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영천 한경식.권경자 부부 |
한경식 권경자 부부가 아들 선우 군과 함께 은해사 경내 설치된 선우다리에서 가정의 화목을 기원하고 있다. “아내요?…저의 왼팔이지요” 사고로 왼팔 못쓰는 남편 ‘그림자 내조’ 은해사서 결혼하며 “평생 도반” 다짐 “나이도 많고 몸도 불편한 내게 시집 와 고생만 시켜 미안하다. 아내는 나의 왼팔이다.” 지난 8월15일 만난 한경식(49)씨는 중국인 출신 부인 권경자(36)씨에 대한 고마움을 이같이 표현했다. 30대 초반 불의의 사고를 겪고 한동안 삶과 죽음의 극과 극을 오간 한 씨는 다행히 권 씨를 만나 재기에 성공했다. 한경식 씨와 권경자 씨는 지난 2005년 12월 영천 은해사 대웅전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은해사 주지 법타스님이 부부를 위해 주례를 섰다. 젊은 시절 은해사에서 불교를 배우고 지금까지 신행활동을 이어 온 한 씨가 스님에게 주례를 부탁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스님의 법문을 아직까지 잊지 못한다. 이날 부부의 지중한 인연에 대해 운을 뗀 스님은 “부처님 가르침을 함께 실천하고 평생 도반으로서 아껴주고 배려하며 살길 바란다”며 이들을 축복했다. 그래서 서로 힘들 때마다 스님의 법문을 떠올리며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 신혼 때는 여느 부부들처럼 크고 작은 에피소드도 많다. 한경식 씨는 특히 ‘만두’에 얽힌 사연만은 잊지 못한다. 한 씨는 만두로 인해 일 년 간 고문 아닌 고문을 당해야 했다. 한국음식을 전혀 할 줄 몰랐던 아내가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라곤 만두뿐이었던 것. 처음이야 내색하지 않고 해주는 대로 먹었지만 만두가 주식이 될 수 없었다. 대화도 쉽지 않았던 그때, 언어나 음식 등 여러 가지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아내에게 음식 투정까지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밀가루를 사온 날은 곤혹스러울 정도였다”고 떠올린 한 씨는 “요즘 만두는 덜 먹지만 아직까지 아내의 한국요리 실력은 빵점”이라며 껄껄 웃었다. 그래도 한 씨는 부인을 끔찍이 아낀다. 왼팔을 전혀 쓸 수 없는 한 씨에게 부인은 없어선 안 될 존재다. 마지막 무더위가 한층 기승을 부리는 요즘 자신의 등을 깨끗이 닦아주는 것이 가장 고맙다고 한다. 어디 이 뿐인가. 팔 다리의 통증이 심한 날은 정성스런 찜질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안마는 그녀의 특기가 된 지 오래다. 권 씨는 남편이 혼자서 해내기 힘든 부분을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며 묵묵히 도와준다. 일찍 부모를 여읜 한 씨는 타국에서 시집 와 아들 선우를 낳고 가족을 일궈준 부인이 고맙기만 하다. 부부는 은해사와 인연이 깊다. 결혼식도 이곳에서 올렸지만 아들의 이름을 딴 다리가 경내에 자리하고 있다. 주례를 서줬던 법타스님이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고 앞으로 더욱 분발해 살라고 격려하는 뜻에서 아들 이름을 따 ‘선우’라고 지었다. 아들 이름도 법타스님이 지어줬다. 스님은 이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이 한 씨 부부를 본받아 선한 인연을 많이 쌓고 열심히 살라는 뜻에서 ‘선우다리’라고 이름 붙였다. 은해사를 찾는 신도들이나 관광객들이 다리를 거닐며 사진 찍는 모습을 볼 때면 부부는 행복하다고 한다. 부부는 신행생활도 함께 한다. 아들 선우는 태어날 때부터 한 씨가 절에 데리고 다녀 스님을 볼 때나 절을 할 때도 부부를 따라 곧잘 한다. “안녕하세요 스님”, “안녕하세요 할머니 할아버지” 라고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하면 은해사에 선우가 나타났다는 것을 알 정도다. 한경식 씨는 “비록 지금은 형편이 어렵지만 알뜰히 아껴 보란 듯이 잘 살고 싶다”면서 “부인에게 늘 고맙고 평생 함께하자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천=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불교신문 2554호/ 9월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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