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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산 청량사

설영루 아래 청량사 진입로 제설작업을 하고 있는 스님들. 산 깊은 곳에서 정진하고 있는 스님들의 모습은 언제나 환희심을 선사한다.
9세기부터 청량사를 지키고 있는 석조여래좌상.
천불산이라는 이름답게 기암괴석들이 전각뒤로 병풍처럼 펼쳐진다.
청량사 대웅전 마당에 석탑과 석등이 서 있다.
온통 하얗게 물든 저 雪山 자락에
내 번뇌와 미혹을 묻어두다
온천지가 새하얀 눈밭이다. 그 옛날 가야국 최고의 규모를 자랑했던 경남 합천 가야산. 지난 7일 폭설을 뚫고 가야산 해인총림을 거쳐 천불산 청량사로 향했다.
해인사 매표소를 코앞에 두고 구원리 버스 정류장에서 자동차로 10여분 걸린다. 가파른 경사와 빙판길에 차량 진입은 어려웠다. 차를 세워둔 채 옷깃을 여미고 길을 나섰다.
청량사로 향하는 길은 말그대로 ‘청량’했다. ‘뽀드득 뽀드득’ 눈밟는 소리가 마음을 맑혀준다. 자연생태가 위태로워 잠시 문을 닫았던 남산제일봉 등산로가 최근 다시 개방됐다. 산 생명들은 싱그럽게 되살아나 나그네의 발걸음을 환하게 반겨줬다.
남산제일봉은 천불산의 또 다른 이름이다. 해인사관광단지에서도 길은 트여있지만 청량사로 향하는 길목이, 가팔라도 볼거리가 훨씬 많다.
곳곳에 솟아있는 각종 기암괴석은 저마다의 생김새를 자랑하며 멋스러움을 내비친다. 바윗돌 하나하나 온통 부처님 형상을 띠었다고 해서 천불산(千佛山)이라 했던가.
멀리 흰 눈과 푸른 나무 사이로 곱게 단청을 한 청량사 일주문 설영루가 모습을 드러낸다. 간간히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만 산을 울릴 뿐, 산사는 적요했다. 눈 밟는 소리가 적막을 깰세라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도량에 들어서자 스님들의 오가는 길만 눈이 치워져 있었다. 청량사는 해인사 산내 암자로 창건연대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최치원이 즐겨 찾던 곳이다. 일부에서 통일신라시대에 창건된 사찰로 추정하고 있다.
9세기 초부터 이 절을 지켜온 보물 256호 석조여래좌상이 대웅전에 모셔져 있다. 빼꼼히 문을 열자, 석조부처님은 자비로운 미소로 참배객을 맞아 준다. 대웅전 앞에는 신라석탑의 대표적인 양식을 지닌 보물 266호 석탑과 단아한 모습이 일품인 보물 253호 석등이 있다. 석탑과 석등 앞에 서면 눈꽃 핀 산하가 한눈에 들어온다. 눈부시다. 내 안에 있는 탐심과 어리석음을 끄집어내 훌훌 털어낸다. 텅빈 가슴에 청량한 울림이 생긴 듯 넉넉한 기분이 샘솟는다. 갈등과 대립으로 치달아왔던 산아래 세상의 번뇌와 미혹들이 시원하게 씻겨지는 듯 했다.
갑자기 조용하던 산사가 부산해진다. 설영루 아래에서 스님들이 모여 제설작업을 시작했다. 중생의 번뇌를 씻어주는 듯 하얗게 쌓인 눈을 정성껏 쓸어모으는 스님들의 손길에서 따스한 마음이 전해온다. 설산에 묻혀 산과 더불어 살아가는 스님들이 있기에 천년이 지난 오랜 고찰이 오늘 우리에게 온전히 남아있으란 생각이다. 겨울이 다가기 전에 천불산에 올라 만천하의 부처님을 친견하고 새날을 시작하면 어떨까.
합천=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불교신문 2590호/ 1월16일자

Posted by 백송김실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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