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정토 발원은 불교국가를 원함인가? |
문 : 스님들은 기도하는 시간에 우리나라가 불국정토가 되길 발원하고, 불교의 각종 행사에서도 불자들은 이 땅을 불국정토로 만들자는 결의를 하기도 합니다. 이런 일들은 우리나라가 불교국가가 되기를 바라는 것인지요? 만약 그렇다면 요즘 기독교인들이 우리나라를 하나님의 나라가 되게 해달라고 비는 것이나, 이 나라를 하나님께 바친다는 것과 큰 차이가 없는 것 아닌지요? 불국정토는 동체대비가 실현되는 곳 참된 종교인의 바람은 평화로운 세상 답 : 오늘날과 같은 다종교시대에 어느 한 나라가 특정 종교의 국가가 된다는 것은 국민 개개인의 종교자유를 인정치 않는 일이기에 옳지 못한 일입니다. 스님들이 발원하는 불국정토는 단일종교의 국가를 뜻함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며 서로 포용하고 사랑하는 세상이 불국정토인 만큼, 그런 세상이 하루빨리 이루어져 모두가 함께 평화롭게 살기를 발원하는 것입니다. 만약 기독교인이 참된 사랑 가득한 하나님의 세상이 되길 바라는 뜻에서 한 말이라면, 그것은 스님들의 발원과 같은 내용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공직자가 공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역량인양 떠벌린다면 그것은 한갓 사기꾼이나 할 행동인 것이지요. 스스로의 잘못을 잘 알면서도 하나님의 이름을 방패삼아 비겁하게 하나님의 뒤에 숨는다고 과연 청결한 사람이 되는 것일까요? 타락한 사람의 뇌물을 하나님이 받을 리가 만무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자신의 치적인양 떠벌린다면 그것은 분명 사기극입니다. 현재 지구상에는 특정 종교를 국교처럼 표방하는 나라도 많이 있습니다. 불교를 국교처럼 여기는 나라도 있고, 기독교나 이슬람교를 국교처럼 표방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나라에도 전쟁과 테러와 살인 등이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과연 그런 일들이 부처님과 하나님과 알라께서 진정으로 바라는 것일까요? 만약 누군가가 부처님이나 하나님이나 알라의 이름을 걸고 전쟁을 일으키고 살인을 하며 이웃과 다투며 원수처럼 지낸다면, 그들을 위해 천국이나 극락의 문을 열어 환영할까요? 그들을 위해 환영의 잔치를 벌이고 맞아들인다면 그들은 부처님도 하나님도 알라도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그는 사탄이거나 마라(魔羅)일 것입니다. 세상의 종교는 각기 교주가 다르고 그 언어적 표현도 약간씩 다릅니다. 그러나 잔가지나 잎사귀에 연연하지 않고 뿌리에 이르러 보면, 모든 성현들의 가르침은 ‘밝고 맑은 사랑’입니다. 여기서 ‘밝고 맑은 사랑’이라고 표현한 것은, 사랑이라는 구실로 전쟁을 일으키거나 원수처럼 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는 지혜롭고 무한한 사랑을 뜻하는 것입니다. 불경의 ‘동체대비’나 성경의 ‘원수를 사랑하라’는 표현이 좋은 예가 되겠지요. 세속적이고 계산적인 입장에서는 원수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처님이나 하나님의 뜻은 그것을 극복하고 나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평화로운 세상은 올 수 없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는 현재 국민들의 세금으로 꾸려가는 관공서에서 근무시간에 예배를 보고 법회를 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세금이 그들의 모임에 당연한 듯이 지원되고 있습니다. 일정기간동안 외부의 출입이 제한되는 군부대에 법당과 예배당이 있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매일 신앙생활이 가능한 공무원들이,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하는 근무시간에 패거리 작당을 하는 것이 통하는 나라의 국민은 참 불쌍하지요. 참된 종교인이 바라는 세계는 그 이름이 천국이건 극락이건 모두 함께 평화로울 수 있는 곳입니다. 송강스님 / 개화사 주지 [불교신문 2458호/ 9월10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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