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12026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⑨ 청풍호(충주호)
 

호수와 산이 만들어 내는

한 폭의 산수화 같은 풍경

 

아름답고 맑은 호수 속엔

수몰 이주민의 애환 담겨…

 

비봉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충주호(청풍호) 모습. 내륙의 바다라고 불릴 정도로 거대한 호수는 충주댐이 생기면서 만들어진 인공호이다.

언제부턴가 봄이 되면 황사로 시끄럽더니 이젠 미세먼지로 나라가 들썩거리고 있다. 비가 내려도 잠시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을 뿐 어느새 뿌연 대기가 시야를 답답하게 한다.

산사의 맑은 공기가 그리운 때다. 지난 5월27일 기상예보는 구름 조금이었지만 미세먼지 탓인지 서울을 빠져나와 남서쪽으로 한참을 달려도 탁한 하늘은 그대로다.

2시간여를 달려 남제천IC를 빠져 나와 청풍호(淸風湖)를 향해 가니 맑은 바람이 호수가에 부는지 그나마 조금씩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충주다목적댐 건설로 생긴 거대한 인공호는 충주에선 충주호로 제천에선 청풍호로 불리고 있다. 맑은 바람(淸風)이 부는 호수 인근엔 깨끗한(淨) 꽃향기(芳)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정방사(淨芳寺)가 있다.

정방사 입구인 능강교에서 정방사까지 1.6km는 ‘청풍로 자드락길 2코스’이다. 자드락은 ‘나지막한 산기슭의 비탈진 땅’을 뜻한다. 제천 청풍호 물길 100리 중 호수를 중심으로 수려한 경관을 따라 걷는 자드락길은 7코스가 개발되어 있다. 호젓하게 산길을 걸으면 왠지 ‘자드락 자드락’ 하는 풀잎을 스치는 소리가 들릴 듯.

정방사로 오르는 길, 짙은 녹음과 계곡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이른 더위를 씻어준다. 40여분 오르면 정방사에 닿는다. 금수산 조가리봉과 저승봉 사이 기암괴석 앞에 자리잡은 정방사는 신라 의상스님의 제자인 정원스님이 662년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①금수산 자락 바위병풍을 등지고 서 있는 정방사. 청풍호와 월악산 등 시원한 풍경이 펼쳐진다.

해우소와 요사채 건물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종각이 나온다. 종각을 지나면 거대한 바위병풍을 뒤로 하고 서 있는 원통보전, 나한전, 유운당이 있다. 바위틈에서 나오는 시원한 약수를 마시고 청풍호와 월악산 자락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원통보전 앞에 서니 쌓여있던 뭔지 모를 답답함이 ‘뻥’ 하고 뚫린다. 원통보전에는 목조관세음보살좌상이 모셔져 있다. 온화한 미소의 정방사 관세음보살상은 조선 숙종 15년에 조성된 조선중기를 대표하는 문화재였지만 지난 2004년 도난당했다. 다행히 지난 2014년 서울의 한 경매 물품으로 나온 것을 총무원 문화부, 불교중앙박물관 직원들이 확인해 문화재청,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와 공조 수사를 통해 되찾게 되었다.

 

③정방사 원통보전. 목조관세음보살상이 보인다.

유운당 주련에는 남조시대 도홍경(陶弘景, 456~536)이 지은 한시가 새겨져 있다. 양무제와 어릴적부터 친했던 도홍경은 양무제의 부름에도 뜻을 굽히지 않고 산속에서 은거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양무제가 “도대체 산에 무엇이 있기에 그대는 이토록 짐의 뜻을 몰라주는가?”하고 조서를 보내 물으니 이렇게 답한다.

山中何所有(산 속에 무얼 가지고 사냐하면)/ 嶺上多白雲(산봉우리에 흰 구름이 많이 있지요)/ 只可自怡悅(다만 저 스스로 즐길 수 있을 뿐)/ 不堪持贈君(가지고 가서 임금님께 드릴 수 없군요.) 임금님에게 갖다 줄 수 없는 산중의 즐거움을 조금 알것 같기도 하다. 발길을 돌려 내려오려는데 “지장전에 가 보셨어요? 바위에 새긴 지장보살님이 계신데…”라며 스님이 가르쳐 주신다. 지장전에서 ‘인사 못드리고 갈뻔 했네요’ 하고 지장보살과 뒤에 서있는 마애지장보살께 인사를 올리며 눈을 맞추니 은은한 미소를 보여준다.

 

④정방사 지장전 마애지장보살상.

정방사를 내려와 청풍호의 대표적 조망 장소인 비봉산 정상으로 향한다.

걸어 올라가야 더 감동이 크겠지만 ‘무더운 날씨와 바쁜 일정’을 핑계 삼아 관광모노레일을 탄다. 평일에도 반드시 예약을 해야 이용가능하다. 23분이면 정상에 닿는데 제법 가파른 경사를 올라가는 스릴을 느낄 수 있다. 비봉산 정상에서는 내륙의 바다라고 불리는 충주호(청풍호)가 사방으로 펼쳐진다. 월악산(1094m)과 금수산(1016m) 같은 높은 산들이 물 속을 뚫고나온 듯 솟아있는 모습이 마치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잔잔한 호수 위로는 물살을 가르며 유람선들이 떠다니고 있다. 1985년 완성된 충주댐으로 인해 생겨난 청풍호(충주호)는 면적 67.5㎢, 평균 수심 97.5m, 길이 464m이며, 저수량은 27억5000t으로 국내 최대의 소양호(29억t)에 맞먹는다. 충주댐에서 호수의 끝자락이라고 할 수 있는 단양까지 물길이 무려 60㎞에 달한다. 호수의 면적이 큰 만큼 남한강 주변의 많은 마을들과 계곡 등이 충주호 수면 아래도 가라앉았다. 조상 대대로 논과 밭을 일구면서 오랫동안 살아오던 땅을 떠나 다른 곳으로 생활의 터전을 옮긴 수몰지구 주민은 충주시 중원군, 제원군, 단양군 7105세대 3만8663명이나 된다.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일상의 풍경이 되어 있는 호수 속에는 수 만명의 고향이자 삶의 터전이 잠겨 있다.

 

②수몰지역에서 청풍문화재단지로 옮겨온 물태리 석조여래입상.

비봉산을 내려와 청풍문화재단지로 향했다. 수몰 이주민처럼 수몰지역에 있던 문화재들이 집단 이주한 곳이다. 제천 청풍 한벽루(보물 제528호) 같은 누각과 고가(古家)등 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신라 말기부터 천년 넘게 청풍면 읍리 대광사 입구를 지키며 서 있던 3.41m의 거대한 제천 물태리 석조여래입상(보물 제546호)도 머물던 곳을 떠나 1983년 청풍문화재단지로 옮겨왔다.

부처님 앞에는 검은 색 둥근 돌이 있는데 본인 나이만큼 남자는 오른쪽, 여자는 왼쪽으로 돌리며 기원하면 소원이 성취된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돌을 돌리려다가 실향민처럼 낯선 곳에 서 계신 부처님에게 나의 작은 소원까지 부탁드리는게 미안한 마음에 발길을 돌린다.

제천=김형주 기자 [불교신문3208호/2016년6월11일자]

 

 

 

 

 

 

Posted by 백송김실근
|