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82026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35> 고흥 강태원 멀씨알폰 부부

“참선하고 경전 읽으며 ‘화목한 가정’이뤄요”
지난 10월25일 고흥에서 만난 강태원.멀씨 알폰 부부는 “가족들과 순천 송광사를 다니며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힘을 얻고 있다”면서 “비록 출발은 남들과 달랐지만 서로를 믿고 부처님 가르침에 의지해 살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4남매를 키우며 희망을 싹틔우고 있는 특별한 사연을 들어봤다.

“참선하고 경전 읽으며 ‘화목한 가정’이뤄요”

필리핀서 온 ‘엄마와 동생’… 어느 새 어색함 사라져 ‘우린 가족’

<사진>노랗게 익은 유자의 향기가 고흥군 동강면 한천리 마을에 가득하다. 지난 10월25일 찾은 강태원 멀씨알폰 씨 가정에도 화목의 열매가 무르익어 있었다.

다솔(16)이에게 2년 전 남동생이 생겼다. 그 주인공은 막내 동생인 선웅(2)이. 이미 중학교 1학년 된 여동생 다민이와 축구를 좋아하는 초등학교 5학년 된 경석이도 있지만 막내 동생은 조금 특별하다. 생김새는 다른 동생들을 쏙 빼닮았지만, 동생이 태어났을 때 복잡한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고 한다. 바로 아빠와 먼 나라 필리핀에서 온 엄마사이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남매에게 새 엄마가 생긴 건 지난 2008년 6월. 엄마는 ‘멀씨 알폰’이라는 이름을 가진 필리핀 사람이었다. 이미 3년 전 혼자가 된 아빠는 ‘새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이해를 구했다. 다솔이는 “아빠의 의견을 존중해 주고 싶었지만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결국 새 엄마가 오는 것을 허락했지만 처음부터 ‘엄마’라고 부를 수 없었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한국말’이 서툰 새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쉽지 않았다. 게다가 친한 친구에게 떳떳하게 고민거리를 털어놓을 수도 없었다. 행여나 장난치거나 놀릴까봐 말을 꺼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강태원 씨는 이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가족들과 한 달에 한 번 송광사를 찾기 시작했다.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기에 절이 안성맞춤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강 씨는 “처음에는 서먹하기만 했던 아이들과 부인의 사이가 조금씩 나아지더니 점차 마음을 열게 됐다”면서 “이제는 가족들 모두 절에 가는 것을 좋아하고 아내도 고즈넉한 사찰 분위기를 마음에 들어 한다”며 빙그레 웃었다.

강 씨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모든 사정을 감수하고 선택한 결혼이지만 늘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기 때문에 매일 <관세음보살 보문품>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독실한 불자인 강 씨는 이 경을 읽으면 사물을 바로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길 것이라고 믿고 있다. 비록 아직까지 아내의 한국어 실력으로 함께 경을 읽는 것은 무리지만 앞으로 신행생활도 같이 했으면 한다.

이같은 노력으로 자녀들도 멀씨 알폰 씨를 차츰 ‘엄마’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 무렵 동생 선웅이도 태어나 남매는 새 엄마와 사이를 더욱 좁혔다. 대화하는 시간도 늘고 어려운 영어 숙제를 척척 도와주는 엄마가 곁에 있어 든든함을 느끼게 됐다. 둘째 다민이는 “아직까지 엄마가 한국말이 서툴러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마음껏 이야기하고 싶다”면서 “엄마가 우리에게 준 사랑을 꼭 보답 하겠다”고 의젓하게 대답했다.

강태원 씨는 앞으로도 자녀들이 진실된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송광사에서 신행생활을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씨는 “아이들이 사춘기라 걱정이 많았는데 잘 크고 있어 다행”이라며 “동생과 사이좋게 지내고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용기와 희망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멀씨 알폰 씨는 “한국어를 더욱 열심히 공부해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고흥=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불교신문 2571호/ 11월4일자]

Posted by 백송김실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