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기운 전해주는 자작나무
만해스님이 출가한 백담사
잊고 지낸 아름다운 친구 한계령
신비롭게 감춰진 은비령
인제군의 브랜드는 하늘이 내려준 청정자연을 컨셉으로 한 ‘하늘내린 인제’다. 인제읍 원대리에 산림청에서 조성한 자작나무 명품 숲에서 상상 속 겨울 풍경을 직접 만난다.

햇살을 반사시키는 하얀 자작나무. 흰 눈이 쌓여 있는 자작나무숲 풍경은 왠지 어디선가 본 듯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자작나무는 저희들끼리건만 찾아든 나까지 하나가 된다/ 누구나 다 여기 오지 못해도 여기에 온 것이나 다름없이/ 자작나무는 오지 못한 사람 하나하나와도 함께인 양 아름답다…”(‘자작나무 숲으로 가서’ 中)
고은 시인도 산행을 하다 겨울 자작나무 군락을 만나 시심(詩心)이 일었다.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에 상상속에 존재했던 숲이 실재하고 있다.
지난 20일 주말을 맞아 많은 사람이 인제 ‘자작나무 명품 숲’을 찾았다. 입구부터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까지는 3.2km 임도로 걸어서 올라야 한다.
산림청에서 조성한 자작나무숲은 25만㎡에 70여만 그루의 자작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자작자작하며 불에 잘 탄다고 해서 우리말로 이름지어진 자작나무. 줄기껍질이 하얗고 윤기가 난다. 박달나무처럼 단단하고 결이 고와 가구를 만들기도 하고 조각에도 사용된다.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일부도 이 자작나무로 만들어져 있고 간다라 지역에서 1세기경 만들어진 석가모니 부처님 말씀을 기록한 가장 오래된 불교문서도 자작나무 껍질에 새겨져 있다. 하지만 임도를 걸으며 자작나무를 보니 살아 있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하늘 향해 곧게 솟은 자작나무

1시간 남짓 걸려 마지막 고개에 올라서자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야, 올라오길 잘했네”하며 힘들게 나무지팡이에 의지해 올라온 보살님들이 소녀같은 감탄사를 쏟아낸다. 흰 눈 위에 하얀 자작나무가 푸른 하늘을 향해 곧게 솟아 있다. 하얀 자작나무는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산다. 어두운 숲을 걷다가 환한 자작나무 군락에 닿으면 반갑게 반겨주는 기분이 든다. 미끄러운 길을 아빠 손을 잡고 올라온 아이들은 “겨울왕국 같다”며 좋아한다.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으로 내려가니 동화 속 주인공 된 듯 다들 환하게 웃으며 사진 찍는데 정신이 없다.
자작나무 명품숲은 탐방로가 4코스 있다. 자작나무 숲을 둘러보는 1코스(자작나무숲, 0.9km)를 비롯 2코스(치유코스, 1.5km), 3코스(탐험코스, 2.8km), 4코스(힐링코스, 4.4km)가 마련돼 있다. 숲이 주는 맑은 기운을 가슴에 가득 담았다.
인제에는 만해스님이 출가하고 <님의 침묵>을 집필한 백담사가 있다. 2014년 조계종 기본선원 신축학사가 생기면서 사미 스님들은 백담사에서 정주하며 공부를 할 수 있게 됐다.

춘천시와 양양군 가운데 자리잡은 인제군에는 설악산국립공원을 비롯 많은 관광지가 있다. 또한 만해스님의 고향이기도 하다. 숲에서 내려와 만해스님의 정신이 깃든 백담사로 향했다. 내설악 입구에 자리잡은 백담사는 산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관광지로도 유명하지만 일정기간 홀로 방밖에 나서지 않고 1종식을 하면서 용맹정진하는 무문관(無門關)과 조계종 기본교육기관인 무금선원이 있다. 불교에서는 수행자들이 모여서 정진하는 모습을 나무가 우거진 숲에 비유한다. 총림(叢林), 산림(山林) 같은 표현이 그러하다. 설악산 백담사 무문관과 무금선원에서 정진하는 스님들도 하늘을 향해 솟구친 자작나무와 같은 기개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열심히 정진하는 스님들 모두 큰 깨침을 얻어 밝게 빛나는 거대한 나무가 되어 큰 숲을 만들어 주기를….
백담사 입구에는 백담사에서 <님의침묵>을 집필한 만해스님의 정신을 기리기위해 2003년 조성된 만해마을이 있다. 만해문학박물관을 비롯해 문인의 집, 금강관 등 문인과 단체를 위한 시설과 방문객을 위한 북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백담사에서 조성·운영하다 지난 2013년 동국대학교에 기증했다. 당시 신흥사 조실 무산스님은 “만해마을을 설립한 취지에도 부합하고 만해광장, 만해관, 만해시비 등이 있는 동국대와 만해스님이 인연이 깊다”면서 “우리보다 10배 이상 선양사업을 잘 할 것으로 생각해 동국대에 기증하게 됐다”고 말했다. 만해스님은 동국대학교 전신인 명진학교 1회 졸업생이기도 하다. 당시 200억원에 이르는 만해마을을 동국대학교에 기증한 무산스님의 보시행과 공심이 잔잔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백담사에서 동국대학교에 기증한 만해마을에서 만해스님의 사상과 정신을 만날 수 있다.

지금은 미시령 터널이 생겨 속초 가는 길에 한계령으로 넘어가진 않지만 1971년 도로가 생긴 후 내외설악을 연결하는 주요 도로로 역할을 했다. 바다를 보러간다는 설렘을 넘어서듯 고개를 넘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한계령 오르는 길. 처음 온 것은 아니지만 오래 잊고 지낸 친구를 만난 듯 반갑다. 내설악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한계령을 넘어 다음 코스인 필례약수로 향했다.
한계령에서 자작나무숲이 있는 원대리로 내려가는 샛길에 필례약수가 있다. 인제군 인제읍 귀둔리의 이름 없는 샛길은 이순원의 소설 ‘은비령’이 1996년 발표된 후 20년이 지나 지금은 소설 속 지명이 아니라 실제 지명이 됐다.
은비령에 있는 필례약수.

‘신비롭게 감춰진 땅’이란 의미의 ‘은비령(隱秘嶺)’은 상상 속에서 현실로 내려왔다.
쌉쌀한 필례약수를 마시며 하루를 돌아보니 꿈길 같은 자작나무숲을 거닐고 만해스님을 만나고 아름다운 한계령을 넘어 샹그릴라 같은 은비령을 들렀다. 하늘 내린 인제다.
지금은 많이 찾지 않는 한계령 고갯길을 오르면 내설악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불교신문3180호/2016년2월27일자]
'불교유적과사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발길 머문 그곳] ⑥ 영암사지의 시간여행 (0) | 2020.04.01 |
|---|---|
| [발길 머문 그곳] ⑤ 내변산의 봄 (0) | 2020.03.27 |
| [발길 머문 그곳]③ 강원도 고성 (0) | 2020.03.19 |
| [발길 머문 그곳]② 소백산 겨울산행 (0) | 2020.03.13 |
| [발길 머문 그 곳] ① 고흥 거금도 오천항 일출 (0) | 2020.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