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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곁으로 이끄는, 송이송이 버들벚꽃

본격적인 봄의 시작을 열어붙이는 꽃이 벚꽃이라면, 절경의 봄을 뽐내는 꽃도 벚꽃이다. 개화순서 차이도 있지만 나뭇가지나 벚꽃의 생김새가 확연히 다르다. 전자가 전국 각처의 벚꽃축제에 등장하는 꽃이라면, 후자는 수양버들처럼 나뭇가지가 늘어지는 수양벚꽃과 덩어리진 꽃모양이 포동포동 살이 오른 것 같은 겹벚꽃이다. 개화시기는 열거한 순서에 따라 같은 지역이라도 20~30일까지 시차가 있다. 각원사에 도착한 4월17일은 수양벚꽃이 그 자태를 맘껏 뽐내고 있었다.

유난히 힘겨웠던 올해 봄. 큼직큼직한 각원사라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결 편안하다. 마스크를 쓰고 조심스럽게 참배 온 가족은 버들벚꽃 사이에서 비로소 환한 웃음을 되찾았다.

도량 중심영역이 시작되는 거대한 종루를 만나면 각원사 규모를 직감할 수 있다. ‘태조산루’라는 현판을 달고 있는데, 불전사물인 범종, 법고, 목어, 운판을 모아둔 전각이지만 규모는 서울 보신각보다 크다.

종루 밑을 지나면 곧장 대웅보전으로 향할 수 있지만, 벚꽃 향연이 펼쳐지는 기간이라면 대웅보전으로 향하는 둘레길을 권하고 싶다. 종루를 지나지 않고 바라본 상태에서 오른쪽 완만한 오르막길로 향하면 된다.

옆으로 나란한 산신전과 천불전 사이, 수양벚꽃 군락이 길을 따라 풍성한 머릿결을 한껏 휘날리고 있다. 수양벚나무는 15m까지도 자란다고 한다. 처음 종루 밑에서 바라봤을 때 전각 사이로, 키는 지붕처마보다 웃자랐고 풍채도 당당해 화사한 분홍빛 전각 같았다.
 

산신전과 천불전 사이는 버들벚꽃 명소다.

촘촘히 붙어있는 벚꽃들로 늘어진 풍성한 나뭇가지들은 밑으로 기운다. 늘어진 가지 끝에서 바닥 사이에는 어른 어깨만큼의 공간이 있다. 참배객들은 그 사이사이로 들어가 봄을 만끽한다.

흥겨움에 취해 미뤘던 법당 참배가, 이때 비로소 생각났다면 생각할 필요가 없다. 천불전 옆 작은 돌계단으로 내려오면 바로 대웅보전에 닿는다.
 

도량 가운데 형형색색의 연등이 봉축을 알리고 있다.

각원사는 대웅보전도 그 규모가 남다르다. 전면이 무려 7칸이다. 측면은 4칸으로 대웅보전에는 모두 34개의 주춧돌이 놓여있다. 중앙 불단에는 석가모니불을 자리하고 있으며 후불탱화의 주불은 석가모니불 좌우로 아미타불 약사여래불과 그 회상이다. 국내 목조 대웅전으로는 가장 크다.

이제 참배를 마쳤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또 다른 벚꽃 명소로 향한다. 바로 청동대불이 모셔진 곳이다.
 

정면에서 바라보면 청동대불은 뒤로 보이는 태조산 능선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청동좌불(높이 15m 무게 60t)은 아미타부처님으로 남북통일의 염원을 담아 조성했다. 일체 중생을 모든 고통에서 건져내는 대자 대비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아미타불은 한량없는 광명을 지니고 중생의 번뇌와 어둠을 밝히는 한편 한량없는 생명을 지녔기에 생멸이 없는 부처님이다.

이곳에도 듬직한 풍채의 버들벚꽃이 한 그루 있다. 또한 주변으로 겹벚꽃이 줄지어 있다. 하지만 겹벚꽃은 만개에는 미치지 못했다. 각원사는 봄철 시차를 두고 피고 지는 다양한 벚꽃으로 코루나로 지친 지역불자들에게 안심처가 되어 있었다.

[불교신문3578호/2020년4월29일자]

Posted by 백송김실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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