 강변에 언뜻언뜻 뵈는 매화와 산수유가 아직 완연한 봄이 오려면 멀었다며 수줍은 듯 고개를 내밀고 있다. 지리산 연곡사를 향하는 길목엔 이같은 꽃님들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흐르는 강물과 거대한 산이 만나는 전남 구례에서 경남 하동쪽으로 가다보면 연곡사로 들어가는 피아골 초입에 닿는다.
피아골 계곡을 따라 연곡사로 향하는 길목에서 산 중턱을 바라보노라면, 끝도없이 펼쳐진 차밭을 만난다. 첫 차를 따는 곡우를 한 달 정도 남긴 지금도 찻잎은 푸르기만 하다. 찻잎 한 소쿰 따다가 덖어서 달이면 기가 막힌 차 맛이 나리란 생각에 침이 마른다.
피아골 계곡이 점점 좁아들 무렵, 멀리 연곡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빨치산의 중심무대 가운데 하나였던 연곡사도 깊은 겨울잠에서 서서히 깨어나고 있다. 경내에 가득한 매화와 산수유가 곳곳에서 화려한 자태로 기지개를 펴는 듯,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화엄사를 창건한 연기조사가 처음 이곳에 와서 지세를 보고 있을 때 제비(燕) 한마리가 연못가운데에서 날아오르는 것을 보고 연못자리에 법당을 지으면서 이 절 이름을 연곡사(燕谷寺)로 불렀다고 전해진다.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 구한말 다시 의병들의 본거지로 알려져 다시 한 번 불길이 휩싸이는 아픔을 겪었던 곳이기도 하다. 꽃나무들이 심어진 길을 따라 옛 연못자리에 위치한 대적광전을 향해 오른다.
연곡사에 가면 법당에 들어 부처님께 참배한 후 잊지 말고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있다. 국보 53호 동부도와 국보 54호 북부도다.
대적광전 우측으로 10m 올라가다 보면 동부도와 동부도비가 자리 잡고 있다. 연곡사 동부도는 절에 남아 있는 불적 가운데 가장 오래된 성보로 통일신라말의 아름다운 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섬세한 조각이 옛 선인들의 손길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다. 이토록 훌륭한 부도가 누구의 부도인지 알수 없음이 아쉬울 뿐이다. 동부도를 뒤로하고 잘 정비된 돌계단길을 따라 150m 올라가면 고려 초 조성된 연곡사 북부도를 만날 수 있다.
옛 고승들의 부도를 친견하고 돌아오는 길, 아침 햇살에 물든 풀잎들이 이슬을 머금고 유난히 반짝거린다. 겨울이 지나고 온갖 생명이 생동하는 싱그러운 봄내음이 숲속 가득 펴져나가고 있다. 청량하고 상큼한 봄꽃향이 산세 따라 강줄기 따라 흘러흘러 저 멀리 사바세계까지 퍼져 닿길 발원한다.
구례=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불교신문 2510호/ 3월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