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 삼처전심에서 부처님의 법은 가섭존자에게 전해졌다고 배웠습니다. 뿐만 아니라 조사님들끼리는 전등(傳燈)이라 해서 마음과 마음으로 비밀스럽게 전해진 것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깨달음이 누구에게 독점적으로 전해진다는 뜻인지요?
법을 전했다고 함은 상징적인 것
깨달음은 선택된 자만의 것 아님
답 : 부처님은 깨달은 분이라는 뜻이며, 석가모니부처님께서 깨달으신 내용을 사람들에게 일깨워 주심으로 해서 불교라는 것이 시작됩니다. 부처님 가르침의 가장 핵심은 누구나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선종에서는 가섭존자로부터 이어지는 조사의 계보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계보는 공식적으로 제33조인 혜능대사까지 이어집니다. 그러나 혜능대사는 전등의 상징으로 전해지던 부처님의 가사와 발우를 더 이상 전하지 않았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공식적으로 지정해서 전등을 한 제자가 없다는 말도 됩니다. 물론 혜능대사에게 많은 제자가 있었고, 제자 가운데서 뛰어난 분들에게는 또다시 제자들이 그 맥을 이어서 이윽고는 많은 파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만약 선종에서 조사로 인정된 분들만이 부처님의 깨달음을 전해 받은 것이라고 고집한다면, 다시 말해 ‘깨달음’을 어떤 물건처럼 생각하고 그것이 비밀스럽게 한 사람에게만 전해졌다고 결론을 내릴 경우를 가정한다면, 대단히 위험한 결과를 초래케 됩니다. 왜냐하면 육조대사 이후로는 아무도 정통성을 내세울 수 없게 되며, 엄격히 말해 현재의 불교계에는 깨달음이 전해진 확정적인 증거가 없게 됩니다.
석가모니부처님은 누구에게 깨달음을 전해 받은 것도 아니며, 특정 스승에게서 깨달음을 인정받은 후에 부처의 경지가 된 것이 아닙니다. 어떤 이는 석가모니부처님이 먼 전생에 연등부처님으로부터 수기(성불예언)를 받았지 않느냐고 말할 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현재 조계종에서 믿고 의지할 경전으로 정한 소의경전(所依經典)인 <금강경>에서는 바로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석가모니부처님은 과거 연등불을 뵙고 수기를 받았을 때 ‘법’을 얻은 것이 있어서 성불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고 명확히 말씀하십니다. 이것은 선택된 사람이기에 성불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말씀이며, 스스로의 수행에 의해 성불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만약 선택된 자만이 성불할 수 있다면 “모든 중생에게 불성이 있다”는 가르침은 수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깨달음이란 어떤 경지에 들었다거나 이제껏 모르고 있던 ‘무엇’을 확연히 체득했다는 뜻입니다. 경전에서는 ‘무엇’에 해당되는 것으로 ‘연기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연기법은 사성제나 삼법인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연기법은 매우 간단히 표현되지요.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므로 저것이 일어난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고, 이것이 사라지면 저것이 사라진다.”이제 연기법을 이해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깨달은 것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깨달음이란 이해했다거나 알았다는 차원이 아닙니다.
깨달음의 경지는 언어의 길이 끊어진 정도가 아니라 인식의 길마저도 끊어진 자리입니다. 그래서 옛 스님들은 곧바로 지적합니다. “석가도 미처 몰랐거니 어찌 가섭에게 전할 수 있으랴!” 그러므로 모름지기 불교를 수행하는 이들은 누군가로부터 전해 받을 수 있는 ‘무엇’이 있다는 집착을 버려야 합니다. 누군가가 받은 것이 있다는 주장을 한다면, 그것은 허공에 찍힌 기러기 발자국을 얻었다는 것과 같은 억지입니다.
송강스님 / 개화사 주지
[불교신문 2511호/ 3월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