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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영천 정상석ㆍ응웬티오완 부부

정상석 씨 가족이 지난 1월27일 영천 거동사를 찾았다.
“어머니, 어디 가세요.” “기도하러 거동사에 간다.” “집 근처에도 절이 있어요? 저도 가고 싶어요.” 2년 전 어느 날 베트남에서 시집 온 응웬티오완(25) 씨가 시어머니를 따라 영천 거동사(주지 승찬스님)로 향했다. ‘한국 절은 어떨까’하는 호기심에 시어머니를 따라 나섰다는 응웬티오완 씨. 지난 1월25일 남편 정상석(42) 씨와 응웬티오완 씨를 만나 그들의 단란한 가정 속으로 들어 가 봤다.
“시어머니를 ‘엄마’라 불러요”
결혼 3년 … 2세 낳고 ‘알콩달콩’
거동사 다니며 온 가족 신심 키워
설날을 하루 앞두고 응웬티오완 씨가 분주하게 부엌을 오고 갔다. 차례 준비에 한창이다. 한국에서 보내는 두 번째 설이다. 아직 서툴지만 시어머니 이동자(61) 씨가 옆에 있어 조금 안심이 된다. 첫 번째 과제는 가자미 전. 응웬티오완 씨가 기름을 두르고 옷을 입힌 가자미를 부치기 시작했다. 이 씨는 며느리가 하는 대로 지켜보고만 있다. 다만 전을 두껍게 굽거나 오래 익힌다 싶으면 금세 손을 거들었다. 응웬티오완 씨는 전도 부치고 나물을 무치며 시어머니와 차근차근 음식을 준비했다. “다리는 아프지만 시어머니가 옆에서 도와줘서 한결 쉽다”는 응웬티오완 씨는 “시어머니가 최고”라고 말했다. 이날 응웬티오완 씨는 시어머니와 오후 내내 차례 음식을 만들었다.
한국에 시집온 지 3년 째 되는 응웬티오완 씨는 시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른다. ‘시어머니’라는 네 글자 보다 ‘엄마’라는 호칭이 친근하고 쉬워 그렇게 부른다. 이동자 씨는 “아들만 둬서 딸 하나 있었으면 했는데 며느리가 ‘엄마’라며 따르니 행복이 따로 없다”며 미소를 지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친엄마로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친딸처럼 서로를 아끼고 있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각별한 애정은 며느리가 절에 다니고부터 더욱 돈독해 졌다. 시할머니부터 시작된 거동사와의 인연은 시어머니 이 씨에게서 자연스럽게 응웬티오완 씨 까지 내려왔다. 시어머니를 따라 신행활동을 시작한 응웬티오완 씨는 거동사에 갈 때마다 베트남에 있는 부모님의 안녕을 빈다. 요즘은 가끔 시어머니 따라 절을 하며 마음의 안정도 찾는다고 한다.
응웬티오완 씨는 거동사 부처님과 작은 일화도 있다. 딸 예진이의 음식 투정 때문에 힘들어서 부처님을 친견 한 것. “한동안 밥을 먹지 않는 예진이 때문에 고생했어요. 부처님을 찾아가 음식 가리지 않게 해 달라고 빌었죠. 부처님께서 소원을 들어주신 것 같아요. 요즘은 밥도 잘 먹고 말도 잘 들어요.”
<사진>응웬티오완 씨가 지난 1월25일 시어머니와 차례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남편 정상석 씨도 시어머니와 별 탈 없이 지내며 절에 다니는 아내가 고맙기만 하다. 군대에서 수계를 받은 정 씨는 군 법당에서 스님에게 들은 법문을 떠올리며 결혼 생활이 어려울 때마다 되새긴다고 한다. “스님은 선과 악에 대한 구분은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자기 마음이 떳떳하다면 선이지만 떳떳하지 못하다면 악이라고 했습니다. 부인과 딸에게 부끄럼 없는 아버지가 되도록 항상 노력할 겁니다.”
매일 같이 다짐하는 정 씨지만 부인에게 말 못할 어려움도 있었다. 그때 스님의 가르침만큼 도움이 된 것은 어머니다. 처음 1년 동안 의사소통이 안 돼 가슴앓이를 했던 정 씨는 결국 이 씨에게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때는 도저히 함께 살 수 없을 것 같았다”는 정 씨는 “어머니 말씀에 다시 마음을 잡았다”고 말했다. 이동자 씨는 아들에게 “1년 늦게 결혼했다고 생각하라”면서 “성급하게 서두르면 될 일도 그르친다”며 수차례 다독였다.
정 씨 부부는 앞으로 더욱 열심히 신행생활을 하며 함께 할 것을 약속했다. 정 씨는 “아내를 만나게 해 준 장인과 장모님에게 감사한다”면서 “작은 바람이 있다면 장인과 장모님을 함께 한국에 모셔와 살고 싶다”고 밝혔다. 아내 응웬티오완 씨도 “남편과 열심히 농사도 짓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을 것”이라며 “예진이가 조금 더 크면 시어머니 나 셋이서 절에 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영천=홍다영 기자
[불교신문 2497호/ 2월4일자]

Posted by 백송김실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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