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찰경 |
선악의 업보 살피는 경전 사람이 지은 전생의 업을 점을 쳐서 알아보게 하는 방편을 설해 놓은 경전이 있다. <점찰선악업보경>란 이 경은 제목 그대로 선악의 업보를 점을 쳐서 살펴본다는 뜻이다. 부처님이 왕사성 기사굴산에 계실 때 견정신(堅淨信) 보살이 이렇게 묻는다. “부처님이 가신고 난 뒤 말법시대가 되었을 때 중생들이 복이 엷어지고 세상이 어지러워져 사람들이 불도를 닦을 겨를이 없게 되고 선과 악을 가리지 못하게 될 터인데 이때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이 물음에 부처님을 대신해서 지장보살이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대답을 해 준다. 사람들이 자신이 당하고 있는 괴로움과 즐거움, 행복과 불행, 길흉의 원인이 전생에 자기가 지은 죄와 복의 결과라는 것을 알면 죄를 씻고 복을 빌기 위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게 될 것이며, 자기가 전생에 어떤 죄를 지었고 어떤 복을 지었는가를 알려면 점을 쳐서 알아보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 지장보살은 나무로 손가락만한 크기의 패를 10개 만들어 앞면에는 10가지 선업의 이름을 써 넣고 뒷면에는 10가지 악업의 이름을 써 넣어 이것을 한꺼번에 공중에 던져 떨어지게 한 다음 거기에 나타난 선악 업의 조목들을 보고 전생에 살생을 범하였는가, 부처를 공양하는 등 복을 지었는가를 판단한다고 하였다. 내가 지금 당하고 있는 불행은 전생의 악업을 지은 결과로 온 것이며, 복을 누리는 것은 선업의 결과라는 것이다. 가령 자식이 잘되어 복을 누리는 것은 전생에 부처님께 공양한 보람이라는 식으로 길흉풀이를 한다. 만약 점찰 후 죄업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 반드시 참회를 해서 죄업을 소멸시키도록 해야 한다 하였다. 불행은 전생의 악업 지은 결과 참회해서 죄업을 소멸시켜야 이와 같이 이 경은 선악의 업보를 바로 알게 하는 인과법과 또한 지은 죄업을 참회해야 한다는 참회사상을 담고 있는 경이다. 이 경은 수나라 때 보리등(菩提燈)이 번역한 상하 두 권으로 되어 있는 경으로 <신수대장경> 17권에 수록되어 있다. 하권에서는 일실경계(一實境界)를 설하는 법문이 있다. 모든 사람은 누구나 본래의 마음은 허공과 같이 깨끗하며, 이것이 바로 부처가 될 수 있는 바탕이라 설한다. 설사 아무리 악업을 많은 지은 사람이라도 부처가 될 수 있는 본바탕은 깨끗하게 남아 있다고 설한다. 지장보살은 부처가 특별히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부처가 될 바탕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닦아 찾아내면 그 사람이 바로 부처라고 강조한다. 이는 ‘마음이 곧 부처’라는 선에서 주장하는 말과 맥을 같이 하는 말이다. 자신의 부처바탕을 알고 닦는 사람은 보살이고 그것을 깨닫지 못한 사람은 범부라 하면서 범부가 보살이 되어야 하고 보살이 부처가 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 <점찰경(占察經)>을 의지하여 우리나라 신라시대에는 점찰법회가 있었다. 세속오계를 쓴 원광법사가 점찰보(占察寶)를 만들어 처음으로 점찰법회를 시작하였다고 전해지며 또 진표율사에 의해 점찰법회가 더욱 성행하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진표율사는 출가 전해 사냥을 좋아하다 개구리를 잡아 버들가지에 꿰어두고 간 후 다음해에 그 개구리가 버들가지에 꿰인 채로 울고 있는 것을 보고 살생의 죄업을 크게 뉘우쳐 출가 스승 숭제스님으로부터 <점찰경>을 받아 수지한 후 미륵보살과 지장보살 앞에서 참회하고 나중에 다시 부사의암에서 지장보살께 기도하다 현신수계(現身授戒)를 얻었다하며, 또 영산사에서 기도하다 미륵보살로부터 점찰법을 받았다고 <삼국유사>에 전해진다. 지안스님 / 조계종 승가대학원장 [불교신문 2363호/ 9월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