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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향엄지한 선사 ‘去年貧未是貧~ ’



去年貧未是貧 거년빈미시빈

今年貧始是貧 금년빈시시빈

去年無卓錐之地 거년무탁추지지

今年其錐也無也 금년기추야무야



작년의 가난은 가난도 아니었고

금년의 가난함이 비로소 가난일세.

작년에는 송곳 하나 꽂을 땅도 없었으나

금년에는 그 송곳마저 없다네.

- 중국 향엄(香嚴) 지한(智閑)선사

대기대용(大機大用)이라. 기백이 살아 움직이는 정신이 송곳보다 날카롭고 예리합니다. 무소유의 정신을 이처럼 표현하며 살아가는 선사, 오도의 길섶에 선 자태가 보이는 듯합니다.

가진 것 하나하나 버리다보니 이제는 바릿대와 입은 옷이 전부랍니다. 이 정도면 마음도 다 비워버렸습니다. 송곳도 없는데 송곳 마련할 전대(錢袋)가 있을 수 없습니다. 평생을 선사로 지냈으나 세상 떠난 뒤 저금통장이 많이 나와서 상좌들이 쌈박 질하는 세태에서 볼 때 선사의 면모가 눈에 선합니다. 아마도 푸른빛이 뚝뚝 떨어지는 눈을 가지셨겠죠.

많은 선지식들이 들먹이는 게송입니다만, 과연 송곳 꽂을 땅도 없고 이제는 송곳마저 없는 자유인이 계시다면 그분은 청복(淸福)을 받으셨습니다. 얼마나 홀가분하겠습니까? 걸림 없는 삶이라 대도(大道)를 걷는 걸음이 가볍습니다.

[불교신문 2400호/ 2월9일자]

Posted by 백송김실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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