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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임재룡·최순녀 부부

“한국에 ‘새 친정엄마’ 생겼어요”

지난 9월28일 정경순 씨와 최순녀 씨의 시어머니, 최 씨가 주운 밤을 안고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왼쪽부터) 이날 정경순 씨는 2년 전 인연을 맺은 딸 최순녀 씨 가정을 찾아 일손을 거들었다.

“전화통화만 해오다 만날 걸 생각하니 설레네요.”

2년 전 마곡사에서 중국인 결혼이주여성 최순녀(38)씨와 ‘친정엄마’와 ‘딸’사이로 인연을 맺은 정경순(64)씨. 정 씨는 “108산사 순례단에서 진행하는 ‘다문화 가정 인연 맺기’에 참여하면서 큰딸이 생겼다”면서 “배 아파 낳은 것은 아니지만 친자식 같다”며 입가에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지난 9월28일 딸을 만나러 가는 행복한 길을 함께 했다.

중국출신 아내 ‘108산사기도회’와 인연

슬하에 아들 딸 두고 화목한 가정 이뤄

오후1시가 돼서야 도착한 최순녀 씨 가정. 중국 둥베이 지역에서 공주시 사곡면 월가리에 새 둥지를 튼 최 씨 집은 2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었다. 입구에서 최 씨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정 씨는 딸을 만나자마자 꼭 끌어안으며 안부를 물었다. 최순녀 씨는 “살아온 문화와 환경이 달라 어려움도 많았지만 덕분에 잘 살고 있다”며 “항상 잘 대해주셔서 고맙고 의지할 곳이 있어 힘이 난다”고 답했다.

이날 최 씨는 멀리서 온 친정엄마를 위해 그동안 갈고 닦은 요리솜씨를 뽐냈다. 시골 반찬 뿐이라며 쑥스러워 했지만 상 위는 반찬들로 가득했다. 얼핏 봐도 10여 가지가 족히 넘었다. 손맛이 필요한 열무김치부터 직접 담근 된장으로 맛을 낸 찌개까지 정성이 가득 담긴 반찬들이 정경순 씨를 놀라게 했다.

이들은 점심을 먹으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얼굴도 예쁘고 인상이 좋아 ‘내 딸이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는 정 씨는 “부처님이 맺어준 인연이기 때문에 한 번도 소홀히 생각한 적이 없다”면서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무조건 전화하라고 했는데 다행히 나를 잘 따라줘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최순녀 씨는 “무엇보다 친 혈육처럼 대해줘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다”며 “사실 나보다 엄마가 더 자주 전화를 한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사진>지난 1995년 결혼한 임재룡·최순녀 부부.

최순녀 씨는 지난 1995년 임재룡(46)씨와 결혼했다. 슬하에 아들 찬묵(15)군과 딸 유화(10)양을 뒀다. 처음에는 야채 이름조차 생소했다고 한다.

시어머니와 남편과 이야기 하는 것도 힘들어 한동안 집안에서만 생활한 최순녀 씨. 하지만 안에서만 생활하다가는 스스로에게 독약이 될 것임이 불 보듯 뻔했다. 그때부터 복지관이나 주부교실을 다니며 한글과 요리를 배우고 집에서 복습하며 천천히 적응해 나갔다. 남편도 그녀가 필요로 하는 것이 있으면 이유를 묻지 않고 적극적으로 밀어줬다. 결국 5년이 지나서야 생소한 한국어와 문화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었다.

이날 정경순 씨는 서울로 가는 발걸음을 늦추고, 농번기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딸의 일손을 거들어 눈길을 끌었다. 최 씨를 따라 밤을 주우러 산으로 올라갔다. 이미 밤송이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떨어져 있었다. 땅만 보고 줍기를 한 시간이 지나자 한 자루가 거뜬히 채워졌다. 정 씨는 “일이 고된 줄 알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며 “건강 챙겨가면서 쉬엄쉬엄 했으면 좋겠다”고 거듭 당부했다. 최순녀 씨는 “열심히 노력하며 살라는 말씀을 가슴속에 새기고 있다”면서 “다음에도 또 오셨으면 좋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공주=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불교신문 2567호/ 10월21일자]

Posted by 백송김실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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