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82026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부처님의 ‘항마’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문 : 부처님의 항마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부처님이 성불하시기 직전에 마왕 파순과 그 무리를 항복받는 내용이 너무나 비현실적이라서 쉽게 수긍이 되질 않는데, 어떻게 이해하면 좋습니까?


마는 깨달음을 장애하는 심리

깨달음에 이르면 존재치 않아



답 : 마(魔)는 마라(魔羅, m쮄ra)의 줄임말입니다. 마라(魔羅)라는 것은 여러 가지로 번역되는 말이지만 ‘깨달음을 장애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 것입니다. 이 마라에 대해 정의하고 있는 경론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현상적인 것들과 또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인 모든 것이 포함되고 있습니다. 결국 경론의 설명을 종합해 보면 깨닫기 전의 상태에서 고통을 일으키거나 깨달음에 나아가는 것을 가로막는 모든 것들이 마라인 셈입니다. 부처님께서 마라를 항복받고 깨달음을 이루셨다고 하는 것은, 부처님은 어떤 상황과 만나더라도 더 이상 괴로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부처님의 일대기를 살펴보면 보리수 아래에서 마왕을 항복받는(樹下降魔) 과정이 자세히 설명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너무나 상징적인지라 얼핏 보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타화자재천의 흔들림에 놀란 마왕 파순이 유혹과 회유와 협박과 공격을 했으나 모두 허사가 되자, ‘아무도 사문 싯다르타의 깨달음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억지를 부리는데, 이에 대해 부처님이 손가락을 땅에 대며 지신(地神)으로 하여금 증명케 했다는 등의 이야기는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현상들이지요. 그러나 모든 성현들의 행위에 대한 기록들은 대부분 상징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그 상징성을 꿰뚫어 봐야 하는 것입니다.

마왕 파순이 머물고 있는 타화자재천은 욕망으로 만들어진 하늘 중에서 가장 높은 천상계입니다. 이곳에서는 바라는 일들이 생각만으로도 이루어진다는 곳으로, 사람들이 행복의 자리라고 꿈꾸는 최고의 권력과 재력 등으로 보면 되겠지요. 그런데 이 세계가 흔들렸다는 것은 기존의 가치관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뜻합니다. 깨달음에 이르기 위해서는 세속적 가치관을 깨뜨리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마왕의 권속들을 보면 그 이름이 모두 선과 악을 망라한 우리의 심리작용입니다. 이는 우리의 마음이 옳고 그름을 따지며 어딘가에 치우치면, 그것이 바로 자신의 평정을 깨뜨려 괴롭게 할뿐만 아니라 세상의 평화도 깨뜨리게 되는 것임을 뜻합니다.

부처님의 대응은 고요한 삼매와 관조(觀照)입니다. 마왕의 세 딸이 나타나 유혹할 때도, 그 미모와 그로 인한 쾌락은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라는 말씀만으로 바로 노파의 모습으로 바뀌는데, 이는 무상에 대한 철저한 통찰을 뜻합니다. 또한 온갖 무기도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의 빛을 만나는 순간 모두 연꽃으로 변하는데, 이는 현상계의 모든 것이 투쟁적일 때는 무기가 되지만 깨달음의 경지에서는 연꽃 같은 것임을 뜻합니다. 땅에 손가락을 대자 땅의 신이 증명했다는 것은, 부처님께서 이미 청정한 본성자리(땅)에 이르셨기에 한 치의 미혹도 남지 않은 확신의 경지(땅의 신)가 드러났음을 뜻합니다.

도를 깨닫는다는 것은 철저하게 자신과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지는 일이며, 결국 최후의 장애는 자신일 수밖에 없고 그것을 해결할 유일한 해결사도 자신밖에 없는 것입니다. 크게 한번 죽었다 살아나야 한다고 표현되듯이, 자신속의 모든 것들을 통째로 깨고 스스로가 광명을 발하는 체험을 통하지 않고는 도를 논하는 일이 무의미한 것입니다.

송강스님 / 개화사 주지


[불교신문 2456호/ 9월3일자]

Posted by 백송김실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