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마지막 공주가 불심으로
망국의 한 달랜 관음기도도량
관음정근 후 1.5km 산행하고
별빛 아래서 명상 수행 통해
‘참나’ 찾으며 불심도 증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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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덕주사 마애불 앞에서 절을 올리고 있는 불자들. | ||
덕주사(德周寺)는 충북 제천과 충주 사이의 월악산 남쪽 능선에 위치한 천년고찰이다. 월악산은 설악산, 치악산, 삼악산, 운악산 등과 함께 ‘우리나라 5대 악산(惡山)’으로 손꼽힐 만큼 험준한 산이다. 이 산들은 경사가 급해 기어 올라가야 할 만큼 산행길이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병풍같은 기암괴석과 맑은 계곡, 울창한 수목이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처럼 절경을 이룸으로써 사시사철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명산에는 대찰이 있기 마련이다. 월악산의 대표적인 사찰이 바로 덕주사다. 덕주사는 신라 진평왕 9년(587년)에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창건자와 연대가 정확하지는 않다. 하지만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셋째 딸인 덕주(德周)공주가 망국의 한(恨)과 함께 아버지와 큰 오빠인 마의태자에 대한 그리움을 불심으로 달랬던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덕주사는 이름만 들어도 영험함이 절로 묻어나는 월악산 영봉(靈峰)에다가 1000년 넘는 세월 동안 한결같이 따뜻하게 중생을 보듬어 안은 마애불의 가피력이 더해져 중부내륙지역의 대표적인 기도도량으로 손꼽히고 있다. 덕주사는 신라가 고려에 항복한 뒤 국권회복을 위한 병사를 양병하고자 금강산으로 향하던 마의태자와 덕주공주가 ‘서쪽 고개 넘어 큰 터에 석불과 마애불을 조성하고 만백성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을 잊지 말라’는 관세음보살 현몽에 따라 창건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마의태자 일행은 마애불을 조성하는 등 사찰을 창건했다. 산 이름을 ‘월악산’으로, 절 이름을 ‘덕주사’, 골짜기 이름을 ‘덕주골’로 정했다고 한다. 특히 보물 제406호 덕주사 마애불은 덕주사를 대표하는 성보이자 불자들의 정신적 귀의처로 널리 알려져 있다. 덕주사에서 영봉 방향으로 1.5km거리에 위치한 마애불은 거대한 화강암벽의 남쪽면에 15m 크기로 조성됐다. 얼굴부분은 도드라지게 튀어나오게 조각했으며 신체는 선으로만 새겼다. 특히 덕주사 마애불은 마의태자가 조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미륵리사지 석불입상(보물 제96호)과 서로 마주보는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오누이간의 애틋한 정과 그리움에 묻어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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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웅보전에서 관음철야기도 관음정근 하는 신도들 모습. | ||
덕주사는 이같은 마애불을 적극 활용한 신심증장프로그램인 ‘관음철야기도’를 운영하고 있다. 관음철야기도는 매월 둘째주 토요일 오후9시 대웅보전에서 입재한 뒤 자정까지 3시간 동안 <천수경> 독송과 관음정근으로 이어진다. 자정 때 간단한 죽으로 체력을 보충한 뒤 마애불까지 이동한다.
마애불 앞에 정좌한 뒤 30분 동안 명상을 통해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참나를 찾는 시간을 갖는다. 마애불의 자비광명에 은은한 달빛과 별빛이 더해짐으로써 관음철야기도 동참자들은 자연스레 화두삼매에 빠져들게 된다. 명상 후에는 다라니 독송과 108배 등 각자 근기에 맞는 수행법으로 정진한 뒤 하산해 3시께 범종각에서 각자 1번씩 타종하며 철야정진을 회향한다.
매월 셋째주 일요일 오후2시에는 초하루법회에 올 수 없는 직장인들을 위한 직장인법회를 열고 있다. 대웅보전에서 천수경 독경과 정근, 차담 등을 가진데 이어 마애불로 이동해 참배하고 있다.
덕주사 주지 보림스님은 오는 8월부터 매일 낮시간대에는 ‘상(上)덕주사’인 마애불에서 상주하며 참배객들을 맞이한다는 계획이다. 마애불이 유명한 기도처이다보니 대웅보전이 위치한 ‘하(下)덕주사’에는 들르지 않고 곧바로 올라오는 불자들도 덕주사 신도회 조직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함께 기도정근하면서 신행상담도 해주겠다는 구상이다.
외국인노동자 포교의 공을 인정받아 2008년 조계종 포교대상 원력상을 수상할 만큼 포교분야에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는 주지 스님이지만 지역포교를 위해 조급하게 나서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대신 도량 곳곳을 정비하면서 주지 스님부터 열심히 기도한다면 자연스럽게 기도하는 분위기가 정착되고 신도들도 하나 둘 모여들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즉, 상·하 덕주사 신도를 덕주사신도회로 결속시키며 내부 역량을 강화한 뒤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활동 전개 등 대사회적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구상이다. 중앙승가대 재학 시절 도반 스님과 함께 전개했던 어르신 돋보기안경 지원사업에 뛰어든 보림스님은 2000년 보문선원을 창건하면서 ‘밝은세상보기봉사회’를 결성해 20년 남짓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덕주사에도 신도회를 새롭게 구성한 만큼 봉사조직도 추가로 결성해 돋보기안경 지원 등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봉사활동을 전개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덕주사는 불자의 신행활동을 지원하고 등산객들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마애불 주위 정비불사를 펼쳐나가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찾아와 마애불을 참배함으로써 마음의 위안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게 큰 공덕이자 수행이라는 생각에서다. 이를 위해 마애불 바로 앞에 ‘안내소’를 설치하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비와 눈 걱정 없이 마애불을 참배할 수 있도록 참배단 위에 아크릴 지붕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안내소는 등산객들이 산행 중 잠시 들려 차를 마시며 재충전하거나 마애불에 공양을 올릴 수 있도록 공양물을 판매하는 곳으로 활용된다. 마애불이 월악산 영봉을 오르기 위한 대표적인 등산로에 위치해 있어, 불자가 아니더라도 상당수의 등산객들이 마애불 앞에서 잠시나마 합장하며 기도를 올리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장기사업으로 마애불 앞에 누각을 세워 안정적인 법회와 기도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도 추진중이다.
덕주사는 소방설비 구축 등 도량 정비 불사에 매진하면서 동시에 꽃향기가 가득한 화엄도량을 서원했다. 지난 1년간 60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었을 뿐만 아니라 메밀과 해바라기, 국화, 코스모스, 금잔화, 끈끈이대나물 등 각종 꽃을 가꾸고 있다. 가을이면 메밀꽃 등 각종 꽃들로 도량을 장엄해 덕주사를 찾는 이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홍련화(60, 부산) 보살은 “덕주사 불교용품점에서 5년간 일하다가 부산으로 이사간 뒤 지금은 한번씩 찾아올 수밖에 없어 아쉽기만 하다”면서 “마애불은 기운이 정말 좋아 기도를 하면 꼭 성취돼 여건이 될 때마다 멀리 부산에서 찾아와 며칠씩 기도를 올리고 있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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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가 먼저 찾아가야 합니다”
덕주사 주지 보림스님
“도심포교당과 산중사찰, 수도권과 충청지역 사찰간에는 제반여건이 다른 만큼 사찰 운영방안도 그에 맞게끔 다르게 준비해야지요. 우선은 서두르지 않고 열심히 기도하면서 신도들을 하나로 모아 나갈 것입니다. 그를 통해 여법한 기도도량, 지역민과 하나되는 열린도량으로 만들어 나갈 겁니다.” 지난 11일 만난 제천 덕주사 주지 보림스님은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 2000년 경기도 안산시에서 보문선원을 창건한 뒤 10년동안 포교당을 이끌며 본궤도에 올려 놓은 보림스님은 상좌에게 주지 소임을 물려주고 다시 산사를 찾았다. 포교대상 원력상까지 수상할 만큼 모범적으로 도심포교당을 운영했지만 조용한 곳에서 기도정진하기 위해 출가한 10여 년 전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산사로 돌아온 보림스님이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바로 ‘기도’다. 주지가 열심히 기도한다면 자연스럽게 불자들이 모일 것이라는 게 보림스님의 지론이다. 이를 바탕으로 신도조직을 구상한 뒤 지역사회 곳곳을 누비며 봉사활동을 전개해 지역 내 불교의 위상을 높여나가겠다는 게 스님의 계획이다. 스님은 스스로 제천시 한수면 송계리 지역주민이 다 됐다고 할 만큼 지역행사가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찾아다니지만 불교를 내세우지는 않고 있다. 행사에 참가해 지역발전과 안녕을 위한 진심어린 축원을 할 뿐이다. “요즈음 신도들은 기다리지 않습니다. 주지로서 정말 열심히 기도정진한다면 신도들도 스님을 믿고 사찰을 중심으로 뭉칠 수 있지요. 저는 신도들에게 복을 짓는 곳이 바로 극락이라고 늘 강조하고 있습니다. 불자님들과 하나 돼 열심히 기도정진하면서 복 짓길 발원하고 이를 실천하는 부처님 제자로 살아갈 것입니다.” | ||||||
[불교신문3211호/2016년6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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