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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보은 정종구 지레나 부부

지난 2일 은행잎이 곱게 물든 나무 아래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정종구 지레나 부부.
“우리집에도 ‘아기부처님’ 생겼으면…”
우즈벡서 온 농부아내 소박한 꿈꿔
불경 테이프 들으며 부부신심 다져
“우리 집에도 아기 부처님 같은 예쁜 아이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지난 2일 정종구(52) 지레나(29) 부부를 만나기 위해 보은군 산외면 길탕리를 찾았다. 2004년 6월 우즈베키스탄에서 결혼해 다문화 가정으로써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제는 한 곳을 바라보며 행복을 일구고 있었는 정종구 지레나 부부.
고려인 4세인 지레나 씨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나고 자라 아직까지 러시아어가 익숙하지만, 그곳에서 한국어와 문화를 배우며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을 잊지 않고 살아왔다. 농부의 아내로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그녀는 “남편은 성질이 급해서 가끔씩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화를 내 밉기도 하지만 무뚝뚝한 내 말투와 행동까지 사랑스럽게 봐줄 때가 많기 때문에 행복하다”며 웃었다. 부부는 이미 행복부부상과 효부상 등 몇 차례 상을 수상해 마을 뿐 아니라 인근 지역에서 잘 알려져 있다.
지레나 씨에게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남편과 자신을 닮은 아기를 갖는 것이다. 친엄마 같은 시어머니와 한국어 공부를 도와주는 시아버지, 항상 자신을 추켜 세워주는 남편까지 남 부러울 것 없지만, 마음 한구석은 늘 쓸쓸하다. 시험관 아기 시술을 시도하고 있지만 몇 차례 실패해 요즘은 다소 의기소침해져 있다.
이같은 속내를 내비친 그녀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결국 힘겹게 이야기를 마치자 고였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기가 태어나면 건강하고 밝게 자라라는 뜻을 담아 이름을 짓고, 우즈베키스탄에도 데려가고 싶은데 그렇게 할 수 없는 답답한 심정을 삭히지 못하고 결국 눈물을 보였다.
그래서 부부는 틈 날 때마다 법주사에 간다. 정 씨는 평소 <반야심경>이나 <천수경>을 녹음한 불경 테이프를 즐겨 들으며 신행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정 씨는 “일찍 불법 만나 다행”이라며 “줄줄 외지는 못해도 부처님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보왕삼매론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정 씨는 ‘세상살이에 어려움이 없기를 바라지 말고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는 앞부분을 소개하며 마음을 닦고 있다고 말했다.
시집오기 전까지만 해도 특별한 종교가 없었던 지레나 씨도 남편 따라 자연스럽게 불교에 귀의하게 됐다. 차를 타고 외출 할 때마다 불경 테이프를 듣는다고 한다. 지레나 씨는 “무슨 뜻인지 잘 모르지만 나직하게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해진다”면서 “시어머니와 절에 가면 예쁜 아기 갖게 해달라고 마음속으로 빈 적도 많다”고 수줍어했다. 이처럼 말 못할 고민을 안고 지내지만 그녀는 “세상 사는데 힘들지 않는 일이 어디 있겠냐”며 특유의 천진한 웃음을 짓는다.
지레나 씨는 요즘 복지관에서 홈페이지를 개설하는 방법에 대해 강좌를 듣고 있다. 정 씨가 매주 월요일마다 복지관까지 데려다 준다. 그녀의 최종 목표는 자신이 직접 키운 농작물을 온라인상으로 홍보하고 팔아 살림에 보태는 것이다. 지레나 씨는 “인터넷을 활용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요리사가 돼 식당도 열고 남편과 여행도 자주 다니고 싶다”며 소박한 꿈을 털어놨다. 정종구 씨도 “나이 많은 나한테 시집와 고생스럽겠지만 조금만 참고 이겨내자”며 지레나 씨를 꼭 끌어안았다.
보은=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불교신문 2573호/ 11월11일자]

Posted by 백송김실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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