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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년 '미륵의 땅' 충주로 떠나볼까
햇수로 5년째 가림막으로 덮여있는 충주 미륵리 부처님. 위풍당당한 이전 모습으로 하루빨리 다시 뵈었으면.

바지런한 사람이야 신년계획을 진작 짜놓았을 것이다. 반대로 그렇지 못한 느긋한 성격이라면 새해 첫날이후 설날사이 제법 넉넉한 이 기간이 새로운 구상을 하기에 적당 할 수도 있다. 지난 일을 되짚어 보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에는 시야가 펑 뚫린 곳이 좋다. 더구나 그렇게 세운 계획을, 웅장한 부처님 앞에서 발원할 수 있다면 불자로서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팔봉폭포 위 흔들다리에서 바라본 달천이 휘감아 도는 마을전경. 아이들이 보기엔 영락없이 우주선이 물 위에 내려앉은 모습이다.

지난 1월13일 그런 곳을 물색하다 먼저 발길이 향한 곳이 충주 수주팔봉다.
수주팔봉은 충북 충주시 살미면 향산리에 위치하고 있다. 야트막하지만 날카로운 바위로 이루어져 있어 그 모습이 당당하다. 팔봉마을에서 달천 건너 동쪽의 산을 바라볼 때, 정상에서 강기슭까지 달천 위에 여덟 개의 봉우리가 떠오른 것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재밌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조선시대 철종이 낮잠을 자다 수려한 산봉우리 여덟 개가 물속에 비치고 밑으로 수달이 헤엄치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잠에서 깬 후 영의정에게 이런 곳이 있는지 알아보라 해서 찾은 곳이 수주팔봉이다. 이에 왕이 직접 이곳으로 행차해 발을 담그고 좋아했다. 이에 왕이 발을 담그고 쉬던 곳을 ‘어림포’, 왕이 걸어서 지난 곳을 ‘왕답’이라 부른다.
 

물길을 막아 농지를 만들기 위해 산자락을 끊어 만든 팔봉폭포지만, 어느덧 흔들다리와 그 위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입소문을 타고 관광객들을 불러 모은다.

특히 팔봉폭포 위로 흔들다리가 설치되어 있어,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다리에서 보이는 마을은 달천이 둥글게 휘감고 흐르는 덕에 물위에 떠 있는 작은 섬처럼 보인다.

어린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더욱 안성맞춤 일 것이다. 함께 오르기에 수월하고, 오르면 흔들다리는 놀이터가 되어주며, 이곳에서 보이는 달천이 휘감는 마을은 아이 눈에는 둥근 우주선처럼 보인다.

탁 트인 마을과 주변 산 능선을 바라보며 아이 손을 잡고 가족이 함께 신년계획을 세운다면 더할 나이 없는 추억 만들기가 될 것이다. 아래 평지에서 흔들다리까지는 건물5층 내외의 높이로 잘 정비된 계단을 통해 쉽게 오를 수 있다.     
 

10년 전 기자가 직접촬영한 미륵리 부처님. 부처님은 월악산을 넘어 한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부처님 전에 발원하는 일만 남았다. 20km 남짓 거리에 충주 미륵리가 있다. 이곳에는 보물 제96호로 지정된 건장한 체격, 키가 무려 10.6m에 이르는 고려 초기에 조성된 부처님이 기다리고 있다. 팔각형 보개까지 합치면 큰 화강암 여섯 덩어리를 차곡차곡 쌓아 조성했다.

몸통에 해당하는 부분은 한 덩어리의 무게가 10톤이 넘는다. 또한 신기하게도 북쪽을 바라보는 부처님 상호는 일출에서 일몰까지 고르게 볕이 들어 이끼 등의 지의류가 끼지 않아 언제나 맑고 깨끗한 상호로 참배객들을 맞아준다.   

뿐만 아니라 곁에는 ㄷ자 3면에 16개의 감실을 갖춘 6m높이의 석축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어 뵐 때마다 그 웅장함에 신심이 돋아난다. 3면의 석축 위에는 목조 지붕을 올렸던 흔적이 남아있어 이전에는 석굴형태의 모습 이었을 것이다.    

수주팔봉에서 세운 계획, 그 원력을 발원할 부처님을 뵈면 된다. 이런! 그런데 공사 중이다. 수년전에 한창 공사한다는 말을 들은 적 있었는데, 아직까지도 이런 모습이라니. 건물 4~5층 높이의 가림막이 눈앞을 가득 채운다. 그나마 가림막 앞에 흐릿하게나마 안을 들어다 볼 수 있는 작은 창이 있다.

ㄷ자 모형의 석축 가운데 서쪽 벽면이 개천 쪽으로 기울어져 시작된 공사다. 하지만 2014년 7월에 시작된 보수정비사업은 마무리는 고사하고 석축 해체상태에서 지지부진하다.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주변 석축 보수공사로 갇혀있는 부처님.

불자들에게는 성보로서 예경의 대상이지만, 현재 관리와 보수공사의 주체가 되어있는 문화재청과 지자체 입장에서도 이런 거대 석굴형태의 고려초기 문화재는 너무도 소중할 것인데.

둘러보다 도량을 쓸고 닦고 있는 미륵세계사 주지 정덕스님을 만났다. 지지부진한 보수정비 공사를 지켜봐야만 하는 스님은 “몇 해만에 오는 참배객들은 당연히 공사가 끝났을 것으로 여겨, 예전 모습의 부처님을 뵙고자 찾아온다”며 하지만 “정비공사는 1년 넘겨 사실상 방치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Posted by 백송김실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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