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22025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⑭ 울진 금강 소나무 숲길

 

금강소나무숲길 4개 구간

산양과 자연보호 위해

매일 80여명만 예약 한정

 

소나무숲 시원한 계곡따라

명상의 길 지나면

천축산 불영사에 닿는다

 

16.3km, 쉽지만은 않은 금강소나무 숲길 3구간을 걸으면 마음속 가득 나무숲을 간직하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출발한지 2시간이 지났다. 이미 온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이따금씩 보이는 계곡에 풍덩 뛰어들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아직 반도 못갔는데…. 울진 금강송면 소광리에 위치한 우리나라 최대, 최고의 금강소나무숲을 찾아가는 길이 쉽지는 않다.

 

금강산에서 경북 북부까지 백두대간을 따라 자라는 금강소나무는 우수한 목재로 궁궐과 왕실의 관 등에 사용됐다. 조선 때부터 수요가 부족해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곳 울진 소광리에도 벌목을 금하는 봉산(封山)을 알리는 금표가 세워져 있다.

금강소나무는 일제의 수탈과 한국전쟁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또한 40년이 넘은 나무로만 조성된 숲은 잡목과 낙엽이 우거져 새로운 소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환경이 되자 지난 2007년 산림청에서 금강소나무 생태경영림을 조성하게 됐다. 그리고 산림청과 지역주민 환경단체 등이참여하여 숲길로 지정하고 지난 2010년부터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금강소나무 숲길은 모두 4구간으로 되어 있으며 생태경영림을 보는 3구간은 왕복 16.3km로 2011년 개통했다.

지난 20일 오전8시40분 숲길 시작지점인 금강송펜션에 도착했다.

“지각은 아닌데 꼴등이네요.” 인원을 확인하는 분이 전해준다. 서둘러 일행에 합류한다. 가벼운 준비운동을 시작으로 숲해설가의 안내에따라 줄을 지어 숲길에 들어선다.

먼저 보부상들이 넘던 저전터재와 너삼밭재를 넘는다. 보부상들은 울진 흥부장에서 미역, 건어물, 소금, 생선, 젓갈 등 바다에서 얻을 수 있는 물건을 구입하여 봉화, 영주, 안동장에 내다팔고 내륙지방의 생산품인 피륙, 비단, 담배, 곡물 등을 사서 해안 장터에 와서 팔았다. 모두12령(嶺)의 고갯길을 넘어다녔다고 한다. 차가 다니기 시작한 후 보부상들이 사라진 이 길에는 화전민들이 삶을 이어갔다. 1970년 대 말 화전민 이주정책이 시행됨에 따라 이 숲에서 그들도 사라졌다. 길가엔 당시 집터 등 흔적만 조금 남아 있었다. 그 길이 다시 생태탐방로로 조성됐다. 지게에 가득 짐을 짊어지고 짚신을 신고 재를 넘었을 보부상을 생각하며 기운을 내어본다.

 

탐방객들이 보부상들이 넘던 십이령 중 하나인 너삼밭재를 넘고 있다.

“담양에 있는 메콰세타이어 길 같이 나무들이 쭉쭉 줄서 있는 모습을 상상하시면 실망하실 수 있습니다.” 숲해설가는 숲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닌 자연적으로 조성된 곳임을 설명한다. 가는 길에 산양서식처 안내 현수막이 눈에 띈다. 산양은 설악산, 월악산, 울진 등지와 DMZ에겨우 800여 마리 남아있다고 한다. 금강소나무숲길은 녹색연합과 울진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산림청이 파트너가 되어 산양을 보호하고 시민들과 주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함께 풀어가기 위해 길 기본계획과 실행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숲길은 매일 구간별로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이 길은 사람만이 아니라 산양과의 공존을 위해 여는 숲길이다.

한편 산양의 주서식지인 설악산에 케이블카 설치가 한창 논란이다. 어렵게 지켜가는 산양의 생태계가 어느 한쪽의 잘못으로 공멸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휴~우’ 크게 호흡하며 맑은 숲 공기를 들어 마신다. 소나무 뿐 아니라 낙엽송, 참나무들이 가득한 숲은 힘들게 발걸음을 내딛는 이들에게 때마침 시원한 바람을 불어주며 격려한다.

12시, 생태경영림 앞에 도착했다. 기다리던 점심시간이다. 금강소나무 숲길의 점심은 지역마을공동체에서 1인당 6000원을 받고 제공한다. 나물 등과 순두부국이 조촐해 보이지만 꿀맛이다. 점심을 마친 후 금강소나무 생태경영림에 들어선다. 숲길에서 본 소나무들보다 크고 쭉 뻗어있는 소나무들이 눈에 들어온다.

 

금강소나무 숲을 대표하는 수령 500 년이 넘은 소나무.

“햇빛을 좋아하는 소나무는 옆에 다른 소나무들이 있어야 곧게 자랍니다.” 숲해설가의 이야기를 들으니 문득 수행하는 스님들의 모여 있는모습을 숲에 비교한 총림(叢林)이 떠오른다.

‘대중이 공부시킨다’는 말이 있다. 반드시 스승과 대중을 모시고 살라는 말인데 마치 기개 높은 소나무들도 그러한 듯.

금강송 숲이 있는 울진 금강송면에는 소나무같이 대중이 모여 있는 천년고찰 불영사가 있다. 불영사는 제11교구본사 불국사의 말사로 신라진덕여왕 5년(651)에 의상스님이 첫 번째로 창건한 유서깊은 사찰이기도 하다. 당나라에서 귀국한 의상스님이 자신이 설한 <화엄경> 설법을듣고 아홉 마리의 용으로 변해 승천한 연못에 불영사를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보물 제1201호 불영사 대웅보전, 기단 좌 우 아래 돌거북이 전각을 받치고 있다. 풍기ic부터 불영사 입구까지 이어지는 36번 국도가 정비돼서 길이 훨씬 가까워졌다

인근의 산세가 인도의 천축산과 비슷해서 천축산이라 했고, 서편에 부처의 형상을 한 바위가 있고 그 그림자가 항상 못에 비쳐 불영사(佛影寺)라 불렀다. 부처님 바위가 비치는 연못엔 노란 수련이 화려하게 장엄되어 있다. 숲길을 다녀온 다음 날 불영사를 찾았다. 일주문을 지나불영계곡 따라 걷다보니 금강소나무 숲 못지않은 장대한 소나무 사이로 ‘명상의 길’이 조성되어 있다. 전날 숲길을 걸을 때와 다르게 한

발 한 발 지면을 온 몸으로 느끼며 걷는다. 깊고 푸른 소나무 숲을 지나 부처님 그림자를 향해 나아간다.

 

불영사 담벼락 기와 위에 방문객들이 작은 돌탑을 세워 놓았다.

 [불교신문3228호/2016년8월27일자]

 

 

 

 

 

 

 

Posted by 백송김실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