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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기원 정초기도는 정법에 어긋나나

송강스님의 답은?

문)스님들은 무소유를 강조하시데, 일 년의 목표를 설정하는 정초기도에 잘 살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이 부처님의 뜻에 위배됩니까?

“목표 정하고 노력을 다짐 기도는 바람직”

답)아무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잘 살게 해 달라고 기도만한다면 그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그러나 잘 살기 위해서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고, 잘 살기 위해서 노력할 것을 다짐하는 기도라면 부처님의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잘 산다는 것을 불교적으로 해석하면, 아마도 바른 안목으로 바르게 살피고 바른 노력을 하면서 그 노력에 의한 정당한 결과로서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말할 것입니다. 만약 바른 안목을 갖추지 못하여 현실을 정확히 간파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그 노력도 대충하면서 더 잘 살기를 바라는 것은, 마치 먹물로 옷을 빨면서 하얀 옷이 되기를 바라는 것과 같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사람들에게 부자가 되라거나 가난하게 살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다. 부자라거나 가난하다는 것은 외형적인 분별일 뿐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오히려 이러한 외형적 분별로 판단하는 것을 경계하셨습니다. 그 한 예로 제자 가섭과 아난의 탁발을 두고 말씀하신 것에서 잘 알 수 있습니다. 밥을 얻는 시간이 되면 가섭은 항상 가난한 집만 찾아갔고 아난은 부잣집만 찾아갔는데, 이것을 아신 부처님께서는 두 제자를 불러 그 까닭을 물었습니다. 가섭은 가난한 사람들이 복을 많이 지어 빨리 가난에서 벗어나길 바라서라고 답했고, 아난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부잣집만 간다고 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두 제자의 답을 듣고는, 가난한 사람도 부자도 모두 괴로움이 없는 세계로 인도해야 할 것이니, 앞으로는 그런 차별을 두지 말고 차례대로 밥을 얻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의 언어는 많은 경전에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잘 살펴야 하고, 또 무엇을 설명하시기 위함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무소유(無所有)란 말도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가지는 것’이라는 뜻의 소유(所有)의 반대개념으로써 ‘갖지 않음’의 뜻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무소유와는 다르게 사용된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역설하신 무소유(無所有)는 매우 전문적인 용어입니다. 불교에서의 유(有)는 존재성을 일컫는 말이며, 소유(所有)는 ‘존재하는 것’의 뜻입니다. 즉 소유는 무언가가 시간과 공간상에서 변치 않고 지속되는 일정한 존재나 존재성을 가리키는 말이고, 따라서 무소유는 변치 않고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 없다는 뜻입니다.

무소유란 무상(無常)과 무아(無我)라는 말과도 통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것이 끝없이 변해가고 또한 스쳐가는 것일 뿐이라고 일깨워주십니다. 그 이치를 확연히 깨달아 해탈케 하려는 것이지요. 흔히 나라고 생각하는 육신이나 감정이나 인식도 끝없이 변하는 것일 뿐이며, 대상인 세계도 마찬가지로 끝없이 변하는 것일 뿐이니, 그러한 것들이 영원하길 바라거나 놓치지 않으려 집착하게 되면 바로 그 순간부터 괴로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만나고 있는 모든 것들은 일시적인 상황이며, 영원한 존재도 없고 영원히 가질 수도 없는 것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괴롭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는 것입니다. 무소유는 평화로움의 세계인 적멸에 들기 위해 깨달아야할 궁극적 이치입니다.

송강스님 / 개화사 주지

[불교신문 2397호/ 1월30일자]

Posted by 백송김실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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