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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도 좋다

서울 금선사는 예불과 공양시간만 지키면 누구나 자유롭게 산중휴를 즐길 수 있다. 사진은 금선사를 찾아 참선수행을 하고 있는 템플스테이 참가자 모습.





“세파에 찌든 직장인들이여



혼자라도 좋다…쉬다 가시라”



혼자 떠나는 ‘사찰 여행’…“고요하게 나를 만나다”



‘휴식형’ 템플스테이가 인기다. 말 그대로 쉬기 위해 절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됐다. 프로그램도 단출하고 규율도 그리 까다롭지 않다. 고즈넉한 산사의 품에 기대어 하루 밤낮동안 머리를 식히고 마음을 다스린다. 수련회의 딱딱한 단체생활에 질색한다면 권할 만하다. 무엇보다 세상과 세상보다 더한 번뇌에서 물러나, 허심탄회하게 나 자신과 대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평일 사찰서 조용한 휴식 -- - ‘불성 꺼내는 성찰의 기회’

스님과 茶談 나누며 상담 - “山寺서 다시 찾은 행복한 삶”



◆ 서울 금선사서 즐기는 ‘산중휴’


북한산의 옛 이름은 삼각산이다. 조선초 무학대사는 서울을 새 도읍지로 정하고 주산(主山)인 삼각산의 정기를 살폈다. 정기가 가장 수승한 곳에 절을 지었는데 그 절이 금선사다. 풍광이 수려한 서울의 명찰이다. 청와대와 경복궁이 위치한 인왕산이 바로 보인다.

반야전 아래 농산스님이 300일 기도 후 조선 제23대 임금 순조로 환생했다는 기도성지 목정굴이 유명하다. 금선사는 지난 2008년부터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적잖은 내외국인들이 참여해 산사의 자연과 스님들의 생활을 체험한다. 지난해 외국인 66명을 포함해 877명이 다녀갔다.

금선사의 휴식형 템플스테이 역시 평일 사찰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예불과 공양시간만 지키면 자유롭게 산중휴(山中休)를 즐길 수 있다. 물론 ‘가는 사람 잡지 않고 오는 사람 막지 않는다’는 식으로 사찰이 내방객들을 그저 방치해두는 것은 아니다.

사찰의 오랜 역사와 문화재, 울창한 생태 숲의 면면에 대해서 안내받을 수 있다. 미리 간다는 통지만 해두면 외국인들에게도 통역이 붙는다. 단 한 사람이 오더라도 반갑게 맞아준다. 덕분에 혼자 오더라도 쓸쓸하지 않은 템플스테이를 즐길 수 있다. 사실 “혼자서 절에 오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는 게 주지 법안스님의 전언이다.

‘고독한 여행자’들은 20~30대 직장인이 다수다. 절반은 무교이며 남녀 비율은 3:7. 스님과의 다담(茶談) 시간에 그들 혹은 그녀들은 직장에 대한 불만, 대인관계 스트레스, 불안한 미래를 토로한다. ‘함께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 일을 하고 있어야 하느냐’는 고역에 대한 푸념이다.

법안스님은 “심지어 언젠가는 중학교 남학생이 인생이 하도 답답해 절에 왔다더니 1박2일 동안 템플스테이를 체험하고 갔다”고 말했다. 노소를 막론하고 저마다의 번뇌에 시달리고 있다는 반증이다. 법안스님은 “어제는 지나간 오늘이고 내일은 다가올 오늘이니 항상 깨어있음으로 오늘에 충실하라.” “지나간 과거와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걱정과 후회로 오늘에 소홀하게 살지는 않았는지 항상 돌아보라”는 충고로 마음의 오한을 잠재운다.

다녀간 사람들의 체험후기를 보면 하나같이 감동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장담컨대 잠시나마 어깨의 모든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 ‘세상을 알면 모든 일이 쉬워질 것이란 생각에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는 일에만 치중했었던 것 같았는데 108배, 명상을 통해 나의 본성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앞서야 한다는 것을 새삼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는 글귀가 진실하다.

호화펜션의 편리함, 놀이공원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게 산사의 일상이다. 그러나 새벽부터 시작되는 스님들의 경건한 삶에서 작은 충격을 받는다. 남을 따라잡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삶이 아니라, 오직 자기 자신을 여유롭게 가꾸고 닦는 삶에 매료되는 것이다. 닫혀있던 마음에서 불성을 꺼내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만으로도 템플스테이는 유의미하다. 조금 심심하고 조금 불편하더라도.

장영섭 기자 fuel@ibulgyo.com



선운사는 주말 템플스테이가 여건상 어려운 이들을 위한 평일 휴식형 템플스테이를 운영한다. 무엇보다 쉼이 필요한 현대인들을 위한 배려다.



◆ 고창 선운사에서 다시 찾은 행복



“선운사는 산바람도 잠시 숨을 고르며 쉬어가는 절”



김남희(47) 씨는 장애인재활원에서 일하는 여성 복지사다.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고귀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삶의 갈피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듯해 늘 아쉽다. 말이 적고 수줍음을 타는 성격이다. 동시에 고독을 즐기고 자의식이 강한 편이어서 자아 찾기에 관심이 많았다. 사찰뿐만 아니라 교회도 성당도 심지어 원불교 교당도 들러봤다. 무엇도 선뜻 와 닿지 않았다. 어느 날 우연히 선운사 홈페이지를 보게 됐고 귀동냥으로 들었던 템플스테이를 떠올렸다.

‘산바람도 잠시 숨을 고르며 쉬어가는 사찰’이라는 문구가 마음에 들었다. ‘언제 한번 가봐야지’란 생각은 일상과 생계에 밀려 조금씩 사그라졌다. 남들처럼 주말에 쉬지 못하고 격일제로 근무하는 형편이어서 주말 템플스테이는 엄두를 못 낸다. 우연히 휴식형 템플스테이는 평일에도 한다는 정보를 듣고 지난 18일 고창행 버스를 탔다.

선운사는 백제의 고승 검단(黔丹)스님이 서기 577년에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계곡소리를 들으며 완만한 산길을 10분 정도 걸으면 탁 트인 경내와 법당을 만난다. 첫인상이 좋았다. 접수를 마치자 종무소에서 황토색 수련복을 내주었고 방사를 배정받았다. 책을 읽어도 좋고 음악을 들어도 좋다. 1박2일 동안 경내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 소음을 일으키지만 않는다면 무엇이든 허락된다. 한 가지 금기가 있다면 세간의 잡사에 대해 일절 말하면 안 된다는 것. 자기 자신을 찾아야 하는 소중한 시간인데 절에 와서까지 남들의 일에 얽매이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오후 4시 입재식. 간단한 입재식이 끝나면 템플스테이 실무자의 안내에 따라 사찰 구석구석을 돌며 선운산의 각종 전각과 생태 숲을 구경한다. 농사체험도 별미다. 채소를 직접 재배하며 도시에는 없는 자족의 즐거움을 맛본다.

부도전 주변엔 개구리발톱, 긴사상자, 광대수염, 미나리냉이, 맥문동, 이질풀. 석상암 가는 길엔 노루귀, 금장초, 댓잎현호색, 용둥글레, 족도리풀, 남산제비꽃 …. 처음 보는 풀꽃들은 바람이 불 때마다 하염없이 몸을 떤다. 자기만의 색깔과 성품을 가지고 풍진 세상을 견디고 있다. 아무도 돌봐주지 않아도 건강하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당당하다. 나만 괴로운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 홀로 있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 풀꽃들을 유심히 살피는 김 씨의 눈빛엔 수많은 표정이 숨어있다.

저녁예불을 마치면 스님과의 차담이 이어진다. 스님들은 세파에 찌든 참가자들의 이런저런 사연을 들어주고 해법을 제시한다. “사찰에선 왜 이리 절을 많이 하는지 아십니까. 무거운 마음을 비우라는 겁니다.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놓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없습니다. 삶이 변화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짧았지만 값진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하루 종일 계곡에서 발을 담그고 책을 보고 음악을 듣고 있어도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자유. 생각을 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 신기함. 들리는 모든 것이 평안하고 보이는 모든 것이 아름다운, 처음 느끼는 쾌감. “무엇보다 쉼이 필요했다는 것을 깨우쳤다”는 소감이다. 진정 나를 비워야 나를 채울 수 있다는 걸.

선운사=장영섭 기자 fuel@ibulgyo.com



[불교신문 2651호/ 8월28일자]

Posted by 백송김실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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