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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불 고사리손이 조계사를 장엄하다
딱 봐도 아이들의 솜씨다. 행복한 가족들이 조계사 도량에 모여 앉아 만든 ‘가족등’이 경내 한켠에 전시중이다.

모든 이의 눈에 뜨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나는 많은 이들이 알아챈다. 숨은그림찾기 같은 이 이야기는 조계사 부처님 뜰 안에서 일어난다. 예년에는 볼 수 없었다. 그때는 조계사 선재어린이집이 없었고, 지금은 있기 때문이다.

연등 물결 아래 펼쳐지는 천진불들의 작은 뽐내기 전시회다. 코로나 사태로 어린이집들은 휴원 상태이지만, 긴급 돌봄이 필요한 원아들은 등원이 가능하다. 4월14일에는 ‘코로나19 함께 이겨내요’를 주제로 그림 전시회가 열렸다. 원아들이 부모님과 함께 고사리 손으로 그리고 눌려 쓴 글씨가 작품이 되었다.

이 전시회는 4월말까지 진행됐으며,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쓴 우리 가족’, ‘손 씻어 코로나를 예방해요’, ‘코로나 바이러스와 마스크’, ‘코로나 접근 금지’ 등 원아들이 가족들과 함께 그린 30여 점이 전시됐다.
 

4월에 전시되었던 조계사 선재어린이집 원아들의 그림전시회다. 마침 텃밭체험을 위해 가져나온 돋보기까지 동원해 친구 그림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당시 주지 지현스님은 “사실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많은 분들에게 아이들의 순순한 마음이 전달돼 코로나가 빨리 종식되어 아이들이 마음 놓고 맘껏 조계사에서 뛰어 놀았으면 좋겠다”며 원아들의 그림을 경내에 전시한 배경을 설명했다.
 

원아들의 그림 옆에 코로나 극복을 위해 서원지를 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두었다. 사부대중이 한마음으로 서원지를 달았다.

이번에는 ‘가족등 전시회’다. 5월10일 조계사 경내에서 개최된 ‘가족이 함께 연등만들기’에서 완성된 등이다. 이날 조계사에는 부모님 손을 잡고 연등 만들기에 참여한 천진불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참가 접수가 조기에 마감될 만큼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날 행사에는 40팀 150여 명이 참가했다. 코로나 예방을 위해 참가자들은 대웅전 앞마당에 마련된 행사장에서 거리를 두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연등을 만들었다.
 

조계사 도량에서는 한줄기차로 이동하거나, 체험활동 중인 선재어린이집 원아들은 만날 수도 있다. 멀리서 보기만 해도 미소가 번진다.

연등만들기 주제는 ‘행복한 우리 가족’과 ‘코로나19 극복 염원’ 등 두 가지였다. 이때 만들어진 연등 가운데 40여 점이 현재 조계사에 전시되어 있다. 아름드리 큰 조계사 회화나무에 걸린 듯 그 넓게 펼쳐진 형형색색 연등물결이 밑으로 가족등이 줄맞춰 매달려있다. 규모는 단출하지만, 정성만큼은 한가득이다. 
 

하나의 등을 켜는 마음도 아름답지만, 그 마음이 모이고 모이면 큰 원력이 되어 모든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 법요식을 앞둔 조계사 도량에는 연등물결이 일렁인다.

이래저래 조계사 경내는 천진불들의 작품들로 즐겁다. 이젠 조계사를 지나다 뭔가 다른 낌새가 느껴지면 도량을 구석구석 살펴보게 될 것같다. 왠지 한켠에 천진불들이 오물조물 만든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불교신문3585호/2020년5월27일자]

Posted by 백송김실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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