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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페터 하우프너ㆍ홍영숙 부부


“우리 부부는 공통된 화두가 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마음자리를 알아가는 참선공부를 하고 있죠. 비록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장애가 될 순 없습니다.”

지난 8일 전주에서 만난 페터 하우프너(독일, 61) 교수는 현재 독일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부인 홍영숙(55)씨를 ‘평생도반’이라고 소개했다.

“우리는 국경 초월한 참선도반”

남편은 8년간 한국에서 화두정진

“자녀들, 모두 훌륭하게 자라 자부심”

<사진>지난 2001년 하우프너 교수가 부인 홍 씨에게 청혼했던 파리 몽마르뜨 언덕을 다시 찾았다.

지난 2001년 전주대학교 언어문화학부 교수로 임용되면서 8년이라는 긴 세월을 부인과 떨어져 있지만 “마음만은 늘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씨는 아들의 방학기간에만 한국을 방문하기 때문이다.

하우프너 교수는 지난 1977년 8월 한국인 홍영숙 씨와 결혼했다. 간호사로 독일 뮌헨에 온 홍 씨는 3년의 연애 끝에 하우프너 교수와 혼인했다. 서로의 성격과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데만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지만 그 사이 두 딸과 아들을 낳고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하우프너 교수의 자랑거리는 착하고 훌륭하게 자라준 자식들이다. 큰 딸 혜영 씨는 베를린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고 작은 딸 담비 씨는 코트부스 공과대학 교수로 임용돼 3월부터 강의를 시작한다. 막내 아들 민홍 씨는 뮌헨대학에서 한국어와 영문학, 경영학을 두루 공부하고 있는 수재다.

페터 씨와 부인 홍 씨는 “아이들이 두 나라가 가진 특유의 장점과 문화를 잘 받아들인 것 같다”면서 “우리 부부의 성실함을 빼닮아 자기 위치를 별 탈 없이 찾아가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사진> 큰 딸 혜영 씨(가운데)의 졸업식 때 찍은 가족사진.

이 가족에게 시련이 닥친 건 하우프너 교수가 치과의사로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을 무렵이다. 15년 전 하우프너 교수가 대장암 선고를 받은 것이다.

당시 의사들은 완쾌가 어려울 거라고 했다. 가족들에게 암 선고는 청천벽력의 소식이었다. 가족들은 매일 뜬눈으로 지새우며 병간호에 매달렸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기억을 떠올린 하우프너 교수는 “생과 사를 넘나드는 동안 나의 존재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극한 보살핌으로 병은 극적으로 완치됐지만 수수께끼를 풀고 푼 그의 마음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러다 해답을 풀 기회가 찾아왔다. 1995년 하우프너 교수는 우연히 베를린에 국제 선 센터가 있다는 소문을 접했다. 그는 답을 얻기 위해 무작정 길을 떠났다. 하우프너 교수는 그곳에서 국제 선 센터 선원장 성도스님을 만나 참선을 시작하게 됐다. 특별히 불교와의 인연이 없었던 부인도 ‘마음공부’를 할 수 있다는 남편의 설득에 참선의 길로 접어들었다.

성도스님은 하우프너 교수와 홍 씨에게 화두를 줬다. 스님에게 받은 화두는 ‘나는 누구인가’이다. 부부는 틈날 때마다 이 물음에 대해 묻고 또 물었다. 일정한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생각해 보기도 하고, 길을 갈 때나 다른 일을 할 때도 질문을 던져보곤 했다. 요즘은 홍 씨가 하우프너 교수 보다 더 참선공부를 열중하고 있다. 집에서 반나절 이상 달려야 하는 센터를 일주일에 한번 꼭 찾는다고 한다.

부부의 참선공부는 자연스럽게 자식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혜영 씨와 민홍 씨는 참선의 매력에 빠져 어머니와 자주 센터를 찾는다. 오는 2월이면 전주대 교수직에서 은퇴하는 하우프너 교수는 “참선공부와 한국문화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며 “나를 알게 되면 영원한 행복의 길로 들어갈 수 있다는 성도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살고 싶다”고 말했다.

독일에 있는 홍영숙 씨도 “내가 힘들면 남도 힘들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어려운 순간에 서로 참고 신뢰하는 것이 부부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조언했다.

전주=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이래훈 전북지사장 see2222@ibulgyo.com



[불교신문 2501호/ 2월18일자]

Posted by 백송김실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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